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본·올루미안트, 급여 후광 효과...옵디보·키트루다, 급여방식 입장 상이

역사적인 인물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벌이 있어야 1등도 있고 발전도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 라이벌은 더 중요하다. 경쟁품목이 있어야 치료 옵션도 많아지고 효과를 개선한 혁신적인 약물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자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공공의 목표인 급여등재에 있어 입장이 상이할 경우 아군은 한순간에 적군이 될 수도 있다. 라이벌로 인해 꽃길을 걷는 약과 흙길을 걷는 약을 살펴봤다.

'포스테오' 10년 만에 넘은 급여 문턱, '테리본' 한 번에 통과 

릴리의 포스테오(성분명 테리파라타이드)와 동아ST의 테리본(성분명 테리파라타이드)은 국내에 단 2개만 존재하는 골형성 촉진제다.

포스테오는 조골세포의 생성과 활동을 활성화해 새로운 뼈 생성을 촉진해 추가 골절을 막아주는 세계 최초 골형성 촉진제로 지난 200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고가에다 골형성 촉진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등 급여등재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포스테오는 무려 10년 만인 2016년 12월 1일로 급여를 획득했다. 동시에 한 달 기준 약 60만원에 달했던 약제비가 절반 수준인 32만원으로 떨어졌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대한골대사학회 등 유관학회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달성됐으며 골다공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의료진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환영 일색이다.

포스테오가 10년 만에 넘은 급여 문턱을 테리본은 한 번에 통과했다. 작년 3월 일본 아사히 카세이 파마에서 테리본을 도입한 동아ST는 신약대상 경제성평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계열 치료제 포스테오의 급여등재가 급물살을 타면서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등재 방식을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테리본은 지난 2월 1일자로 급여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품을 들여와 급여 출시까지 1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개량신약으로 포스테오의 90% 약가를 받았다.

세부 인정기준에 차이는 있다. 포스테오는 기존 골흡수억제제 효과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65세 이상 환자 중 △중심골에서 이중에너지방사선흡수계측(DEXA)으로 측정한 골밀도검사상 T-score -2.5 SD 이하 △골다공증성 골절이 2개 이상 발생한 환자에게 최대 24개월까지 투여할 수 있다. 테리본은 65세 이상 '폐경 후 여성'이란 조항이 추가됐으며 최대 72주까지 투여 가능하다.

또한 포스테오가 1일 1회, 테리본이 주 1회 투여로 용법에도 차이가 난다.

비급여임에도 이미 15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던 포스테오로서는 급여화로 본격적인 매출을 일으키려는 가운데 경쟁자를 맞았다. 포스테오 덕에 손쉽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테리본이 후발주자로 얼마나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루미안트', '젤잔즈' 급여확대 덕 좀 볼까?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에서도 급여 후광 효과가 연출될 조짐이다.

먹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화이자의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가 노력 끝에 확대한 급여기준을 릴리의 올루미안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같이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

젤잔즈는 등장 당시 세포 내에서 JAK 경로를 억제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를 차단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의 이유로 '1개 이상의 생물학적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환자'에게 쓸 수 있게 됐다. 항류마티스제(DMARDs)와 TNF 억제제 처방 후에 효과가 없으면 투여할 수 있는 3차 치료제인데, 이 같은 기준에서는 사실상 처방 기회가 많지 않다.

때문에 화이자는 TNF 억제제 '휴미라'와 동등한 수준의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한 'ORAL Strategy'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급여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5년 급여확대 첫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올해는 2차 치료제 승격이 기정 사실화되는 모습이다.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 DMARDs 이후 2차 치료제로 JAK 억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품목인 울루미안트가 허가를 기다리고 있어 젤잔즈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올루미안트가 올해 허가를 획득하고 급여를 신청할 경우 같은 계열이라는 이유로 젤잔즈의 급여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젤잔즈는 3년 먼저 시장에 출시됐음에도 큰 선점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TNF 억제제뿐만 아니라 JAK 억제제와도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올루미안트는 젤잔즈가 터 준 길을 사뿐히 걸어가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키트루다', 성과기반 RSA 제안한 '옵디보'에 발목 잡히나

 

급여 후광 효과를 보는 약물이 있는 반면 경쟁 품목의 급여등재 방식 차이로 발목이 잡히는 약물도 있다.

면역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오노약품공업·BMS제약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는 급여등재 방식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품목은 연간 치료비가 1억원에 이르는 고가 약물로, 제약사에서 일정 부분 약가를 부담하는 위험분담제(RSA) 급여방식을 채택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 키트루다는 PD-L1≥ 50% 이상 환자에 급여를 적용하는 RSA 방식을, 옵디보는 약효가 없을 경우 회사가 약값을 부담하는 성과기반형 RSA 방식을 신청한 것이다.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PD-L1 발현율을 급여기준으로 삼으면서 키트루다가 신청한 RSA 계약방식에 힘을 실어줬다. 급여등재 과정이 지연되면서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올라섰으며 2차 치료제로서는 투여 대상이 PD-L1발현 양성(TPS 1%d이상)으로 확대됐다. 

옵디보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모양새지만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동일기전 약에 대한 상이한 RSA 계약 방식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급여방식을 제안한 후 정부의 선택에 따라 서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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