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경기도의사회 성명서 발표... 직능 간 경계 무너지고 과잉진료 우려

법원이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까지 '면허범위에 맞는 합법적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당혹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판단"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치과의사 안면부 미용시술을 제한하거나,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태라 고민이 깊다. 

대법원은 28일 환자의 얼굴에 미용목적으로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시행,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씨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A씨는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날 대법원 판결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실상 치과의사의 안면부 프락셀 레이저 시술은 '합법'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에 한달 앞서 진행된 치과의사 미용목적 보톡스 시술 사건과 관련해서도 '합법'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마찬가지로 안면부 보톡스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들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로, 치과의사들은 앞으로 안면부 보톡스 시술, 안면부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위법성 여부'에 대한 부담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각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것은 의료법에 정한, 면허제도의 근거를 뿌리채 흔드는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의 만연으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역행하며, 의료행위를 전문적 지식과 경험 여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시술을 강제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의협은 더 이상의 분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각각의 면허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백 수천가지에 달하는 의료행위를 면허별로 나눠 법률에 일일이 나열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의료법을 일부 수정해 각각의 면허범위를 포괄적으로 재규정한다 하더라도 향후 개별행위를 두고 유사한 분쟁이 재발할 소지가 남게 되는 탓이다.    

치과의사협회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국민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치협은 "안면이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판결"이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치과 진료영역에 대한 소모적인 법적 분쟁, 왜곡이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9일 대법원은 미용 목적의 피부레이저 시술을 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에게 무죄가 확정했다.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피고는 치과의사로서 치과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의 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이번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치과의사도 안면부에 대한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치과의사 레이저 판결은 치과의사의 안면부 레이저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보톡스 시술에 이어 안면부 레이저 시술도 면허 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을 우리 11만 의사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의사회는 "레이저는 오랜 교육과 수련을 요하는 의학에서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시술 후 다양한 종류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중 상당수는 비가역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침습적(invasive)인 시술임은 주지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이 편하면 국민의 건강권이나 안전은 소홀히 되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판결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이 직능 간 경계가 무너지고, 비정상적인 과잉진료를 유발해 최종적으로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향후 국회나 복지부는 관련법규정을 재정비해 이와 같은 직능 간 갈등과 과잉진료를 예방해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는데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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