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불안감, 압박감 느끼는 근로자 당뇨병 위험 19%

영국 연구진이 고용불안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가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넘어 당뇨병 위험까지 높인다고 경고했다.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Jane E. Ferrie 박사팀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용불안이 가중된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CMAJ 10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Ferrie 박사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당뇨병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임상에서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용불안의 심리적 압박이 급속도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당뇨병 유병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더이상 쉽게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미국, 호주, 유럽 내 근로자 14만 825명을 대상으로 약 9.4년동안 진행된 19개의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에 포함된 대상군의 평균 나이는 42.2세였다.

분석결과 연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총 3954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즉 1만인년 당(10000 person-years) 최소 9%에서 최대 85.2%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직장에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는 압박감을 느끼는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당뇨병 발생률이 19% 높았다[OR] 1.19, 95% confidence interval [CI] 1.09-1.30). 연령과 성별만을 보정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연구팀이 대상군의 연령, 성별, 흡연여부, 음주, 운동 시행 여부 등을 보정했더니 당뇨병 발병 위험이 5% 감소한 12%로 낮아졌다[adjusted OR 1.12, 95% CI 1.01-1.24].

아울러 자가설문조사결과에서 최소 6.3% 최대 43%가 해고에 대한 불안감 또는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결과를 두고 연구팀은 "근로자가 느끼는 고용불안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과식, 불규칙한 수면패턴 등 좋지않은 생활습관으로 이어지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생성된 스트레스 호르몬은 체중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errie 박사도 "고용 불안이 심리적 스트레스로까지 이어져 체중 증가, 관상동맥질환과도 연관 있다는 과거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체중 증가로 인한 비만은 당뇨병의 위험 요인 중 하나이며, 관상동맥질환은 당뇨병의 합병증이기 때문이다.

고용불안 관상동맥질환 위험 2배 이상 높여

실제로 이전부터 고용 불안정이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넘어서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 Johannes Siegrist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예로 들어보면, 남성 근로자 416명을 대상으로 약 6년간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실시한 결과 고용 불안정을 느끼는 근로자 또은 실제로 비정규직에 놓여있는 근로자는 허혈성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3.4배 이상 높았다. 또 직위가 부적절하면 4.4배, 노동 강도가 높으면 그 위험이 3.4배 높았다[Soc Sci Med 1990;31:10].

이 밖에 일에 따르는 보상이 낮거나, 고용 안전성이 불안정한 경우, 진급이 낮은 근로자는 고용 안정성이나 낮은 진급의 전망속에서 높은 업무 노력을 하고 있는 근로자보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3~4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Patient Educ Couns 1995;25:227-36].

2003년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원 Marianna Virtanen 박사를 필두로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고용불안정과 심근경색 발생과의 연관성을 공동으로 밝혀낸 연구도 꽤 흥미롭다. 연구팀이 2012년 10월까지 총 13개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며, 여기에 포함된 대상군만 해도 17만 4438명이였다[BMJ 2013;347:f4746].

분석결과 대상군의 연령을 보정하면 고용불안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한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1.32배 높았고[95% confidence interval 1.09 to 1.59], 사회경제적 지위를 비롯한 기타 위험요인 등을 보정하면 발병 위험이 1.19배 증가했다[1.00 to 1.42].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내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정에 따른 심근경색 발병 여부를 평가한 결과이다"면서 "그 발병 위험이 평균 2배로 드라마틱하게 높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신체적 증상을 넘어서 질병으로까지 이어질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생의 건강도 '적신호' 40대 고용불안,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어디 외국만의 문제일까? 미생이라 일컫는 대한민국 근로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한국진로교육학회 소속 연구팀이 근로자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그에 따른 심리적 신체적 반응 등에 대한 영향을 검증한 결과 고용 불안전 등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요인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먼저 15개 기업 전문가, 사무직 등 총 38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근로자들의 직무사건에 따른 스트레스 순위를 알아봤다. 그 결과 연령대별로 20대는 자기능력인정 30대는 직무 수행시 나타나는 사건, 40대 이상은 고용 불안전성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다.

고용불안, 직무 수행시 나타나는 사건 등으로 인해 받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심혈관질환, 통증 등이 최소 7%에서 최대 11%로 높았는데, 특히 고용 불안정, 조직체계 등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질환별로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심혈관질환은 고용 불안정, 조직문화, 이직 등이 주된 원인였고, △우울감은 낮은 자기존중감, △통증, 수행능력저하는 직무요구, △불면증은 조직체계, 조직문화, 고용불안정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한림대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심혈관 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 때문에 환자 진료 시 이 같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러한 관련성을 연구한 데이터 등을 토대로 환자의 직무스트레스를 포함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관리함으로써 단순히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에 대한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예방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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