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리비우지 않았다면 적절한 치료 받을 수 있었다” 판결

입원환자에게 호흡곤란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병원으로부터 전화연락까지 받았음에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당직의사에게 법원이 주의의무 위반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B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호흡기 및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던 A씨는 지난 2013년 5월경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B학원이 운영하는 B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하기로 한 날에 A씨에게 호흡곤란과 통증 증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간호사들은 당직의사인 C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제대로 연락되지 않았고, 약 15분 가량이 지난 후 비로소 전화연락이 됐지만 C씨는 A씨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간호사들로부터 전해들은 증상만을 기초로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신염에 관한 검사를 시행하다록 지시했을 뿐 A씨의 호흡곤란과 통증 등을 완화하기 위한 처치는 전혀하지 않았다.

여기에 C씨는 그 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고 A씨가 사망할 때까지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통증을 호소한지 1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선임전공의인 D씨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D씨 역시 C씨가 지시한 요로결석과 급성신우신염에 대한 검사결과만을 기다렸을 뿐 실질적인 처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담당의사인 E씨가 출근해 직접 관찰하면서 대량폐쇄성폐질환과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의심하고 심장내과 당직교수와 상의해 이에 대한 검사 및 치료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나 A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결국 심정지가 발생, 사망에 이르게 됐다.

A씨의 유족들은 “야간당직의사인 C씨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연락조차 되지 않아 응급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2시간을 아무런 조치없이 허비해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D씨 역시 담당교수와 상의해 적절한 지시를 받았어야 했지만 C씨의 지시로 시행된 검사결과만 기다리는 등 부실한 초기대응으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 측은 “C씨가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A씨의 주증세는 오른쪽 옆구리의 통증과 발열이었으므로,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신염을 의심해 이에 관한 검사를 지시한 것은 의학적으로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A씨의 사망원인은 폐색전증으로 추정되는데 이 같은 증세가 나타난 것은 담당의사 E씨가 A씨를 관찰하기 직전부터이고, A씨가 사망한 것으로 그로부터 40~50분 후이므로 C씨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거나 의료진이 폐색전증에 대한 치료를 일찍 시작했더라도 의학적 관점에서 A씨의 사망은 불가피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야간당직의사는 입원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야간의 응급상황에 긴급히 대처해야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A씨가 호흡곤란과 통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한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2시간 이상 C씨는 자리를 비웠을 뿐 아니라, 전화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며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폐와 심장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였고, B병원의 입원 기간 동안 기저질환이 모두 파악돼 진료기록에 기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단지 간호사로부터 전해들은 증상만을 기초로 요로결석과 급성신우신염만을 의심하고 이에 대한 검사만을 지시했을 뿐, 호흡곤란 증세에 대해서는 어떤 검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오진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폐색전증 등의 의심증세가 급격히 발현된 것은 E씨가 출근하기 20여분 전이고, A씨는 이로부터 약 1시간 후 사망했다”며 “A씨의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급성의 대량폐색전증은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점 등에 비춰보면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다소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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