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과목 실명제 등 쟁점..."프로포폴 사태 이어 또? 내부 분열 조장하는 이상한 정부"

 ⓒ메디칼업저버 DB

정부가 공개한 수술실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놓고 의료계 내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선진의료로 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다른 전문과목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수술의사-전문과목 실명제 도입 ▲수술실 시설기준 준수의무 부여 ▲수술실 응급장비 설치 의무화 ▲의료광고 기준 강화 ▲미용성형수술 안전성 평가 및 실태조사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잇따르고 있는 미용성형 관련 사고의 재발을 막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선진의료로 가는 단초가 열렸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대리수술 근절 등 환자안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과목 실명제,  '비성형외과 전문의=비전문가' 공식화 우려  

ⓒ메디칼업저버 DB

반면 타 진료과목 의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용성형 환자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지만, 예상보다 강력한 '수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부회장은 "일부 사건사고를 침소봉대 해 모두 규제해 버리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이는 자동차 사고가 많으니 자동차를 없애자는 식의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전문과목 실명제와 수술실 CCTV 설치, 수술방 시설기준 강화다.

수술의사-전문과목 실명제의 경우, 환자에게 '성형외과 비전문의=비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이미 적지 않은 비전문과 의사들이 미용성형 시장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전문과 의사들의 입지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용성형에 진출해 있는 비전문과 의사 상당수가 '경영난'을 피해, 본 진료과목을 포기한 사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인기과 의사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전문과목 실명제 시행시 성형외과 전문의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발생, 현재 미용성형 분야에서 활동 중인 비전문과 의사들의 시장퇴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전문과의사라 하더라도 성형외과 전문의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아가며 미용성형분야로 진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전문의 못지 않은 실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일부 비전문과 의사들이 일으킨 사고를 이유로, 비전문과 의사는 모두 비전문가라는 굴레를 씌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사실상 의무...의사 진료권・환자 인권 침해"

수술실 CCTV 설치도 반감이 크다. 수술 내용을 '감시 당한다'는 인식이 큰 탓이다. 정부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일단 권고사항으로 제안했지만, 사실상 의무화와 마찬가지라는게 의료계의 평가다.

대개협 김동석 부회장은 "수술은 그 자체로 매우 존엄하고 경건한 행위"라면서 "단지 사건 발생의 위험성을 막고, 사건발생 시 증거자료로 사용하겠다는 이유로 수술내용을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은 물론 환자의 존엄성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녹화된 수술 장면들의 외부유출이나 악용도 우려된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더 큰 부작용을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권고사항이라지만 누군가 시작하게 되면, 환자의 요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수술방 전체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것으로, 권고사항이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수술방 시설설비 준수의무 강화, 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환자안전의 책임을 모두 의료기관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외과계 의원은 환자 수나 규모에 상관없이 규격에 맞는 수술실 설비를 갖춰야 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장비도 대거 확충해야 한다"며 "의료계 전체적으로 보자면 어머어마한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규제는 대폭 강화되지만 재정지원 계획은 전무하다"며 "환자안전 관리에 관한 법적, 재정적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포폴 이어 수술실까지...내부 분열 부추기는 '이상한 제도개선'

일각에서는 성형외과의사회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 개선안을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 내부갈등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의사회가 성형사고 논란으로 불거진 반대여론을 이용, '시장 정리'에 나섰다는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 

한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 문제가 된 대리수술을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면서 "호황일 때는 대리수술, 대리설명 다 해놓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니 여론과 정부를 등에 업고 자기 살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성형외과의사회는 "환자안전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정책 조정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복지부와 의협·병협·성형외과의사회가 함께 한 관련 회의에서 수차례 우려점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는 "최근 논란이 된 프로포폴 규제강화 계획에 이어 이번 수술실 관리강화까지, 정부가 전문과목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의료계 내부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정책 조정 능력, 제도개선 의도를 의심케 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