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과잉진단, 무엇이 문제인가(上)
이에 미국내과전문의인증기구재단(ABIM Foundation)은 불필요한 검사와 과잉진료를 피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의사회 주도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이제 영국, 독일을 넘어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12개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내에도 이같은 캠페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온다.
고려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한국인 1인당 연간 의료기관 방문 횟수는 13.2회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면서 "15년 새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3배 이상 늘어났다지만 과연 질환에 의한 사망률까지 감소했는지는 의문이다.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가 국내 의료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자 늘어나는데...사망률은 수년째 '부동'
사실 무작위대조임상(RCT) 같은 직접적인 근거제시가 불가능 하다보니 과잉진단의 검증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암진단 건수가 증가하지만 사망자수는 늘지 않을 때 과잉진단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실제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우와 구분한다. 즉, 검사의 민감도가 올라갈수록 과진단을 유발하지만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스턴의과대학 렌다 위너(Renda S. Wiener) 교수는 "CT 폐혈관조영술(CTPA) 도입 이후 폐색전증 진단은 크게 증가했지만 환자 사망률 변화는 미미했다"며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작은 크기의 색전까지 검출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CTPA가 도입되기 전(1993~1998년) 인구 10만명당 62명 선에 머물렀던 폐색전증 발생률이 도입 이후(1998~2006년) 약 112명으로 8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폐색전에 의한 사망률은 10만명당 12.3명에서 11.9명으로 3% 감소에 그쳤고, 출혈 등 항응고요법의 합병증은 10만명 당 3.1건에서 5.3건으로 71%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림>.
위너 교수는 "폐색전증이 늘었다기 보다는 진단검사의 증가가 과잉진단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불필요한 치료는 도리어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비슷한 현상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2012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 신규진단자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 반해 사망자수는 큰 차이가 없다.
안형식 교수는 "갑상선암은 물론 유방암과 전립선암 역시 과잉진단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과잉진단이 꼭 검진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암의 경우 조기검진이 과잉진단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