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시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반응으로 간주하고 병적인 상태로 여기지 않아야
비약물적인 방법들로 호전이 없을 때 약물 처방
지진을 경험했거나, 관련 지역에 거주 중인 환자가 급성 불안 증세로 내원 할 경우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과 함께 발표한 진료지침 '9.12. 지진 이후 진료지침-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중심으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까지 지진은 다른 재난에 비해 압도적인 불안과 수면장애, 쉽게 놀라는 경향 지진과 관련한 반복된 생각과 기억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대게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반응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지만, 일부 피해자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적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성격 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다른 재난에 비교한 지진의 심리반응 특성을 보면 △압도적인 불안감 △늘 긴장하면서 쉽게 놀라는 경향 △지진과 관련된 반복된 생각과 기억 △주 지진 이후 찾아오는 여진에 대한 예기 불안 등이 동반된다.

이에 학회는 초진 시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반응으로 간주하고 병적인 상태로 여기지 않는 의료진의 태도가 환자를 안심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심리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주의깊은 평가가 필요하다. 즉 고위험군을 유념있게 봐야 한다는 것.
고위험군은 △아동 청소년(보호자와 헤어진 아동) △기존의 신체적 정신적 질환 혹은 장애인 △노인/임산부 △외국인 △자해 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사람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 △혼자 살고 있어 당장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 △이전에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사람이 포함됐다.
문진 전 재해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해도 될지 미리 환자에게 확인하고 진행할 필요성도 함께 권고했다. 재해 직후 체험의 내용이나 감정을 자세히 묻는 것은 오히려 증상 악화를 초래하고 사건 경험을 자꾸 재현하게 함으로써 이차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진을 경험한 소아 청소년에서 동반되는 불안 등도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겠다. 학회는 지침서를 통해 "소아청소년의 경우 불안을 잘 인식하지 못해 분노나 학교생활 문제 등 행동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항시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벤조디아제핀…가급적 처방 자제

치료는 안정화와 교육을 기본으로 경증의 경우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교육에는 복식호흡, 근육이완, 명상, 기타 심상훈련 등을 비롯한 시회적 연결 강화 취업과 취미활동 등이 있다.
다만 학회는 환자에서 불면이 지속적인 경우 낮에 활동 시간을 늘리고 누워서 지내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돼 꼭 필요한 경우 수면제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비약물적인 방법들로 호전이 없을 때 약물을 처방하고, 목표 증사에 대해 단기가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약물에는 프로파노롤(30~80㎎/d) 벤조디아제핀 등이 있다. 프로파노롤는 불안의 신체증상이 심한 경우에 처방하고 반감기가 짦으므로 하루 10, 10, 10㎎으로 3번 분복으로 시작해 용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벤조디아제핀은 초기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거의 없고 오히려 금단과 남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한 사용은 권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수면제 처방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 필히 취짐 전에 복용하고, 5 또는 10㎎/d(CR정의 경우 6.25㎎)으로 시작하도록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창수 홍보기획이사(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재해 후 1개월 내 급성스트레스장애, 우울증, 자살 고위험군, 알코올 중독 등 물질 남용의 악화 증세를 보일 경우 필히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 비약물적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주기적으로 관찰해 증세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 '단기간'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