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수가제 대신할 '의원 의료 질 제고' 대책...내년 상반기 시행 목표

진료시간에 비례해 수가를 가산하는 이른바 '진찰시간 가산제'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20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정부가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환자 진찰시간 가산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차등수가제 폐지에 따른 일종의 후속대책이다. 

실제 성공여부를 떠나 그간 정부는 차등수가제의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꼽아온 바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의 숫자를 제한함으써 '3분 진료'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는 차등수가제 폐지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가입자단체들은 차등수가제를 폐지할 경우 이를 대신할 새로운 의원급 의료기관 질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진찰시간 가산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등수가제가 환자 수를 제한하는 패널티를 통해 의료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었다면, 진찰시간 가산제는 수가라는 유인책을 통해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질 향상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질 관리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당초 차등수가제 폐지와 시간가산제 도입을 병행할 예정이었으나, 차등수가제 폐지 요구가 워낙 강한데다 시간가산제 연구용역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차등수가제를 우선 폐지하게 됐다"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의원급 진찰시간 가산제 모형도출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료 시간에 비례한 보상, 진료과목 구분없는 가산제 적용을 원칙으로 시범사업과 연구용역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가산제 도입요구가 있으나, 우선은 의원급부터 시작한다"고 부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과의원 외래 진료 질 담보 및 비용관리를 위한 진찰료 수가모형'

시범사업 모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내놓은 ‘의과의원의 외래 진료 질 담보 및 비용관리를 위한 진찰료 수가모형’ 보고서의 제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구진은 새로운 진찰료 수가모형으로 ‘진찰시간 가산제’를 제안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기본 진찰료에 시간가산에 따라 수가를 추가하는 방안 ▲아예 독립적인 시간기준 진찰료를 신설해, 의료인이 기존 기본 진찰료와 시간기준 진찰료 중 선택해 청구하도록 하는 방식 2가지 모형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진찰시간에 대한 가산 정책이 없어 의사의 업무량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기존 진찰료 정책의 대안으로 진찰료 가산제도 강화, 세분화 등의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외래 진찰료 비교연구 결과를 내놓고, 진료시간에 따른 보상체계 부재가 국내 의료 질 향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료시간에 비례해 수가를 가산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진료시간이 10분 미만이든, 1시간 이상이든 동일한 금액을 보상, 충분한 진료시간을 제공할 유인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 진료시간이 10분일 경우 5만 2173원 ▲20분 8만 9075원 ▲30분 12만 8951원 ▲45분 19만 6809원 ▲60분 24만 6862원으로 초진료를 차등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1만 4410원(의원급 의료기관 기준)의 동일한 금액이 적용된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미국은 환자의 질병과 건강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한국-미국 진료시간에 따른 외래 초진료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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