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개시 적용제외 범위·자동개시 거부 이의신청 사유 축소...의료계 '반발'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30일 신해철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의료분쟁 자동개시 범위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이의 신청 사유를 최종 확정했다.

당초 의료계는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의료행위를 '자동개시'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입법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된 상황. 창 끝은 날카로워졌지만, 이를 막아낼 방패는 작아진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하위법령 정비를 끝으로 지난 5월 개정, 공포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11월 30일자로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개정법률은 사망 등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피신청인의 동의 절차 없이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개정 이후 의료계는 하위법령에 구체화 될 자동개시 적용 범위와 이의신청 기준에 주목해왔다. 자동개시 범위가 좁아지거나, 반대로 피신청인의 이의신청을 폭 넓게 인정할 경우 자동개시 대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시행령, 시행규칙에는 의료계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다. 의료계의 기대와는 달리 자동조정절차 적용범위는 넓어졌고, 이의신청 사유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실제 당초 입법예고안은 자동조정절차 개시 적용제외 사유로서 ▲의료사고와 발생시기와 부위가 무관한 경우 ▲장애 1급이 발생할 수 밖에 없거나 발생가능성이 높은 경우(복지부 장관 고시)를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확정된 시행령에는 이 두 부분이 모두 제외됐다.

복지부는 "의료사고 제외여부는 감정을 통해 판단할 사항으로, 법령에 이를 포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범위(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개정)

피신청인이 자동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이의신청 사유도 줄었다.

당초 입법예고안에는 ▲(환자의)처치 거부와 주요병력 은폐, 기민이 의료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 ▲사망, 의식불명이 발생할 수 밖에 없거나 발생가능성이 높은 의료행위(복지부 장관 고시)에 피신청인이 분쟁 자동개시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종본에서는 그 내용이 대폭 축소됐다.

최종법령에는 이 둘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 '해당 의료사고의 성격, 원인 등에 비춰 자동조정절차 개시가 부적절하다고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 사항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법 시행 후 일정기간 제도운영 추이를 본 후 자동조정절차 개시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로서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경우에 한해, 의료계, 환자단체 등 논의를 거쳐 제정·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개시에 대한 이의신청 인정 사유(의료분쟁조정법 시행규칙 개정)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자동개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분쟁을 우려해 의료인들이 소극 진료에 나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음에도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위원추천 등을 거부키로 했다"며 "어떤 협조요청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정부가 입장변화를 보이기 전까지는 중재원 업무참여를 보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분쟁 자동개시 제도 시행 관련, 복지부 일문일답

Q.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① 사망 ②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③「장애인복지법」제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 중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을 제외한 장애인 경우에는 당사자의 조정신청만으로 즉시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단, 장애등급 1급 중 중복장애*의 경우나 기존 1급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의료사고로 동일부위에 추가 장애가 발생한 경우는 제외된다.

이는 11월 30일 이후 종료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부터 적용되며, 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의료사고의 경우는 현행대로 조정신청시 피신청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Q. 자동개시 대상인 경우 조정신청 방법

-일반적인 조정신청과 동일하나, 자동개시 대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면 된다.

예를 들어 사망은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 등 사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해당 사망과 관련된 진료기록 사본, 1개월이상 의식불명은 진단서 또는 소견서 등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해당 의식불명과 관련된 진료기록 사본, 장애등급 1급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진단서, 장애인등록증 및 장애인증명서의 사본과 해당 장애와 관련된 진료기록 사본 등을 구비하면 된다. 

Q. 조정개시에 따른 예상 조정증가건수

-의료중재원을 통한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및 장애 상담실적, 조정 불참여로 각하된 건수 등을 토대로 추산 결과 580여건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1/4분기 이후에나 어느정도 규모 파악이 가능하고 있다. 개정 전 의료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신청건수는 연간 약 1660건이고, 그 중 약 43.4% 수준인 720건에서 조정이 개시됐었다. 

Q 소송과 대비한 조정제도의 장점

-의료소송을 통할 경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정보의 비대칭인 의료의 특성과 환자 측이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여야 하는 입증책임 등으로 환자가 원고인 경우 승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정제도는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조정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조정절차 개시 후 90일(최장 120일) 이내에 조정절차를 종료하도록 하여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할 것이다.

Q 사망의 경우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고, 장애등급은 판정에 장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피해구제가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송의 승소의 어려움, 소요기간, 비용 등을 비교하여 조정제도 이용이 유리하므로 개시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애판정에 상당시간이 소요된다 하여도, 이후 조정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되므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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