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 등 개선효과 미미

리라글루타이드, 심혈관 안전성은 잡았지만…

GLP-1 수용체 리라글루타이드가 심부전 치료제에 도전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급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FIGHT 연구에서 위약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 및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키지 못했기 때문.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Kenneth B Margulies 교수팀 주도하에 이뤄진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에서 결과가 일부 발표됐고, 올해 JAMA 8월 2일자 온라인판에 공식 게재됐다.

Margulies 교수는 "리라글루타이드의 심부전 진단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 치료 가능성을 알아봤다. 예상과 달리 결과는 부정적이였다"면서 "환자들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 등을 비롯한 삶의 질을 평가했을 때 개선효과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급성 심부전증으로 입원한 환자 300명을 리라글루타이드군 154명, 위약군 146명으로 무작위 분류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대상군은 최근 3개월 동안 좌심실박출계수(LVEF)가 40% 이하였다. 특히 좌심실 박출계수가 55% 이상이면 정상이고 이보다 떨어져 있으면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일반적으로 좌심실 박출계수가 40~45% 이하로 떨어져 있으면 심부전증 증상이 없더라고 치료가 필요하고 35% 이하이면 중증 심부전증으로 진단한다.

이에 대상군 대부분이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등 심부전 치료제를 복용 중이였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세 였으며, 21%가 여성, 79%가 남성, 59%은  LVEF가 24%인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였다.

이 밖에 고혈압, 심방세동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를 비롯한 체질량지수(BMI)는 평균 33kg/㎡, 심부전 정도를 평가하는 NYHA II와 II에 해당하는 환자군도 함께 포함됐다.

베이스라인은 평균 LVEF가 25%[IQR, 19%-33%], NT-proBNP 레벨은 평균 2049pg/mL[IQR, 1054-4235 pg/mL]로 지정했다. 그 결과 총 300명 중 271명이 연구를 모두 마쳤다.

"심부전 입원률, LVEF 개선시키지 못해"

결과를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환자는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에 차이가 없었는데, 각각 리라글루아타이군은 12%(19명) 위약군은 11%(16명)였다[HR 1.10 95% CI, 0.57-2.14]; P=0.78].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에서도 리라글루타이드군이 41%, 위약군은 34%로 리라글루타이드군이 오히려 7% 더 높았다[HR 1.30 95% CI, 0.89-1.88, P=0.17]. 단 고지혈증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 10%(16명) 위약군은 18%(27명)으로 위약군에서 8% 더 높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초기 심부전 진단을 받은 환자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이 하나 예로 든 지난 6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에서 발표된 LEADER 연구결과를 보면,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이 13% 감소했다(P =0.01 for superiority).

여기서 MACE는 심혈관사망은 물론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인 뇌졸중 등의 발생률로 정의했다.

"잃은게 있으면 분명 얻은 것도 있다"

이처럼 리라글루타이드의 심부전 치료제 가능성을 알아본 임상연구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넓게 보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 이견이다. 체중감소 효과부터 최근 논쟁의 중심에 섰던 심혈관 안정성까지 입증됐기 때문이다.

FIGHT 소규모 하위분석연구에서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가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했을 때 체중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기간별로 30일 90일 180일로 보면 평균 5㎏ 감소했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이다.

Margulies 교수는 "심부전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리라글루타이드가 체중감소 효과는 물론 확인 했지만, 과연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같은 불확실한 부분을 LEADER 연구가 확실히 해결해줬다"고 제언했다.

A1C 개선효과도 톡톡히 봤다

실제로 심혈관위험 요소를 동반한 고위험 제2형 당뇨병 환자 9340명을 대상으로 한 LEADER 연구를 보면, 리라글루타이드군 4668명 중 608명 즉 13%에서 MACE 위험도가 13% 낮았다. 이는 4672명이 포함된 위약군에서 694명(14.9%)인 것과 비교했을 때 1.9% 더 낮은 수치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도 리라글루타이드군이 219명으로 4.7%를 기록했다면, 위약군은 6.0%인 278명으로 59명 더 적었다(hazard ratio [HR] 0.78; 95% CI, 0.66 to 0.93; P=0.007).

모든 원인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경우, 리라글루타이드군이 381명(8.2%), 위약군은 447명(9.6%)으로 역시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에서 66명 적었고 수치상으로도 평균 15% 낮았다(8.2% vs 9.6%, P = .02).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대상군 가운데 당화혈색소(A1C) 수치가 7.0% 또는 그 이상인 환자들의 A1C 개선 효과도 톡톡히 봤다.

약 36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리라글루타이군에서 A1C가 약 0.40%가 감소했고(95% CI, -0.45 to -0.34), 체중도 2.3㎏ 줄어(95% CI, 2.5 to 2.0) 통계적으로 유의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이 밖에 수축기혈압은 리라글루타이드군에서 12㎜Hg 낮았고(95% CI, 1.9 to 0.5) 확장기혈압은 위약군보다 0.6㎜Hg 증가했다(95% CI, 0.2 to 1.0).

Margulies 교수는 "LEADER 연구결과를 비롯한 지금까지 나온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리라글루타이드가 초기 심부전,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FIGHT 연구결과를 계기로 이미 심부전이 진행된 환자에서는 리라글루타이드를 환자의 치료(당뇨병 포함)를 위해서라도 처방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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