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임신중절술 비도덕적 진료행위 삭제 요구...政 “논의하겠다” 반복

정부가 임신중절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 처벌기준을 강화키로 하면서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가 이에 대한 의견 수렴에 재차 나섰다. 

이에 의료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술을 제외하는 한편, 관련 처벌규정이 명시된 모자보건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 방문규 차관과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의학회 등은 19일 오후 간담회를 갖고 임신중절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의료계 측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개항에서 임신중절술은 제외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임신중절술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이 비도덕적으로 임신중절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록권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개항 중 임신중절술에 대한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면서 “정부에 임신중절술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서 삭제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술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정부 측에 충분히 전달했다”며 “임신중절술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제외돼야 한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산부인과는 큰 손상을 입었다”면서 “산부인과가 돈을 벌기 위해 비도덕적으로 임신중절술을 하는 게 아닌데 정부는 이를 비도덕한 행위로 낙인을 찍고 있다. 결코 임신중절술의 합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현실적 모자보건법 개정 목소리도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일본에서 유래,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에 따르면 ▲본인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중간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임신이 지속될 경우 모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임신중절술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라면 임신중절술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현행 모자보건법은 산모에게만 집중돼 있어 태아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면서 “20주 이후 임신중절술은 처벌해야 하는 게 맞지만, 무뇌아에 대한 임신중절술마저 금지하는 현행법은 비현실적이다”고 꼬집었다. 

임신중절술 제외 여부 "입법예고기간 중 검토"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에 정부 측은 입법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술 포함할지 여부를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오는 11월 2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임신중절술 포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임신중절술을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아직 확정적으로 결론나지 않았다”면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내달 2일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명칭 자체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는 임신중절술 논란과 함께 도덕과 비도덕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면서 “이에 복지부 측에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명칭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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