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침 강화에도 '변종 사무장병원' 기세 등등...타과들 "괜히 새우등만 터질 것"

최근 성형외과와 관련된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유령의사, 사무장병원, 의료사고, 환자안전, 외국인 바가지요금, 가격 덤핑, 불법 브로커, 과장광고 등 다른 과에서는 듣기 어려운 부정적인 뉴스로 가득하다.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선후배들이 많다" "동문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하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 정도다.

문제 있는 병원들, 의사회 차원 조치 '의미 없다'

성형외과의사회에서는 잇따라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의사회에서는 윤리지침[표]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이를 숙지할 것을 홍보하고 있다.

성형수술 윤리지침
1.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인류에 봉사한다.
2. 법규를 준수하고 학문적 원칙을 지키며, 법률과 원칙에 따르지 않는 그 누구와도 제휴하지 아니 한다.
3. 학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시술(수술포함)을 공표하지 아니 한다.
4. 적법한 범주 안에서만 광고행위를 한다.
 가. 검증되지 않은 시술(수술포함)의 광고행위는 하지 아니 한다.
 나. 환자유치알선 행위가 농후한 방송 등의 출연 및 무분별한 인터넷 광고를 자제한다.
 다. 불법 탈법 광고를 하지 아니 한다.

5.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가.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대리수술을 절대 하지 않는다.
 나. 상담직원이 의료법을 준수 하도록 한다.
 다. 불법 성형대출 등 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6. 불법행위와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
7. 치료 중 알게된 환자의 비밀이나 약점을 법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누설하지 아니한다.
8. 진료 시 진료의사실명제를 시행하고, 시술 및 수술에 대한 설명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9. 의료사고 혹은 불법·탈법행위 발생과 관련하여 관계당국 및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진상규명 요구 시에 성실히 임할 의무를 지키도록 한다.
10. 방송에 대한 규정
 가. 최근 1년간 중증 의료사고(사망, 의식불명, 기타 후유증으로 2개월 이상 입원한 경우 등)가 있는 경우, 불법성형 대출을 한 경우, 최근 1년간 4주 이상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1년간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다. 
 나. 검증되지 않은 시술 혹은 학문적으로 뒷받침이 없는 시술에 대해 방송을 하지 않는다.
 다. 징계 중에는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다.


또한 문제를 일으켰던 의사들에 대한 제지도 가했다. 의사회는 유령의사(쉐도우닥터) 논란이 있던 G성형외과병원의 유 원장에 대해 회원자격 박탈을 선고했다.

환자 동의 없는 집도의사 바꿔치기는 물론 면허대여를 통한 불법지점 개설, 허위·과장 광고 등의 의료법위반 등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수술 중 수술실 안에서 생일파티를 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J성형외과 신 원장은 회원 권리정지 1년의 처분을 받았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배경으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한다는 '의사'의 기본적인 본분을 망각한 경거망동이며, 이로 인해 성형외과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극도의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에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사회 차원의 자정활동과 내부 징계가 병원 운영에 타격을 줄까? 조사 결과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의사회와 학회에서의 활동만 제한되고 의사사회에서의 명예만 다소 실추될 뿐 의사로서 그 어떤 권한도 박탈되지 않기 때문. 지금도 해당 병원들은 쉼 없이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자본에 잠식당한 '변형 사무장병원' 등장

특히 최근 성형외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중의 눈을 속인 변형된 사무장병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실제 눈, 코, 이마 등을 성형하던 중국인이 의식불명에 빠진 K성형외과는 변형된 사무장병원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원장과 대표자가 일치하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 없는 병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MSO(업무지원)방식의 신종 사무장병원이라고 주장했다.

K성형외과는 M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환자를 상담하고 수술 일정을 잡고 있으며, 중국 환자들을 유치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전형적인 사무장병원의 운영방식과 같지만, 병원측은 의료 외적인 인력을 파견고용하는 것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회는 "이는 3자 임대방식으로 원장과 대표인은 모두 의사로 등록해놨으나, 고용계약서상 대표나 건물임대주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본을 쥐고 있는 실세가 명시돼 있다"면서 "즉 보여지는 부분에는 정상적인 병원인듯 꾸며놓지만, 실제 서류나 계좌 등에는 사무장을 대표로 설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회에서는 현재 변형된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를 나가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착수한 상태다.

