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폐암·자궁경부암·간암 관련 주요 쟁점 정리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갑상선암의 7대암에 대해 검진권고안 제·개정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02년 국립암센터가 5개 암종 전문학회와 공동으로 암검진권고안을 개발, 발표한 이후 개정작업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돼 왔는데, 여기에 암사망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폐암과 과잉검진 논란으로 국민적 관심도가 증가한 갑상선암이 추가됐다.

지난 7월 공개토론회를 가졌던 갑상선암을 시작으로 폐암, 자궁경부암, 간암의 검진권고안(초안)이 순차적으로 공개됐으며 나머지 3개 암종에 대해서도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검진방법과 대상, 주기 등 구체적인 사항 외에도 검진이 수검자에 미치게 될 위해와 비용효과성, 이후 2차 관리방안 등 초안이 공개될 때마다 암종별로 논쟁의 소지는 매우 다분한 상황.

아직 최종안이 하나도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초안이 공개됐던 4개 암종과 관련해 각각의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갑상선암 - 증상 없으면 "초음파검진 하지 마라"

 

"발생률 급증은 과잉진단 탓 조기진단 혜택 없어" vs. "증상 생기면 너무 늦어…삶의 질 저하 심각"

2000년대 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과잉검진 논란에 휩싸인 갑상선암은 검진권고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됐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갑상선암 환자수는 4만 500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8배가량 늘었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암 연령표준화 발생률의 연평균 증가율이 남성에서 25%, 여성에서는 23.5%를 기록했다. 5개 대륙의 19개 인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갑상선암이 지난 30년 동안 약 58% 증가했다는 보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이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그래프의 증가 기울기가 가파르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지난 3월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를 필두로 고려의대 신상원, 안형식 교수, 가톨릭의대 이재호 교수 등 8명이 '갑상선암 과다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를 구성하면서부터 국내에서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갑상선암 증가는 과도한 건강검진 때문"이라면서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경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진단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 간에 큰 차이가 없고, 갑상선 결절이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초음파검사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한갑상선학회 등 전문학회들이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원래 증상이 없고, 종양의 크기가 4~5㎝ 이상이 돼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반박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국가 차원에서 권고안 개발을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8월 국립암센터는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 검사는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초안을 공개했다.

수검자가 원한다면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할 수 있고 목에 결절이 만져지는 등 임상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는 예외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조기검진 항목에서 빠진 셈이다.

이후 고려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는 NEJM에 발표한 연구 논문(11월 6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20년 동안 갑상선암 발생률은 15배 이상 증가한 데 반해 사망률은 동일한 수준이고, 지역별 검진율과 발생률 간 깊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지적해 과잉검진 주장에 무게를 더했다.   

▲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이러한 여파 때문일까. 지난 10여 년간 거침없이 치솟던 갑상선암 수술이 과잉검진 논란이 불거졌던 4월 이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까지만 해도 한 달에 4000건에 육박하던 수술 건수는 4월 들어 2619건으로 줄었고, 5월 2272건, 8월에는 1889건까지 감소했다.

현재 갑상선암 검진권고안은 최종안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외과)는 "현재도 조기검진을 통해 진단되는 갑상선암 환자들 중 30%가 3기 이상에 해당하는데, 현행 권고안을 따르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갑상선암을 조기발견하게 되면 수술 시 절제 범위를 줄일 수 있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반으로 줄어들고, 평생 약물을 복용하거나 불필요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명확한 수술의 적응증과 절제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자 학회 차원에서 갑상선암의 수술적 치료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암 - 고위험군에서 연 1회 LDCT 권고

 

"흡연자에 대한 조기검진 효과 입증" vs. "국가암검진 도입은 무리, 장비·인력 부족"

갑상선암만큼은 아니지만 폐암도 오랜 진통 끝에 최근 검진권고안(초안)이 나와 현재 유관학회들로부터 의견수렴 기간을 갖고 있다. 폐암의 경우 7대암에 처음 포함된 만큼 권고안 수준에 머물 것인지, 향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까지 도입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 권고안에서는 "30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고, 금연기간이 15년 미만인 55~74세의 고위험군에게 매년 저선량 흉부 CT(LD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권고등급 B)"고 정하고 있으며, 흉부 X선검사, 객담세포진검사와 현재까지 개발된 Carcinoembryonic antigen(CEA), Squamous cell carcinoma antigen(SCC-Ag), Cyfra 21-1, Neuron specific enolase(NSE) 등 혈청 종양표지자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권고등급 D).

LDCT를 이용한 폐암검진이 20~53% 정도로 비석회화 결절을 발견하는 위양성률이 높고, 이차적 진단을 위한 침습적 검사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복촬영에 의해 방사선 피폭량이 증가한다는 우려가 있어 왔지만 결국에는 위해보다 이득이 높다는 데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74세 연령군(2만 6722명)에게 1년 간격으로 총 3회 LDCT를 시행했을 때 흉부 X선으로 검사한 대조군(2만6732명)에 비해 폐암 특이사망률을 20%, 전체사망률을 6.7% 감소시켰다는 NLST 연구(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NEJM. 2011;365:395-409) <그림 1>.

