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출시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재편 전망...국내사 개발 현황 관심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 구성한 한미...새 기전·새 제형으로 활로 찾는 국내사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높은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달 15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1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 진입에 따라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나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이 시장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국내사들은 기존 약물과는 다른 새로운 기전의 파이프라인을 앞세우는가 하면, 제형 변경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초기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감량 및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위고비까지 가세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는 하루 1회 주사해야 하는 삭센다 대비 주 1회로 투여 간격을 늘렸으며, 체중 감량 효과는 삭센다의 2배에 달하는 15%로 알려져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삭센다와 위고비 등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비만치료제의 선전에 힙입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Frost&Sullivan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6.8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GLP-1 제제 삭센다에 이어 위고비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향후 위고비의 경쟁 약물인 릴리 마운자로(터제타파이드)까지 출시되면 시장은 더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 전주기' 정복 나서는 한미약품
임상3상 진입 에페글레나타이드 필두
이에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국내사 중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큰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회사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비만 예방과 치료, 체중 관리를 아우르는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약물은 현재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GLP-1 제제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투약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키고 부작용을 줄이는 기술로, 2022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 제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회사 측이 밝힌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은 2026년으로 2027년 출시가 목표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인 HM15275는 글로벌 고도비만 환자를 타깃으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다.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 등 세 가지 수용체의 작용을 최적화하는 약물로 비만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공개로 개발 중이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오는 11월 비국비만학회에서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오히려 근육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다가오는 학회에서 해당 후보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결과가 첫 공개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이밖에도 경구 투약이 가능한 플랫폼 제제 기술을 개발해 비만치료제의 투약 편의성을 강화하고,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및 복약 순응도를 교정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사 파이프라인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
후발주자가 선택한 '활로'는?
다만 한미약품을 제외한 다른 국내사의 비만치료제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동아에스티와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현재 임상1상을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의 비만치료제 DA-1726이 글로벌 임상1상 파트1에서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 비만치료제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 및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회사 측은 약물을 끊은 뒤 체중 반등이 비교적 적게 나타날 가능성을 장점을 DA-1726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의 미국 임상1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분화인자15(GDF15) 기반 물질인 YH34160는 뇌 하부에서 발견되는 특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로, GLP-1 계열 약물과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이 늦어진 만큼 기존 약물과 다른 제형으로 개발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회사들도 있다. 대원제약과 대웅제약은 주사제인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는 주사제 대비 통증이 적고 2차 감염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개발 시 위고비 등 자가 주사가 필요한 기존 비만치료제에 비해 투약 편의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냉장 보관이 요구되는 주사제 대비 보관이 편리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의 임상1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DWRX5003는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면 마이크로니들이 미세혈관을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형태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도 공동 개발 중인 붙이는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1상을 승인받고 진행 중이다. 이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이달 내 임상1상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 뉴로보, 비만치료제 DA-1726 임상1상서 안전성 확인
- 한미약품 체중감량+근육증가 신개념 비만신약 첫 공개
- 위고비 가능한 BMI 기준 낮아질까?…'25 이상'도 효과적이고 안전
- 마운자로 없는 비만약 시장, 위고비 열풍 얼마나 갈까?
- 비만약 '위고비', 10월 중순 국내 출시
- 당뇨·비만약 GLP-1 제제 '위마비'·'장폐색' 주의해야
- '미용' 처방 때문에 '치료' 못 받는 환자 없어야
- 한미약품, '포스트 로수젯' 준비…차세대 개량·복합신약 개발 중
- 복지부-식약처, ‘위고비’ 비대면 진료 처방 제한 협의
- 한미약품, 암세포 대사 취약성 표적 'MAT2A 저해제' 공개
- 한미약품,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 비임상 결과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