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준 교수
"수십 년 치료 이어지기도 하는 IBD, 장기 투여에 적합한 치료제 선택해야"
스텔라라 4년 장기 임상서 50% 이상 관해 유지...안전성 피라미드 최상단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IBD)은 장기간 호전과 재발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다.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고 관해에 도달한 뒤에도 관해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에 장기 치료에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선택지도 더 늘었다. 수많은 선택지 중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는 무엇이 있을까.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준 교수를 만나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목표 및 전략, 치료제 선택 시 고려사항에 대해 물었다.
■ 임상 현장에서 실제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장기간 치료를 받는 이가 대부분이다. 저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환자를 진료했기 때문에 그 때부터 20년 이상 치료를 이어온 환자도 있다. 더 오랜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는 수십 년간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염증성 장질환이 완치되기 어려운 이유와,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질병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만 있어 완치가 어렵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호전된 관해 상태에서 약물을 중단할 경우 약 50%가 재발하고, 재발한 환자 절반은 기존 약물에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때문에 지속적인 투약 및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목표는 크게 3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처음 환자가 방문했을 때는 임상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후 중기 목표는 여러 염증 표지자(biomaker)의 정상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점막 치유와 함께 관해기를 오래 유지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어떤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환자의 중증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령, 암 발생 가능성, 임신 여부, 안전성, 환자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제를 선택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조기 개입(early intervention)이 중요하다. 조기 개입의 목표는 질병 진단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
특히 IBD 치료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에 대한 반응이 더 좋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환자의 질환 중증도 및 컨디션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치료 관점에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치료제 장기 투약 시 고려해야 하는 점은?
우선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장기 투약을 위한 안전성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제형의 약물이 있기 때문에 제형에 대한 환자 선호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환자가 가진 장외 증상(EIM), 임신 계획, 비용 등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한다.
특히 장기간 약물을 사용할 때는 환자들이 치료 중 반응 소실(Secondary loss of response) 없이 장기간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약의 부작용이 적은지를 살펴야 한다.
최근 IBD 치료제의 안전성 모니터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계층화한 연구에서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는 기존 치료법인 스테로이드, TNF-a 억제제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L-12·23 억제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 제제(베돌리주맙)가 안전성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위치해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스텔라라가 최근 궤양성 대장염에서 4년 장기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러한 데이터가 임상 현장의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스텔라라는 크론병 5년 장기 임상 데이터에 이어 작년 말 궤양성 대장염 4년 장기 임상인 UNIFI-4yrs LTE 연구 데이터를 발표했다. 연구에서 스텔라라로 유지치료를 받은 348명을 대상으로 200주차 증상 관해 효과를 살펴본 결과, 50% 이상의 환자가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처음 투여했을 때 반응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10~20% 정도로 본다. 약을 쓰더라도 중간에 반응이 사라지는 경우가 연 평균 5~10% 정도 발생한다. 상당히 많은 환자가 약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약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약제의 치료 효과가 4~5년 동안 50% 이상 유지된다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크론병의 치료 옵션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아직 제한적인 상황으로, 약제 선택 및 변경의 선택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한 약제로 치료를 장기간 끌고 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 스텔라라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안전성은 어떠한가?
기존 TNF 억제제는 치료 효과가 좋지만 상대적으로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부작용 발생을 고려해야 한다.
이후 등장한 생물학적제제들은 작용 기전을 달리해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안전성 면에서는 부작용 위험을 줄였다. 이 중에서도 안전성이 높은 생물학적제제로 스텔라라와 베돌리주맙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스텔라라를 처방한 환자 중에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케이스는 한번도 없었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가벼운 피부질환 정도로 치료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만큼 부작용 면에서 안전한 약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내 염증성 장질환 가이드라인 및 보험급여 기준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나?
국내 염증성 장질환 진단 가이드라인은 오래 전에 업데이트 됐고, 치료 가이드라인은 2017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 임신 또는 암과 관련해 다학제 치료를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환자와 의료진의 더 나은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해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급여 기준 면에서도 건강심사평가원 고시가 조금 더 세밀하게 업데이트 된다면 진료현장에서 치료제 처방의 혼선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염증성 장질환의 장기치료 전략을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조언한다면?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증상이 호전된 관해 상태에서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증상을 모니터해 의료진과 함께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만약 약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빠르게 치료제를 변경하거나 다른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올바른 식습관 및 생활 습관도 전문가 의견에 따라 진행돼야 꾸준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