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화학과 허용서 교수팀, 면역항암제 정확한 작동 원리 규명

▲ 건국대 화학과 허용석 교수

국내 연구팀이 면역 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제의 정확한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건국대 화학과 허용석 교수팀이 면역체계에 의한 암세포 파괴를 방해하는 면역 체크포인트(immune checkpoint) 단백질과 면역항암제들의 복합체 결정 구조를 규명해 면역항암제의 기전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인 PD-1, PD-L1, CTLA-4와 면역항암제들이 결합한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X-선 결정학적 방법으로 규명해 면역항암제가 면역 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활성화시키는 작동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라 면역세포인 T세포에 의해 인식돼 파괴된다. 하지만 암세포는 면역회피를 담당하는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인 PD-1, PD-L1, CTLA-4를 이용해 T세포의 공격을 피해나갈 수가 있다. 인체의 면역체계 내에서 암세포가 살아남고 증식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T세포는 가슴 샘에서 분화한 면역세포로서, 세포의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고 외부항원에 대한 B세포의 항체 생성을 돕는다. T세포의 종류는 살해 T세포, 도움 T세포 등 4가지로 그 중 살해 T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 체크포인트 저해제로 불리며,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돕는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을 찾아내 암세포의 면역회피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처럼 면역회피 기능이 마비된 암세포는, T세포에 쉽게 노출돼 제거된다.
 
2013년 사이언스지에서 '올해의 획기적 연구(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되기도 한 면역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15년 8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91세의 나이에 전이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암투병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워낙 고령에 암에 걸려서 회복이 힘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놀랍게도 불과 4개월 뒤인 12월 자신이 완치됐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카터 전 대통령의 뇌종양 완치는  2014년 FDA 승인을 받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투약한 덕택이라고 말한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면역 체크포인트 저해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티센트릭 4종으로 모두 단백질 의약품이다. 이들은 체크포인트 단백질인 PD-1, PD-L1, CTLA-4에 결합하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항체이다.

암세포의 PD-L1이 T세포의 PD-1과 결합하면, T세포에게 암세포를 공격하지 말라는 면역회피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투여된 면역  항암제가 PD-L1과 PD-1의 결합부위에 미리 달라붙어 면역회피 신호를 차단시킨다. 면역회피 신호를 받지 않은 T세포는 암세포를 제거한다.

 
 

면역항암제가 T세포의 CTLA-4에 결합하면, 암세포와 T세포가  접근할 수 없게 되어 면역학적 시냅스가 형성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면역회피 신호를 받지 않은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허용석 교수는 "이번 성과는 면역항암제 효능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분자 구조적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항체의약품의 매우 높은 생산단가와 불편한 투약 방법 등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저분자 합성의약품 형태의 면역항암제 발굴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결합 부위와 결합 방식이 서로 다른 면역항암제들을 조합하여 암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한 기초연구지원사업(교육부 소관) 및 바이오·의료개발사업(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고,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지에 10월 31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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