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현안협의체는 회의록 작성 의무 있는 회의체 아냐"
의료계 "의대정원 증원 논의한 주요 회의라 회의록 필요"

 정근영 사직 전공의(분당차병원)와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7일 복지부 장관 등 5인을 직무유기와 공공기록물 폐기죄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정근영 사직 전공의(분당차병원)와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7일 복지부 장관 등 5인을 직무유기와 공공기록물 폐기죄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논쟁이 일시적으로 회의록 작성 여부로 옮겨붙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교수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5월 중순 여부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정부에게 '의대 배정 심사위원회 회의록'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근거 제출해 달라는데...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진행한 주요 회의체는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 3가지다. 

그런데 법원이 자료 요청을 했을 당시 복지부는 보정심 등의 회의록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으로 하는 회의에는 회의록 생산의무가 있다.

또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위원회도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고,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도 회의록 생산 의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회의록이 없다고 하자 의료계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정근영 사직 전공의(분당차병원)와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7일 복지부 장관 등 5인을 직무유기와 공공기록물 폐기죄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직무유기죄·공공기록물 폐기죄·공용서류 무효죄 등 혐의로 복지부 조규홍 장관, 복지부 박민수 차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 교육부 오석환 차관,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5인을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근영 사직 전공의는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과정 중 정부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얼마나 숨기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증원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고, 만약 회의록이 없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7일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7일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회의록 여부가 논쟁이 되자 복지부는 입장을 변경했다. 

7일 오전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은 존재한다고 발표한 것. 

박민수 차관은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위원회와 협의체를 투명하게 운영했으며,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의무가 있는 각종 회의체의 회의록은 모두 작성 의무를 준수했다"며 "초기 답변이 부정확했고, 혼선을 초래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둔 보정심과 의료인력전문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 및 보관하고 있고, 이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 작성 안 해도 되나? 

올해 1월 17일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모습
올해 1월 17일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모습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2023년 1월 26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 작성이다. 

정부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말하고, 의료계는 법 위반 사항이라 맞서는 상황이다. 

박민수 차관은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에서 규정한 협의체는 아니며, 2020년 9월 4일 정부와 의협 간의 합의에 따라 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한 의료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체"라며 "따라서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와 의협이 상호 협의한 운영 방식에 따라 총 27차례에 걸친 회의 때마다 양측의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모두발언 공개 시에는 기자단이 출입해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논의한 '주요 회의'라 반드시 회의록이 작성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6일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자료, 현장실사 등 조사자료, 배정위원회 등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주요 회의는 공공기록 물관리법에서 회의록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정심 등 일부 회의의 녹취록을 짜깁기해 억지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정원 배정 과정이 주 먹구구식 밀실 야합으로 진행된 것임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 정원 2000명을 논의한 의료현안협의체는 주요 회의라 회의록 작성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해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공기록물 관리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범죄자의 변명"이라며 "회의록 작성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특정 직역이나 집단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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