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수면장애' 국내 유병률 매년 증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은 '잠이 보약이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수면 질에 대해선 인색한 모습이다.그렇다 보니 수면 문제를 겪는 '수면장애' 환자가 매해 늘고 있다.문제는 수면장애가 심혈관질환의 병적 진행 과정에 직접적인 원인 또는 영향을 주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는 것이다.게다가 잠자는 동안 발생해 본인조차 증상 파악이 어려워, 전문가들은 잠잘 때마다 서서히 '죽어가는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고 우려한다.삶의 질뿐만 아니라 심혈관에도 악영향을 주는 수면장애의 위험과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을 살펴봤다.<기획-상> 당신이 잠든 사이 심장은 안녕하십니까<기획-하> "제가 수면장애라고요?" 진단·치료 난항5명 중 1명 불면증 경험…수면장애 환자 매해 오름세수면장애란 수면 질을 나쁘게 만드는 질환으로,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잠을 잤지만 낮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태 또는 수면 리듬에 문제가 생겨 잠들거나 깨어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국제수면장애분류(ICSD-Ⅱ)에서는 수면장애를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장애 △중추성 수면과다증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수면수반증 △수면 중 이상운동 △단일 증상 △기타 수면장애 8개 주요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10개 하위 유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수면장애는 불면증으로 5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수면 관련 호흡장애가 그 뒤를 잇는다.

문제는 국내 수면장애 환자가 매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 인원은 2012년 약 35만 8000명에서 2013년 약 38만 3000명, 2014년 약 41만 4000명으로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성별에 따른 수면장애 유병률도 달랐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수면장애 진료실 인원 중 59.5%가 여성이었다. 아울러 고령일수록 수면장애가 많이 나타났으며, 30대 여성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10.4%로 가장 높아 젊은 연령층에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수면학회 학술이사인 경희의대 신원철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는 "고령 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수면장애를 겪는 고령 인구도 많아질 것"이라며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면기전이 깨져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에 따른 불면증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비만, 고령, 흡연, 음주 등은 수면장애와 연관된 요인이다"면서 "현대 사회가 서구화됨에 따라 비만 환자가 늘었고 동시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면장애 유병률도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면장애가 심혈관계 대사질환 유발

심각한 문제는 수면장애가 삶의 질을 낮출 뿐만 아니라 심혈관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심장협회(AHA)는 수면 시간, 특히 짧은 수면 시간과 수면장애가 고혈압, 비만, 심혈관질환 등 심혈관계 대사질환을 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 수면장애의 위험을 제언했다(Circulation 2016;134(18):e367-e386). 성명서에서는 수면장애를 치료해야 심장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며, 특히 혈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당연한 발표다. 그동안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발표가 늦어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잠자는 동안 혈중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심장이 빨리 뛰면서 심각할 경우 혈압이 일시적으로 200mmHg 넘게 상승한다. 잠잘 때마다 서서히 죽어가는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고 피력했다.

수면장애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입증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최원정 교수팀(정신건강의학과)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100만 명 코호트를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장애 중증도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은 △고혈압 1.47배 △허혈성심질환 1.43배 △심부전 1.36배 증가했다.

국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L. Mallon 교수팀이 12년간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는 불면증 남성 환자에서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3.1배 높았다(J Intern Med 2002;251:207-216).

아울러 여성건강계획관찰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불면증이 있는 폐경 여성에서 관상동맥질환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1.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J Womens Health (Larchmt) 2013;22(6):477-486).

수면무호흡증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무호흡저호흡지수인 AHI(apnea-hyponea index)가 높을수록 고혈압 위험이 증가하며, 특히 AHI가 15를 초과한 경우 정상인보다 고혈압 위험이 3배가량 높았다(N Engl J Med 2000;342(19):1378-1384). 

이에 미국 제7차 고혈압 가이드라인(JNC-7)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을 고혈압 발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인정하면서, 세 가지 항고혈압제로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반드시 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발생기전에 대해 신 교수는 "정상인은 새벽이 되면 야간혈압 강하 현상으로 혈압이 떨어지면서 심장도 쉴 수 있다. 반면 수면장애 환자들은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혈압이 높아지고 긴장도가 상승해 혈관이 좁아진다"며 "계속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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