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의 진화⑥ -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2008년 티아졸리딘디온계열 경구혈당강하제인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당뇨병 약물에 대한 '심혈관 안전성 입증'을 필수조건으로 추가했다. 2·3상 임상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자료를 제출토록 했고, 시판 후 연구에서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한 것. 이때의 통계적 유의성 기준으로는 '신뢰구간(CI) 95%, 위험비(risk ratio) 1.3 미만'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이후 DPP-4 억제제를 필두로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심혈관 안전성 입증을 위한 연구들이 나왔고, 현재까지 일단은 '합격점'을 받는 분위기다. 일부 약물은 안전성 입증을 넘어 혜택까지 보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혈관 아웃컴 연구 및 사후분석 연구에서 안전성 및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결과도 함께 제시되고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런 상황에서 대한당뇨병학회 김재현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심혈관 위험을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었다.
 

- 당뇨병 약물의 심혈관 안전성 검증에 대한 경향은?
당 뇨병 약물에 대한 심혈관 안전성 연구 목적은 크게 2가지다. 당뇨병 환자의 약물 복용 유무와 상관없이 대상군을 정해놓고 혈당을 효과적으로 낮추는지를 관찰하는 것과 또 하나는 약제의 실질적인 안전성을 정밀분석하는 것으로 나뉜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리라글루타이드의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LEADER 연구를 비롯한 ELIXA 연구(릭시세나타이드), EMPA-REG OUTCOME 연구(엠파글리플로진), PROactive 및 IRIS 연구(피오글리타존), UKPDS(메트포르민) 등은 모두 심혈관 안전성 등을 포함한 약물 안전성을 알아본 연구다.

- 최근 리라글루타이드가 LEADER 연구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을 보였다. 이 연구결과만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 전체 심혈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나?
LEADER 연구만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 전체의 심혈관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까지 조심스럽다. 하지만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에서 체중감소 효능이 우수했기 때문에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환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먼저 사용토록 권고하는 등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전략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은 미쳤다고 본다.

- EMPA-REG OUTCOME 연구가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해 관심을 모았지만, 부작용 역시 포착됐다. 처방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EMPA-REG OUTCOME 연구에서 엠파글리플로진 복용군에서 신장기능 악화 속도가 지연된 반면 소변량이 증가했다. 소변을 통해 당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질염, 신우신염, 패혈증 등의 발병 위험이 있어 특히 고령환자는 처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소변량 증가 외에도 케톤산증 발병위험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금식을 오래하거나,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한 환자에서만 발생하는 것일 뿐 모든 환자들을 케톤산증 발병 위험 범주로 보는 것도 곤란하다. 환자들이 식습관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피오글리타존은 최근 IRIS 연구에서 심혈관 혜택을 보였다. 심부전이나 골절 위험이 증가해 안전성을 따져봤을 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IRIS 연구에서는 혈압을 제외한 혈당과 뇌졸중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심부전 위험과 골절 위험도 함께 보고됐다.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발병 위험이 위약군 대비 20% 이상, 당뇨병 발병 위험 역시 52% 감소했다. 반면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골절, 체중증가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결국 환자들에게 피오글리타존을 처방할 때 약물의 이득과 부작용 위험을 평가함에 있어 신중히 고려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 최근까지 발표된 당뇨병 약물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결과가 앞으로의 약물 처방 패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약물 간의 선택 기준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처방 패턴, 즉 치료 지침서가 전반적으로 바뀌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선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들을 소개하는 아주 작은 변화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ADA 가이드라인은 각 약물의 심혈관 아웃컴 결과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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