권고안은 또한 현재 흡연자의 경우 조기검진만큼이나 금연보조약물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금연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과 서구에 비해 결핵 유병률이 높고 LDCT 판독경험이 축적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국내 실정을 감안해 진료현장에서 적절한 검사의 질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관련 학계에서는 폐암 검진권고안 자체는 찬성하지만 이를 국가암검진사업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한폐암학회 김영환 이사장(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은 지난달 추계심포지엄에서 "전국적으로 16채널 이상 다중검출기를 갖춘 의료기관이 흔치 않고, 과잉검진이 우려된다"며 정책사업으로 LDCT가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학회 이계영 총무이사(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는 "값비싼 CT 장비와 검사 결과를 판독할 전문인력 문제까지 현실적 제한사항이 많을 것"이라면서 "향후 CT 검사로 잡아내지 못하는 비흡연성 폐암의 조기검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암 - 고위험군 6~12개월마다 초음파+AFP 검사

 

"세부 검진주기는 임상의 재량 일반암검진 전환은 시기상조" vs. "기존 6개월에서 도리어 역행"

지난달 말 토론회에서 공개됐던 간암검진권고안의 개정안은 얼핏 보면 달라진 게 없이 보인다.

간경변증이나 B형간염바이러스 항원 또는 C형간염바이러스 항체 양성으로 확인된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시행하도록 한 점은 기존 권고안과 동일한데, 검진주기를 6~12개월로 확대하고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연령제한을 없앤 점이 바뀌었다.

▲ 간암검진권고안개정위원회 김홍수 위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간암검진권고안개정위원회 김홍수 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 소화기내과)은 "7대암에 대해 검진권고안제·개정작업을 동시 진행하다 보니 전체적인 통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문가 의견보다는 논문 리뷰 결과에 무게를 두자는 게 총괄위원회의 입장이고, 이번 간암 검진권고안에서 권고주기를 6~12개월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된 결과"라고 말했다.  

간세포암암종의 스크리닝에 관한 유일한 무작위대조연구(RCT)라고 할 수 있는 Zhang BH 교수(푸단대학 간암연구소)의 연구 논문에서 초음파와 AFP를 병용한 조기검진이 사망률을 37%까지 낮춘다는 결과(J Cancer Res Clin Oncol 2004l;130:417-22)로 효용성이 이미 충분히 검증됐고, 6개월 주기가 12개월 주기보다 낫다는 근거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검진대상에는 간경변증 환자뿐 아니라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와 비활성형 B형간염 보균자 등 매우 이질적인 그룹이 섞여 있기 때문에 위원회 내부에서도 하위군별로 기준을 나눌 것인지, 한 가지 기준을 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세부적인 사항은 임상의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포괄적으로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의의 재량권을 더 인정했다는 의미인데, 기존 국내 권고안이나 국제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해 6개월이 그 이상 또는 12개월 주기보다 선호된다는 내용을 더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방법론 전문가를 비롯 대한간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국립암센터에서 추천된 전문가위원들이 다제간 논의를 진행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면서 "데이터 분석과정에서도 논문의 퀄리티 등을 고려해 근거수준을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간암 검진은 다른 암종처럼 스크리닝이 아닌 고위험군 대상의 감시검사(surveillance)이기 때문에 일반암검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음파검사에 대한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간경변증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국가암검진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취약한 환자를 망망대해에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그는 "토론회에서 제기됐던 의견들을 토대로 수차례 세부논의를 가질 계획"이라면서 "검사 결과가 검진자의 술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초음파검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검사자 교육과 지속적인 품질관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이라고 전했다.

 

 

자궁경부암 - 20세 이상 2년마다 세포검사

 

"비용 대비 정확도 낮아 HPV 검사는 제외" vs. "임상현장 혼란 초래… 근거 마련 위해 노력해야"

자궁경부암은 새로운 검진권고안에서 시작연령이 기존 30세에서 20세로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공개토론회를 통해 "20세 이상 74세 이하의 여성에게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초안)이 공개됐는데, 고비용과 정확도에 대한 근거부족을 이유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는 검진항목에서 제외돼 이 부분이 도마에 올랐다. 

개정권고안에서 검진기준을 10년이나 앞당긴 것은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고, 특히 20대 여성에서 자궁경부 상피내암을 포함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수검률이 낮다는 점 등을 적극 반영한 결정이었다.

 

국립암센터가 제공한 대국민 암검진 수검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30대 여성들 가운데 조기검진 목적으로 자궁경부암세포검사를 시행받은 비율은 55.4%로, 70세 이상(54.1%)을 제외한다면 50대(77.6%), 40대(75.1%), 60대(65.2%) 다음으로 검진율이 가장 낮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의 수검률 추이 분석에서도 40대(4.6%p), 50대(16.3%p), 60대(27.1%p), 70세 이상 그룹(26.2%p)에서 모두 검진율 증가를 보인 데 반해 30대에서는 8.6%p(64%→55.4%) 감소했다 <그림 2>.

토론회 당시에도 20대 여성에서 인구 10만명당 자궁경부암 발생 비율이 9.6명으로 10년 전(인구 10만명 당 2명)보다 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부인종양학회와 세포병리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의 대상을 '성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의 모든 여성'으로 권고하고 있는 바 검진연령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었다.

반면 자궁경부암의 명백한 원인인자로서 최근 임상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HPV 검사를 배제시킨 데에는 반론이 거세게 일었다.

국립암센터 임명철 박사(자궁암센터)는 "HPV 검사를 자궁경부세포검사와 병행하면 민감도를 높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위해가 높아지지 않음을 확인했지만, 외국에 비해 두 검사방법의 가격차이가 지나치게 크고 국내 검사 정확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가톨릭의대 허수영 교수(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는 "부족한 데이터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제시돼야 하지, 검사법 자체를 권고안에서 제외시킨 것은 문제"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근거마련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의대 김태중 교수(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도 "기존에 시행 중이던 HPV 검사가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 빠지게 되면 진료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권고안에는 HPV 검사를 포함시키되 향후 검진프로그램에 도입 시 검사 정확도와 비용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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