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특허제도는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분야에 맞춰 발전하고 있어

▲ 로버트 앤드류(영국로펌 Mewburn Ellis LLP 파트너)

새로운 치료제나 이미 알려진 약의 새로운 용도에 대해 특허를 받는 것이 예전에는 비교적 쉬웠다.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고, 질환의 병리학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정밀, 고속 종합분석 기법들이 개발과 함께 약물의 작용 기전에 대한 많은 정보가 알려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분석 기법들이 개발되기 전에 약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것은, 곧 새로운 치료제의 효용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비교적 적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 급속하게 발달한 현대 의학연구에서 다양한 종류의 하이테크 분자 분석기법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쏟아내면서, 이제는 연구자들이 단순히 어떤 화합물이 질병의 치료제로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수준을 넘어선 발견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예를 들어서, 이제는 연구를 통해 어떤 약물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난(또는 전혀 약효를 나타내지 못하는) 환자들의 서브그룹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과학 저널에는 이와 같은 '맞춤형 의약'에 관한 예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예를 들어 환자들은 유전자 타입(genotype), SNPs, 후생유전학(epigenetic) 또는 단백질 마커(protein markers)들에 의해 서브그룹으로 한정(define)될 수 있다.

이러한 맞춤형 의약에 관한 연구는 약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를 치료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가장 반응을 잘하는 환자군에 선별적으로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는 환자군을 정하는 것이 임상의 성패를 결정하는데, 이제는 하나 이상의 바이오마커에 의해 선정된 환자군에서 규모는 작으나 임상 성공률이 더 높은 합리적인 임상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맞춤형 치료제의 개발은 글로벌 특허제도 하에서 이를 특허로 보호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허제도는 과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주고 있고 이런 형태의 기여를 한 발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만약 보호가 가능하다면, 어떤 '맞춤형 의료' 발명이 특허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것인가?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특히 그 약물의 맞춤형 분석에 의해 한정된 환자군이 이미 그 약물이 사용되고 있던 환자들과 서로 중복되거나 비슷한 경우(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신규성이 없어 보이는 경우)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맞춤형 의료발명의 특허 보호를 구하던 사례에서, 대법원이 맞춤형 치료방법은 단지 자연의 법칙(law of nature)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여 특허 가능하지 않다고 판결해(Mayo v Prometheus 사건) 이 분야의 발명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에서의 발명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그 대사체의 양을 측정하며, 대사체의 수준이 특정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그다음 투여량을 조절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법원은 약물과 대사체 농도 간의 상관관계는 특허가 가능하지 않은 자연법칙에 해당하며 청구항은 단지 이를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의 후속으로 미국 특허청은 안내문을 발표해 단순히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그로부터 상관관계를 도출하는데 근거한 진단 방법은 -통상적이지 않은(unconventional) 또는 일상적이지 않은(non-routine)(이의 정의에 대해 설명돼있지는 않다) 시료나 단계(reagent or process step)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한- 특허 가능하지 않다고 공표했다.

이러한 제한적 태도는 이후 연방순회법원에 의해 PerkinElmer Inc와 NTD Laboratories Inc v Intema Ltd. 사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와 반대로, 유럽에서는 맞춤형 의료 분야에서 좀 더 출원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발전됐다. 

유럽특허청은 오랫동안 공지 약물의 새로운 의학 용도에 대해 특허를 허락해 왔다. 이 원칙은 항고심판부의 일련의 결정들을 통해(표 1) 공지의 약물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임상적 환경으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의 새로운 서브그룹을 발견한 경우 특허 가능하다는 것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특히 항고심판부는 T1020/03에서 새로운 적응증을 찾기 위한 임상시험에 대한 투자를 경제적 관점에서 정당화하기 위해 특허보호라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 표1. 유럽특허청의 사례를 통해 본 새로운 의학 용도(new medical use)에 관한 특허 예

