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개변론…의협-치협간 법정 밖 싸움도 치열

▲ 대법원은 지난 19일 대법정에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치과의사 A씨의 보톡스 시술 행위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행위가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의협과 치협, 두 의료계 단체의 법정 밖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대법정에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치과의사 A씨의 보톡스 시술 행위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치과의사가 미간과 눈가 등에 대해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이 처벌 대상인지를 두고 피고인과 검찰 측이 공방을 벌였다.

피고인 정모 씨는 지난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름치료를 위해 두 차례 보톡스 시술을 했다가 1·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처분 받았다.

1차 대격돌, 검사 VS 변호사

피고인 측 홍석범 변호사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진료영역이고 안면은 치과영역에 포함되는 만큼 안면 미용성형이나 재건을 위한 외과행위는 치과의사에게 허용돼야 한다”며 “안면영역은 치과의료행위의 진료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일부에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보톡스는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고 부작용도 사라진다”며 “안면부 보톡스의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 요소가 높지 않고 치과의사의 진료 영역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수형 변호사 또한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도 치과의사의 보톡스 치료를 인정하고 있다”며 “의학과 치의학은 상호 교류를 통해 많은 발전을 이뤘고 이미 치과계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안면 보톡스 시술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면 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김해수 검사는 “의료법상 면허 제도 취지에 비추면 특정 의료인이 의료범위 외 교육을 받았어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면허범위를 넘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치과의사는 치아를 포함한 구강의료로 면허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어,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 및 구강조직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행위로 외국에서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되는 요건과 우리나라의 요건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악안면 부위 진료행위는 치과의사 면허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보톡스 시술행위 역시 공중위생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2차 대격돌, 양측 참고인들

대격돌은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양 측의 참고인으로 참석한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격돌이 일어났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부규 교수는 “치과의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는데 치과의사는 오래전부터 안면외상 및 미용환자를 치료했고, 의과보다 4년 먼저 치과에서 턱얼굴성형외과학회가 만들어져서 시작을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구강악안면’은 구강과 악 및 안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과의 가장 오래된 전문 과목으로 시작됐을 뿐 아니라 학회 역사 역시 길다”면서 “치과대학 학습 과정 중 악안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고 실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톡스 시술은 1987년 미국 FDA 승인 후 1건의 사망사고도 보고되지 않았고 부작용도 일시적으로 보톡스 부작용의 경우 치과의사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과의 필수적 시술로 세계 치과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치과의사의 악안면 부위에 대한 미용성형, 재건 의료행위는 허용해야 한다”며 “보톡스 시술을 금지할 경우 기존 치료목적의 진료가 위축될 뿐 아니라 안면 외상 처치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검사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가톨릭대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는 구강악안면외과가 치과의 한 전문과목이기 때문에 치과의사가 안면부 전반에 걸친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강 교수는 “일반인의 상식과 사회통념상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는 치아와 구강”이라며 “외국과 우리의 면허제도가 다른 상황에서 ‘악안면’에 대한 외국의 정의를 국내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순수 치과 전문 과목이 아니라, 의학의 악안면과 치의학의 구강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순수 치과영역인 구강외과가 구강악안면외과로 이름만 바꿨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강악안면의 정의를 눈가나 미간을 포함하는 안면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면허체계에 어긋난다”며 “보톡스에는 다수의 부작용이 있고 치과의사는 전신질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이를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론에서 심리된 내용과 기타 자료 참조해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3차 대격돌, 의협 VS 치협

▲ 치협 최남섭 회장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했다.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은 법정 내에서의 대격돌로만 끝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법정 밖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공개변론이 열리기 전 치협과 구강악안면학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치과의사의 보톡스·필러 시술은 명백한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라고 주장했다.

이종호 부 비대위원장은 “치과의사는 보톡스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고 후유증 처치에도 아주 능숙하다”며 “해외 현황을 보면, 미국에서는 29개주에서 미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바다주 및 일부 주에서는 간호사와 치과위생사도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이 가능하고, 영국이나 프랑스·브라질 등에서도 순수 미용 목적의 안면 보톡스 시술이 치과의사에 허용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간영역의 주름에 관련해서 이 위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안면 주름은 씹는 근육이나 저작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얼굴 전체의 긴장으로 인해 미간이나 눈가 등의 주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름을 만드는 안면표정은 건막, 근-근막으로 씹고 말을 하거나 삼키기 위한 입 운동과 연결돼 있다”며 “근긴장이나 부조화는 미간이나 눈가를 찌푸리게 해 턱관절 치료나 안면통증 치료 시 동반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치과 전문과 10개 중에 구강악안면외과·구강악안면방사선과·구강악안면벙리과·치과교정과 등 4개과가 안면진료가 가능한 과목으로 국가가 인정한 전문의 과목으로 그동안 치과의사가 진료해온 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료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의협은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무면허의료행위’란 공식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의협에 따르면 대학구강악안면학회는 1959년 ‘대한구강학회’로 설립된 단체로서, 치과의사단체가 자신의 진료영역을 넓히기 위해 1984년 명칭을 바꾼 것이다. 구강악안면 치과전문의가 배출된 것은 9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 의협 추무진 회장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했다.

또 ‘구강악안면외과’의 치료 영역은 얼굴 전반부가 아닌 치아와 턱에 해당하는 부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학용어의 사례에 부합하므로, ‘악안면’을 ‘안면’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구강악안면외과가 치과의 한 전문과목이므로 치과의사가 안면 전반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에 대해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가 순수한 치과의 전문과목이 아니라 의학의 한 분야인 악안면외과와 치학의 한 분야인 구강외과가 융합된 전문과목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반면 우리나라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순수한 치과의 영역인 구강외과가 단순히 이름만 구강악안면외과로 바뀐 것으로서 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외국의 경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위해서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 2중 면허 취득은 물론 의학 수련과정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영국을 비롯한 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에서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모두 갖춘 2중 면허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이어 의협은 “대부분 외국의 경우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동시에 취득해야하고, 치과 수련과정 외에 의학 수련과정이 필수”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수련과정이 3년으로 짧고 치과에서만 교육과 수련을 받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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