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중환도 문제없다" 근거강화 지침 나와

▲ 에크모모식도 (자료제공: 에크모연구회)

중증 메르스(MERS)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에크모(ECMO) 가이드라인'이 한층 강화된 근거수준을 안고 돌아왔다.

국내 메르스 환자 및 사망자수가 급증함에 따라 서둘러 '메르스 에크모 적용 권고안'을 냈던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이정렬) 에크모 연구회(회장 성기익)는 22일 보다 명확하게 적용기준을 정리한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을 발표했다.   

신종바이러스인 만큼 메르스 환자에게 에크모가 적용됐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고, 전문가들간 합의점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출판된 기존 논문들을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에크모학회(ELSO), 사우디아라비아 질병관리국 등의 권고사항과 우리나라 환자 8명의 치료경험까지 참고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전국적으로 '에크모 핫라인'을 운영하자는 데 보건복지부, 병원협회와 합의를 마친 상황이라 이 둘을 잘 활용한다면 환자관리는 물론 의료인력 활용에 있어서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가이드라인 서두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시 에크모의 역할에 대한 학술적 근거는 많지 않으나 과거 H1N1,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부전 사례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긍정적 결과가 유추된다"며 "특히 국내 메르스 환자의 경우 에크모 적용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적절한 치료방향과 기준을 설정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에크모, 어떤 환자에게 적용돼야 할까?

에크모(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란 심폐부전에 빠져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응급 환자들에게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체외순환형 막형 산화기를 지칭하는 용어다.

심장 또는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낸 뒤 산화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몸 속으로 넣어주는 원리인데, 산소공급과 펌프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로 이해하면 쉽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본적으로 심한 폐손상을 초래할 뿐 아니라 경과에 따라 심장부전과 같은 극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환자의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메르스 완치 후 비가역적인 폐기능 이상이 발생했으나 타 장기 기능이 잘 보전된 젊은 환자에서는 폐이식 등을 위한 장기간 유지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공호흡기 FiO2≥90%일 때 PaO2/FiO2≤150이거나 Murray score 2-3점에 해당하는 중증 폐부전 환자 △pH<7.2의 호흡성 산증을 동반한 폐부전 환자를 적응증으로 제시했다.

△인공호흡기 FiO2>90% 모드에서 PaO2/FiO2≤150이거나 Murray score 3-4점이 6시간 이상 유지되는 환자 △인공호흡기 plateau pressure가 30cmH2O임에도 CO2 정체(retention)가 심한 환자 △심한 기흉으로 피하기종, 공기누출이 지속되는 환자는 보다 강력한 적용 대상이다.

다만 △인공호흡기 설정을 과도하게 높인 상태에서 7일 이상 유지한 경우나 △면역기능의 심각한 손상 및 비가역적인 장기부전이 발생한 환자 △회복 불능의 뇌손상이나 말기암이 확인된 환자라면 에크모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치료결정 빠를수록 좋아…기도삽관 단계부터 선고려돼야

에크모 치료가 고민되는 환자라면 가급적 빨리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가이드라인은 원칙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모든 환자에서 에크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삽입 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메르스에 의한 중증 폐부전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기 때문으로, 인공호흡기 적용 후 활력징후가 안정되지 않고 병세가 악화될 경우 빠른 시기에 에크모 적용이 고려돼야만 한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과도한 인공호흡기 설정으로 7일 이상 유지했던 환자는 에크모 치료를 통해 생존기간을 증가시키더라는 생존 퇴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특히 에크모 치료 전 신장 등 주요장기 손상이 진행된 환자는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고 알려진 바 있다.


기관별 편차 심해…가급적 경험 많은 다학제진료팀이 관리해야

중증 폐부전이 발생한 메르스 환자에게 에크모 치료를 시행하기로 확정되고 나면 경험이 많은 기관으로 후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에크모연구회 홍보위원회 정의석 교수(상계백병원 흉부외과)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병원과 국가기관을 포함 1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약 180대의 에크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1년에 20례 이상 에크모 치료를 시행하는 기관수는 1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 경험이 매우 상이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험이 많이 필요한 분야인 데다 삽입 직후 2~3일 정도는 환자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등의 전문의와 체외순환사, 전담 간호인력이 최소 72시간은 확보돼야 케어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가이드라인이 내세운 에크모센터의 필수조건은 흉부외과, 내과, 중환자의학 전문의 등 에크모 경험이 많은 리더와 체회순환사, 응급상황에 대처 가능한 인력으로 구성된 다학제 진료팀이다. 최소 연간 5건의 에크모 치료 경험도 보유해야만 한다.

상당수 환자들이 신장, 골수 등을 포함한 다발성 장기부전의 양상을 보였다는 데 착안, 에크모에 의한 용혈반응과 혈액세포의 손상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부득이 에크모센터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에크모 핫라인'을 이용해 후송하라고 제시했으며, 그마저도 어려울 경우 실시간 운용에 대한 컨설팅 및 의료진 대상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에크모연구회 정재승 총무이사(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는 "학회 차원에서 병원협회와 논의해 메르스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전국 단위의 에크모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결정했고, 24시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면서 "흉부외과 의료진에게도 감염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있지만 국민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퇴원 할 때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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