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수술 혼자서 했다는 이유로 과실 인정...책임 70%로 판결

흉터수술을 받던 30세 여성이 의료사고에 의해 중증 인지 및 언어장애와 시력장애를 입었다. 법원은 의사 1명이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진행한 것에 대해 '주의의무 과실'을 인정했다.

외국인의 성형관광 급증 등 '성형수술 붐'을 타고 충분한 의료인력이나 제세동기 같은 필수 응급처치를 갖추지 못한 기관에서 무리한 수술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36단독, 판사 허경무)은 환자가 프로포폴 마취 하에 호흡정지 및 심정지가 발생해 중증 장애를 입은 사건과 관련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1년 6월 당시 만31세 여성 A씨가 반흔절제성형술(흉터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원 측은 기관삽관을 하지 않고 자발호흡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감시마취관리 방식을 취했으며, 미다졸람, 케타민, 프로포폴을 정맥주사한 후 국소마취제인 메피바카인을 수술 부위에 주사로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마취과 전문의를 따로 두지 않았으며, 수술 부위가 '인중'인 관계로 집도의가 직접 호흡을 체크했다. 맥박산소계측기 및 심전도를 수술을 시작한 후 부착했고, 동시에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저하되는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조정했다.

수술을 진행 중인 오후 2시20분쯤 맥박산소계측기의 산소포화도가 96%에서 0으로 떨어지면서 A씨에게 호흡 및 심정지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 의사는 A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앰부배깅, 심장마사지 등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기관삽관을 시도했지만 A씨의 편도선이 부어 실패했고, 2시36분쯤 119 구급대를 호출한 후 같은 건물 내에서 있는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를 불러 기관삽관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이후 아트로핀, 에피네프린 등의 강심제를 투여하고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산소공급을 지속했으며, 119 구급대원이 도착해 제세동을 2차례 실시하고, 오후 2시40분이 돼서야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면서 타 병원으로 전원됐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 병원 측은 전신마취에다가 프로포폴을 이용하는 수술이었음에도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보조감시장치인 맥박산소계측기만을 A씨에게 부착했고, 수술 중 혈압, 심박수, 특히 호흡수를 제대로 체크하고 이를 관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프로포폴을 이용한 마취의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전신마취의 일종인 감시진정관리 방식의 마취 중에는 혈압, 맥박을 측정하고, 심전도를 이용해 심리듬과 심박수를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

특히 환자가 자발적 호흡을 할 경우에는 항상 흉곽의 움직임, 호흡음 등을 관찰해 그 변화를 5분 간격으로 기록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병원 측에서 소홀히 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수술 부위가 인중이어서 자연스럽게 호흡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취전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는 집도의가 수술 도중 A씨의 호흡 및 순환상태를 제대로 관찰,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심정지 후 적기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못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저산소성 뇌손상이 초래했다"고 판단, 의사 과실을 70% 인정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은 "마취과 의사 또는 환자상태를 감시할 전담 의료인력이 없이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서 의료기관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사례"라며 "그동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의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손해배상책임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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