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자문위, 플리반세린에 조건부승인 권고

 

미국에서 '여성용 비아그라'가 출시 임박을 예고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일 여성용 성기능촉진제인 플리반세린(flibanserin)에 대해 자문위원회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18표, 반대 6표로 조건부 승인을 권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플리반세린은 성욕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물로서 DSM-IV 기준상 저활동성성욕장애(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로 진단된 폐경 전여성이 대상이다. 제조사인 스프라우트는 매일밤 100mg 투여 용량에 대해 FDA 승인을 신청해 놨다.

스프라우트가 제출한 3상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플리반세린 복용군은 1개월 동안 만족스러운 성관계 횟수가 베이스라인 대비 0.5~1회 늘었으며, 여성성기능지수(Female Sexual Function Index) 및 여성성스트레스척도(Female Sexual Distress Scale)도 위약군보다 평균 0.3~0.4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위약군에서도 38%가 성적 욕구가 개선됐다고 보고된 만큼 플라시보효과인지, 실질적인 약물의 혜택인지 여부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게 FDA 자문위원들의 견해.

알약의 색이 분홍색이라는 특징을 본따 '핑크 비아그라'라는 별칭까지 붙은 이 약물의 승인시기가 빠르면 올해 8월로 예상됨에 따라 최초의 여성용 성기능개선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신·저혈압 등 부작용, 알코올·약물상호작용" 이슈

그러나 약물의 안전성을 두고는 아직까지 논란의 소지가 남았다.

플리반세린을 복용한 일부 피험자들로부터 실신,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었고,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부분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 2010년부터 세 차례 시도 끝에 조건부승인을 얻어내게 된 데는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FDA 자문위는 알코올과의 병용 연구 결과를 놓고 "참여군이 27명에 불과한데, 25명이 남성이라 실망스럽다"면서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졸림증상과 현기증이 증가했으며, 알코올 복용량에 비례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그 외 플리반세린 복용군 중 6명이 기절한 에피소드와 관련해서는 실신(syncope), 저혈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의대 Walid Gellad 교수는 "누군가에게는 임상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약물로 인한 혜택이 크진 않다"며 "실신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스프라우트 측은 "플리반세린에 노출됐던 4000명 가운데 실신, 저혈압은 16건으로 드물고, 밤에 복용한다면 중추신경계(CNS)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문위원들 대부분은 약물의 혜택이 위험을 간신히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일단 승인되고 나면 오프라벨로 훨씬 더 많은 여성들에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처방의사들이 플리반세린의 위험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환자와 상담을 완료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의약품 리스크평가 및 완화전략(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플리반세린 복용기간 동안 알코올 섭취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나 CYP3A4 억제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경고문에 삽입하는 방안도 FDA에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실데나필(상품명 비아그라)이나 타다라필(상품명 시알리스) 같은 남성용 성기능촉진제가 일찍이 FDA 승인을 받은 반면 여성용은 지연돼 온 것이 성차별적 이유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샌디에이고 성의학연구소장인 Irwin Goldstein 박사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도 성기능장애 치료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프라우트의 최고경영자인 Cindy Whitehead는 "이번 결정으로 여성 성기능장애에 대한 최초의 치료옵션을 시장에 도입하는 데 한걸음 가까워졌다"면서 "의약품 리스크평가 및 완화전략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신약승인신청(NDA) 리뷰작업이 하루빨리 완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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