터질 것 터졌다는 분위기

▲ 압구정역사 안에 성형외과 광고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K병원 이외에도 현재 대다수 대형 성형외과들은 중국 자본에 잠식당한 상태인데, 이들 성형외과는 대부분 MSO 사무장병원 형태를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강남 A성형외과 원장은 "사무장병원이 위험한 것은 사람이 아닌 '돈'에만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보니 환자 안전에 소홀하게 되고, 무분별하게 과도한 수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무장병원들은 눈 30분, 이마 15분 등 수술에 대한 시간을 설정해 놓거나 G병원 처럼 수술 중 상담을 하러 나가는 기이한 행태가 만연해 있어 의료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자본으로 잠식당한 현재의 성형외과 풍토를 압축시켜 보여주는 것이 바로 MSO사무장병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B성형외과 원장은 "정부에서 유독 성형외과에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비급여항목의 수술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주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환자안전, 한국 의료에 대한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했을 때 건보료 몇푼 보다 더 큰 손실이 닥칠 수 있다. 국가차원의 제재 방안이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급여 '관리, 조사, 환수' 모두 어려워...'손 놓았다'

실제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급여비를 환수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성형외과만큼은 예외지역으로 설정해뒀다.

성형외과의 경우 대부분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수술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무장병원임을 적발하더라도 환수할 비용이 없기 때문.

또한 사무장병원은 내부 직원의 고발에 의해 이뤄지는 데 MSO방식의 사무장병원은 사무장 아래 있는 회사 직원들이 직접 병원으로 파견을 가기 때문에 내부 고발 가능성도 상당히 미미하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기회에 성형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해결에는 관계당국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상면 회장은 "제살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감싸주다보면 성형시장은 완전히 엉망이 될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비를 해야 한류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적어도 연간 환자수 관리, 수술 및 감염관리 등에 대해서만큼은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 미용성형 관련 환자안전 규제 강화

이러한 요구가 통한걸까. 최근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내 CCTV 자율설치·수술실 실명제 등 외과계 수술에 대한 환자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내달말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우선 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수술 전후 설명이 강화된다. 의료기관은 수술 전 수술동의서에 △수술의사의 전문과목 △수술에 참여한 의사(집도의, 보조의) △수술 예정 의사와 실제 수술의사가 동일하다는 내용 등을 표기해야 한다.

또한 대리수술 방지를 위한 CCTV 자율 설치 방안도 추진되는데, 이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만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소속 병의원 등이 우선 참여토록 했다.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실 실명제도 시행한다. 수술실 외부에는 의료인의 면허 종별, 이름, 사진 등 수술을 하는 의료인의 구체적인 정보를 게시토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술실 설치 및 수술실 내 감염방지 강화 △응급상황에 대비한 장비 확충 △마취사고 대비 보수교육 강화 등의 방안이 마련됐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는 외과계 의원의 경우 의료법상의 시설기준을 갖춘 수술실을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하며, 수술실에는 감염 방지를 위한 공기정화 설비, 불침투질 내부 벽면, 호흡장치의 안전관리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인공호흡기, 기관내 삽관유도장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산소포화도 측정장치, 심전도 측정장치 등을 보유토록 했다.

다른과들은 불만...몇몇성형외과 때문에 '없던 규제 만들어져'

성형외과의사회는 일부 병원으로 인해 성형외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하락했는데,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환영했다. 또한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실추된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과들은 '제 살 깎아먹기'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 시행령 개정에 앞서 성형외과의사회는 의사협회, 각 과별 개원의사회와의 논의를 통해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으로 자정활동을 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의사회 측은 외과계 회의를 통해 수술동의서에는 전문과목을 명시하고, 홈페이지에 알릴 때도 어느과전문의인지를 반드시 표기하는 규제방안을 건의했다.

또한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 수술실 외부에 수술하는 집도의의 이름과 사진 등을 게시하자고 했다. 진료할 때는 해당 의사가 명찰을 착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협-개원의사회에서는 입을 모아 "규제가 너무 많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는 전혀 수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또 "일부 불법적인 성형외과 몇곳 때문에 원장 혼자서 열심히 일하는 다른 의원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성형외과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 의견도 많았다.

흉부외과개원의로 하지정맥류 수술을 주로하는 한 원장은 "성형외과라는 단 하나의 과, 그리고 그중에서도 일부 의사들 때문에 다른 의사들까지 제지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결국 성형외과에서 제안한 사안들이 모두 복지부 개정안에 반영되면서,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C과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교각살우적인 정책이다. 개정안에 따른 수술실 기준을 적용하면 지킬 수 있는 의원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몇몇 불법 성형외과 때문에 수만곳의 의원들이 수술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술실 내 제세동기 등 응급장비를 대거 확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영세한 기관을 죽이는 규제"라며 "국가적으로 규제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왜 의료계에만 온갖 규제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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