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수면학회, 만성불면증 약물치료 가이드라인 발표
미국수면학회, 만성불면증 약물치료 가이드라인 발표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7.02.2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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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로 호전되지 않은 성인 환자 대상 ... 약물의 권고등급은 'weak'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AASM)가 만성불면증 증상에 따른 최적 치료제를 제시한 '만성불면증 치료제 가이드라인'을 첫 제정했다.

그동안 만성불면증을 비약물학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가이드라인은 마련됐었지만, 약물치료만을 따로 세부적으로 정리해 발표한 건 이번이 최초여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발표와 동시에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월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단 AASM은 모든 만성불면증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지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를 받았지만 여전히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성인 환자 또는 CBT-I를 받는 성인 환자에게 일시적인 보조요법으로서 불면증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즉 약물치료보다 행동치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총 13가지 권고안이 담겼다. AASM은 무작위 대조군 연구, 메타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해 복용할 수 있거나 또는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을 만성불면증 증상에 따라 제시했다.

하지만 약물의 치료 효과와 위험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가 더 필요했고 출판편향(publication bias) 문제도 남아있기에, 모든 약물의 권고등급은 약했다(weak).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임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희의대 신원철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는 "국내에서는 불면증 등 수면장애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때문에 국내 임상에서는 세계수면학회, 미국수면의학회 등 전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며 "불면증은 수면위생 또는 CBT-I 등의 행동치료를 기본으로 하면서 약물 복용을 최소화해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에 따라서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만성불면증 치료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증상에 따라 정리했다.

잠들지 못하는 '수면 개시 불면증' 
권고 약물: 라멜테온· 에스조피클론· 졸피뎀·트리아졸람

잠들지 못하는 '수면 개시 불면증(sleep onset insomnia)'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은 △라멜테온(ramelteon) △에스조피클론(eszopiclone) △졸피뎀(zolpidem) △트리아졸람(triazolam) 4가지로 권고했다.

먼저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라멜테온의 용량은 8mg으로 제한했다. 4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분석한 결과, 만성 일차성 불면증 환자에서 비치료군보다 위험 대비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단 연구간 이질성이 높았기 때문에 근거 수준은 '매우 낮음(very low)'이라고 명시했다.

에스조피클론 용량은 2mg과 3mg으로 제시했다. 에스조피클론 2mg은 6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비치료군 대비 만성 일차성 불면증 증상을 개선시켰고, 수면 후 일어나는 시간과 깨어나는 횟수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줄였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효과 면에서 더욱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고 출판편향 문제 때문에 근거 수준은 '낮음(low)'으로 제시했다.

에스조피클론 3mg은 총 수면시간, 수면 질, 깨는 시간, 수면잠복기(sleep latency) 등을 유의미하게 호전시켰다고 덧붙였다. 단 에스조피클론 3mg에 대한 근거 수준은 '매우 낮음'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국내 핫 이슈 중 하나였던 졸피뎀도 수면 개시 불면증 치료제로서 이름을 올렸다. 권고 용량은 10mg이며, 지속정 12.5mg도 비치료군과 비교해 잠재적인 위험보다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처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졸피뎀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주의를 표했다. 메타분석 결과 졸피뎀 10mg 복용 시 기억상실, 현기증, 두통, 구역, 기면, 미각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단 이상반응 정도는 극히 드물다고 명시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인 트리아졸람 용량은 0.25mg을 권고했다. 근거 수준은 네 가지 약물 중 유일하게 '높음(high)'이다.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시행된 연구 및 위약과 비교한 연구에서 트리아졸람을 복용했을 때 수면잠복기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자꾸 일어나는 '수면 유지 불면증' 
권고 약물: 에스조피클론·졸피뎀·테마제팜·독세핀 

 

잠든 후 자꾸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수면 유지 불면증(sleep maintenance insomnia)' 환자에게는 △에스조피클론 △졸피뎀 △테마제팜(temazepam) △독세핀(doxepin)을 주문했다. 에스조피클론과 졸피뎀 권고 이유와 근거 수준은 수면 장애 불면증과 동일하다.

테마제팜은 메타분석 결과를 근거로 15mg 용량을 제시했다. 권고안의 근거 수준은 '보통(moderate)'이다. 단 테마제팜 30mg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마제팜 30mg의 불면증 개선 효과를 분석한 메타분석은 없지만, 개별적인 연구에서 수면잠복기, 총 수면시간 등이 호전됐다는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독세핀은 3mg과 6mg을 처방할 수 있다고 권고하면서, 근거 수준은 '낮음(low)'이라고 제시했다. 독세핀 치료 시 수면잠복기는 최소한으로 개선됐지만, 잠든 후 깨는 증상, 총 수면시간 등에서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호전을 보였다는 판단에서다.

단 독세핀 3mg 복용 시 두통, 설사, 기면, 상기도 감염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6mg 복용 시 두통과 기면 등의 이상반응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반응 위험보단 불면증 치료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입면 곤란 불면증' 
권고 약물: 잘레프론·테마제팜

통상적인 수면시간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입면 곤란 불면증(sleep initiatioin insomnia)' 환자에게는 △잘레프론(zaleplon) △테마제팜을 처방하도록 명시했다.

잘레프론 10mg은 두 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수면잠복기를 의미 있게 줄이면서 수면 질 또한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근거 수준은 '낮음'이다.

테마제팜 권고안은 수면 유지 불면증과 같았다.

근거 부족한 6가지 약물, "처방하면 안 돼"

이와 함께 수면 개시 또는 유지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해선 안 될 약물도 언급했다.  

이름을 올린 약물은 △우울증 치료제인 트라조돈(trazodone) △뇌전증 치료제인 티아가빈(tiagabine)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수면호르몬 성분인 멜라토닌(melatonin) △수면보조제인 트립토판(tryptophan)과 발레리안(valerian)으로 총 6가지다. 

다시 말해 불면증 치료가 주목적이 아닌 약물에 대해서는 처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러한 약물로 만성불면증을 치료했을 때 비치료군 대비 증상이 의미 있게 호전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트라조돈 50mg은 불면증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티아가빈 4mg은 위약과 비교해 두통 또는 구역 등의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수면 질이 높아졌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언급했다. 

디펜히드라민 50mg은 이상반응을 분석한 메타분석이 없기 때문에 위험 대비 혜택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멜라토닌 2mg은 불면증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엔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없어, 치료에 따른 혜택과 위험이 동등한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아울러 트립토판과 발레리안도 수면 질을 개선시킨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또한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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