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의 대여한 것 맞다” 항소 기각 판결

비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해준 적이 없다며 발뺌을 하던 법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해 4억여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돌려줄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A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A법인은 인천 모 지역에 B병원을 개설했는데 건보공단은 지난 2013년 1월 비의료인인 C씨가 A법인에게 1억원을 명목상 기부하고 월 200만원을 사용료로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법인의 명의를 빌려 B병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익신고를 받았다.

이에 건보공단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A법인의 대표자 D씨와 C씨에 대해 2015년 3월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C씨에게는 징역 8월을 D씨에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보호관찰, A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같은 범죄사실이 인정되자 건보공단은 A법인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3억 9398만 2950원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A법인은 “C씨에게 명의를 대여해준 사실이 없음에도 그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관계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과실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게 됐고, C씨로 인해 손해만 있었으며, 이 사건 처분은 수진자에게 행한 정당한 대가까지 전부 몰수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법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씨는 수사기관에서 A법인의 명의를 빌려 B병원을 개설해 운영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D씨에게 매월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며 “D씨는 법인 명의를 빌려주지 않았고, B병원을 운영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 A법인은 B병원의 운영에 대한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고 C씨가 자신의 대출금으로 B병원의 적자를 메꿨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형사재판에서 A법인은 C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700만원을 선보받았고, 이에 관한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B병원은 C씨가 A법인의 명의를 차용해 개설한 것으로 명의차용 의료기관 개설·운영 금지 규정에 위반된 의료기관”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원상회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운영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요양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관리할 공익적 필요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D씨는 C씨로부터 일정한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면서 A법인의 명의를 대여했는바 이를 단순한 관계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건보공단의 처분이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불복한 원고 측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기 때문에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는 “법인과 관련된 사무장병원의 유형은 총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의료인이 허울뿐인 법인을 만들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두 번째 유형의 사무장병원”이라며 “현재 건보공단은 의료기관개설관리지원단을 신설하고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의료기관이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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