T1020/03 결정이 있은 후 개정 EPC가 2007년 12월 3일부터 발효됐다('EPC2000'). 이 개정법은 유럽 특허법하에서 의학 용도 발명을 신규한 '치료 방법에 사용되는 조성물(composition for use in a method for treatment)' 형태로 청구할 수 있는 최초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새로운 청구항 형태는(간접적으로 의약을 제조하는 것을 언급하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청구항에 정의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 분석 기법에 의해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을 확인하는 'test and treat' 클레임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맞춤형 의료 분야의 출원인에게 유익하게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들을 치료할 기준이 될 마커나 다른 임상적 환경을 발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서브그룹을 정할 수 있고, 이러한 발명이 다른 특허요건을 만족시킨다면 신규하고 진보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특허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확인된 환자의 서브 그룹이 이미 공지된 약물을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하려고 하는 환자 그룹과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겹치는 경우라면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약물이 이미 어떤 질병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이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을 때 약물에 대한 반응성과 연관된 바이오마커를 추후에 확인하여 그 약물에 반응을 잘하는 그룹, 반응을 하지 않는 그룹, 부작용을 보이는 그룹으로 환자 그룹을 나눌 수 있게 됨으로써 약을 좀 더 현명하게 처방할 수 있게 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발명자들은 이와 같은 경우에 당연히 마커로 특정된 환자의 서브그룹에 대해 특허를 받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유럽 특허청은 이것이 과연 약의 진정한 신규 의약 용도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단지 이미 알려진 의약 용도를(그러므로 신규성이 없다) 다른 방법으로 기술한 것에 불과한가라는 문제를 가지고 상당히 힘든 씨름을 해 왔다.

출원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맞춤형 의료에 대한 특허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의 용도가 환자를 실제로 치료한 적은 없고 단지 이론상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면(또는 제한적인 임상에서 반응성이 알려져 있지 않거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들을 치료하는 약물의 용도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이오 마커가 클레임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 경우에 신규 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
Composition X for use in a method for treating disease Y, wherein disease Y is associated with over-expression of gene Z, the method comprising administering X to the patient.

유럽 특허청은 이미 환자의 바이오마커의 상태(예를 들어 유전자 타입)를 결정하는 적극적 단계가 청구항에 포함된 경우에는 환자에게서 바이오마커의 존재 여부를 테스트하는 단계가 신규하기 때문에 그 약물이 이미 같은 종류의 환자에게서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성공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항에 신규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아래의 예시 청구항 참조).

예)
Composition X for use in a method for preventing disease Y in a patient, wherein the patient has genotype Z, and wherein the method comprises identifying that the patient has genotype Z by genotypic analysis and administering Composition X to the patient.

비록 위의 두 예가 우연하게도 환자의 유전자를 언급하고 있지만 유럽의 의학 용도 청구항 형태(medical use claim format)는 서브그룹을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 분석법(assay) 또는 투여 패턴(administration pattern)에 의해 특정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투여 패턴만이 유일한 신규 특징부인 의약 용도 청구항의 잠재적 특허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G2/08을 통해 유럽 특허청의 확대 항고 심판부에 의해서도 지지됐다.

결국 이것은 유럽에서는 적어도 먼저 이뤄진 비-맞춤형 연구에 대한 후속 연구로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기업은 약물에 특히 잘 반응하는 또는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서브그룹을 확인한 경우, 맞춤형 의료에 대한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특허는(먼저 이뤄진 비-맞춤형 특허에 비해) 핵심 그룹 환자들에 대한 치료 용도의 보호를 효과적으로 연장시켜서 기업에게 중요한 추가 이익을 낳게 할 것이다. 환자와 의료 기관이 좀 더 타깃화 된 치료에 의한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맞춤형 의료 분야에서 특허 출원인들이 미국에서는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의약용도 청구항의 활용 가능성과 함께 그들의 발견을 유용한 특허로 보호하기에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은 유럽에서 바이오마커 확인, 후생유전학적 분석 및 유전자 타입 프로파일링과 같은 분석단계에 기초한 의학 용도 출원이 증가하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유럽에서는 특허제도가 오리지널 제약사, 의료 기관 및 환자들 모두를 위해서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분야에 잘 맞춰 발전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제약회사나 의료기관 종사자 또는 대학 연구소의 발명자들도 이러한 유럽제도를 잘 활용하여 소중한 연구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