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명인도 맞는 기적의 비만치료제' 등 화려한 별명을 가진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지난 15일 국내에 상륙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 위고비 물량 부족 사태로 인해 국내 공급이 미뤄지면서 이달 출시됐다.
위고비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국내 도입 전부터 전문가들은 위고비 효과와 안전성에 주목하며 학술대회에서 약제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중에게도 위고비 효과가 알려지면서 병원에는 치료제 도입 시기와 투약 가능 여부를 묻는 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위고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면 2018년 있었던 삭센다 품귀 사태가 떠오른다. 삭센다가 첫 출시된 당시 체중의 9~15% 줄이는 효과로 '강남주사'라 불리며 발매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고 4개월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하지만 삭센다는 비만 환자에게 투약해야 한다는 적응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개원가에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고 조금 더 날씬해지고 싶은 비만하지 않은 성인에게 처방했다. 이로 인해 삭센다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삭센다 품귀 사태에 비춰보면 위고비 오남용 문제와 이로 인한 품귀 현상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문제는 미용 목적의 위고비 처방이 늘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에서는 미용 목적의 위고비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나, 처방전이 있어도 위고비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A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에 들어오는 위고비 물량이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비만 치료 목적인 환자에게 위고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미용 목적으로 처방하면서 실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다"라며 우려했다.
만약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수요를 따라가고자 공급을 늘린다면, 정작 환자에게 처방 중인 기존 치료제들의 생산이 줄어 환자 치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항당뇨병제 GLP-1 수용체 작용제인 트루리시티의 공급 부족 사태가 있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 생산에 집중하면서 트루리시티 생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약물 오남용 문제는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다른 질환 환자의 치료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으려면 약물을 처방하고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진 역할이 중요하다.
비만치료제를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처방하는 것이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다.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가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길 원한다면 이상반응 가능성 등 정보를 전달하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적응증에 따라 치료가 적합하게 이뤄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진의 신중함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