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다" 비판에 메르스 사과 논란 등 설화까지 '굴곡'... 꼬인 실타래 차근차근 풀자

▲큰 절하는 추무진 회장. 추 회장은 지난 3월 선거를 통해 재선을 확정지은 뒤, 큰 절로 회원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8월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현재까지 2기 추무진 호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운 상황. 다만, 최근 들어 분위기 전환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굴곡 많았던 100일, '무추진' '역추진' 비아냥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진행된 제 39대 의사협회장 선거에서 1만 3780표 가운데 3285표를 획득(득표율 23.84%), 연임을 확정지었다.

당시 '보궐 회장' 신분이었던 추 회장은 의협의 안정과 회무추진의 연속성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회원들에 '재신임'을 묻는 정면승부를 벌였고, 다수 회원의 선택을 받았다.

의협 회장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2001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당시 추 회장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협회의 안정을 바탕으로 강한 의협을 만들고, 이를 통해 회원들을 위한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추 회장의 이 '약속'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의사 회원들은 의협의 보다 공격적인 모습, 피부에 닿는 성과를 요구했지만 추무진 호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무추진'이라는 비아냥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

▲추무진 의협회장

대표적인 것이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이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의료재난상황에서 의협이 이렇다 할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안타까울 일"이라고 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이를 정책 이슈로 연결시켜 보건정책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한다"며 "모처럼 여론도 의료계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상황이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의료계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노인정액제 등 각종 현안 해결에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재선 후 집행부가 가져온 정책성과가 무엇이 있느냐"며 "대관(복지부와의 정책협의)업무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의협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느냐'는 의사 회원들의 불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진석 논란' '메르스 의사 사과' 불통 회무에 민심도 '뚝'

지난 100일새 추무진 회장에게 따라붙은 꼬리표가 하나 더 있다. 이른바 '역추진' 논란이다.

의사 회원들의 민심을 읽지 못하고, 일을 오히려 역방향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뜻에서 나온 오명으로 다수 회원은 이진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의 임명 등 인사논란과, 메르스 의사 사과 사건을 추 회장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고 있다.

앞서 추무진 회장은 5월 1일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를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으로 임명했다.

이진석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학자로, 포괄수가제 논란 등 각종 보건의료 이슈와 관련해 번번이 의료계와 대책점에 섰던 인물. 이 교수의 집행부 합류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큰 논란이 일었으나, 추 회장은 세 달이 지난 지난달 20일에서야 "중장기적인 정책을 협회에서 주도하자는 취지다. 문제가 되면 임명권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해명을 내놨다.

추무진 회장이 침묵하는 3개월간, 논란은 지속 확산돼 유화진 법제이사와 임익강 보험이사 등 다른 신임 집행부 인사들도 논란에 시달렸다.

유 이사는 2013년 의료분쟁소송에서 환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아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왔던 전력이, 임 이사는 진보적 정치성향이 이유가 됐는데, 이를 두고 추무진 회장이 의사들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사를 강행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35번 메르스 의사 발생 후 추무진 회장이 했던 사과도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앞서 추무진 회장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다수의 일반인을 접촉했다는 서울시의 발표로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확실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전문가 단체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을 초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미였겠지만, 해당 확진 판정 의사가 "서울시의 주장은 거짓이며,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고 부터는 엄격히 자가격리를 했다"고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데다, 다수의 의사가 해당 의사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섣부른 사과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현안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데다, 일반 의사회원들의 정서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을 지적받으면 회원들의 뜻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텐데, 여론에 대한 피드백이나 그에 대한 대응도 신속하지 못하다"고 평했다.

"이제 갓 100일이 지났을 뿐...달라질 것" "도와주자"

일각에서는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회원들의 평가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다수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논란 강경대응, KMA Policy 제정 추진 등을 추무진 회장의 공으로 꼽으며, 의협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의료계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원로 인사는 "추무진 회장이 취임한 지 이제 갓 100일이 지났다"며 "재선 회장이다보니 평가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의협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고, KMA Policy 제정 또한 의료계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추 회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뒷말이 있는 것으로 아나, 의협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힘을 보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은 집행부의 몫이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추무진 집행부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왜 의사회원들이 이를 몰라주는 지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추 회장의 가장 큰 장점은 부지런함에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돌아선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집행부가 작은 것이라도,  회원들의 피부에 와닿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의협이 조직변화를 통한 회무추진 강화를 선언한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