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탄핵 등 돌발 상황으로 회의 지연…사전 분과회의 효과도 미비

▲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4일 더케이호텔에서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항상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되던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의 풍경이 이번에도 ‘또’ 되풀이 됐다. 정족수가 모자라 의결해야 할 안건을 남겨놓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4일 더케이호텔에서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기총회를 앞두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시간이 늦어져 정족수 미달이란 변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여러 안배를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대의원회 4개 분과위원회를 총회 전날 사전 논의를 진행하는 것. 4개 분과 중 법령 및 정관 분과위원회와 사업 계획 및 예산 결산 분과위원회가 사전 분과회의를 여는 것처럼 이번엔 제1토의·제2토의도 사전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전 분과회의의 효과는 미미했다. 평소보다 논의시간이 줄긴 했지만 유의할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회의록 작성도 늦어져 본회의 속개를 선언하고도 분과위원회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지난해 정기총회와 똑같은 모습이 속출했다.

▲ 정기총회가 늦어지자 지방에 거주하는 대의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있다.

결국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하나 둘씩 대의원들이 자리를 떴고,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 보고 및 의결이 진행될 때는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지난해 정기총회와 같은 일이 벌어지자 한 대의원은 “의협 정기총회 참석한지 15년째인데 오늘도 시간에 쫓기다 정족수 미달되는 모습을 또 봤다”며 “계속 이런 모습이라면 앞으로 의협 발전은 없다”고 일갈했다.

절반만 인정된 감사보고서…김세헌 감사 탄핵안도 제출돼

사전 분과회의의 미미한 효과만큼이나 정기총회의 시간을 잡아먹은 사건이 또 있었다. 감사보고서 채택과 김세헌 감사에 대한 탄핵 문제였다.

먼저 감사단은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며 특정 항목을 삭제한 채 보고했다. 이원우 수석감사는 “대의원회 운영규정에 대한 논란이 극심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삭제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언론에서도 이미 다뤄진 보고서 19번, 20번으로 직선제로 대의원을 선출한다는 내용의 ‘정관 개정’ 시행 시기에 대한 해석차이가 발생하면서이다. 해당 내용이 대의원회를 정조준한 감사로 여겨져 갈등의 씨앗이 된 것.

이에 전임 감사로 활동했던 좌훈정 대의원은 “감사단이 대의원회 운영 규정 감사한 내용을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감사보고서 때문에) 자칫 1년 동안 대의원회 회무가 무효가 될 뻔 했다”며 “이건 사람 뺨을 때려놓고 손이 잘못 나갔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단이 집행부에 대해선 솜방망이 감사로 일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좌 대의원은 “이번 감사보고서를 보니 참담하다. 감사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며 “집행부가 의료계의 수많은 현안들이 있고 원격의료 저지에 대한 부족함, 현대의료기기 사안 등 놓친 사안이 많은데 감사보고서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동욱 대의원도 “원격의료가 가장 현안이며 한의사 의료기기 투쟁을 해야 하는데 집행부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을 했더니 현직 감사가 복지부 눈치 때문에 적을 수 없다고 했다”며 “이것이 회원을 위한 감사인지 복지부를 위한 감사인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세헌 감사와 이동욱 대의원이 감사 탄핵안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대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회계감사는 ▲채택 172명 ▲반대 7명 ▲기권 3명으로 무난히 통과됐지만 회무감사는 ▲채택 58명 ▲반대 119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감사단과 대의원들의 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동욱 대의원이 대의원 87명의 동의를 얻어 김세헌 감사에 대한 탄핵안까지 제기한 것.

감사 자진사퇴 등 여러 의견이 충돌하는 소모적 논쟁이 벌어진 끝에 임수흠 의장은 “감사 탄핵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 등 확인절차를 밟아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해달라고 요청해 문제가 일단락 됐다.

KMA Policy 통과, 최고 수확인가?

이번 정기총회 최고의 수확은 2년여간 준비해온 'KMA Policy'가 통과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것이다.

‘KMA Policy’는 의료정책, 의학정책, 의료윤리, 정관 및 예규 등 의협과 관련돤 모든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으로 지난 정기총회에서는 의결 정족수 미달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KMA Policy를 위해 의협 집행부, 대의원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위원회를 구성, 여러 가지 준비를 한 끝에 이번 정기총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세부 안건들이 통과되지 못하는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 보고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통과를 못하게 되자 KMA Policy가 통과 되도 통과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 돼버린 것.

이에 의협 추무진 회장은 “정관이 통과됐다고 해서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있는 날부터 시작된다”며 “현재 정관과 관련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통과될 때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사퇴권고안 폐기, 한숨 돌린 추무진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경남도의사회에서 발의된 추무진 회장의 자진사퇴권고안을 심의했다.

▲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에서 추무진 회장에 대한 자진사퇴권고안이 논의됐다.

경남도의사회 정인석 대의원은 “추무진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회무와 행보를 보면 의료계의 대원칙에 반하는 회장으로 보여진다”며 “지난 1월에 추무진 회장 사퇴 청원서 7063장을 임수흠 의장에게 전달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추무진 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잘 하겠다고 했는데 한방 현대의료기기, 원격의료 대응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등 바뀐 부분이 없다”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해결을 위해 의료일원화를 밀실에서 추진하는 위험한 발상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성호 대의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정관에 대의원 1/3의 서명을 받아 불신임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절차가 있다”며 “이런 식으로 자진사퇴권고안을 올리는 건 정상적인 절차라 볼 수 없어 자동 폐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동욱 대의원은 “사퇴안은 정치적인 선언으로 추 회장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나 민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사퇴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고 추 회장이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심기일전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박철신 대의원은 “사퇴안을 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집행부가 아청법, 공정위 과징금도 해결했고, 당기순이익도 늘렸다”며 “추 회장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이어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권고안 폐기에 대한 표결 결과, 찬성 41표, 반대 9표, 기권 1표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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