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암정복포럼에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 공개

과잉진단 및 과잉치료 논란으로 올 상반기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갑상선암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검진 권고안이 곧 나온다.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 주최로 최근 열린 제49회 암정복포럼에서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이 공개됐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가 불필요하고, 수검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검진 시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실시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국내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근거수준은 매우 낮은 'I(선별검사로 권고하거나 반대할만한 근거가 불충분함)'에 머물렀고, 고위험군에 대한 부분은 제외돼 사실상 임상의의 판단이 주효하다는 점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어 보인다.

또한 림프절 등으로 전이될 경우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조기검진을 시행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팽팽히 맞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 21일 암정복포럼에 참석한 이승훈 암정복추진기획단장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왜 필요한가
과잉검진 논란 확산...국가적 차원의 검진 권고안 필요성 대두
 

갑상선암과 관련해 전절제술 및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가장 큰 이슈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서 조기검진을 위한 초음파검사를 필수항목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다.  

최근 10여 년 새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갑상선암 발생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대한 주원인으로 초음파 등 갑상선암 검진의 보편화가 지목되면서 과잉검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11년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발생률은 전체 암환자 21만8017명 중 18.6%로 주요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했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발생 증가율은 남성의 경우 25.0%, 여성의 경우 23.5%로 조사됐다<그림>.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도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발생 환자수는 남성에서 세계 평균의 약 9배에 해당하는 17.3명, 여성에서 약 15배인 88.6명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증하는 반면, 사망률은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고 지난 14년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가적 차원의 검진 권고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정부는 갑상선암 검진의 효과와 위험도를 평가해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개발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의 5대암과 폐암, 갑상선암을 포함한 7대암 검진 권고안 제개정 총괄위원회(위원장: 가톨릭의대 이원철)가 조직됐고, 산하에 연구방법 및 프로토콜을 제시하며 위원회별 연구진행 지원하는 근거평가 실무위원회(위원장: 한림의대 김수영)와 개발된 권고안의 자문 및 리뷰를 담당하는 자문위원회가 함께 구성됐다.

또한 각 암종별 위원회에는 해당 분야의 임상전문가뿐만 아니라 영상의학, 가정의학, 예방의학 등 관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학제적으로 참여해 객관성 및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다.  

암정복포럼에 연자로 참석한 국립암센터 김열 과장(암검진사업과)은 "갑상선암 발생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조기검진의 효과와 이에 대한 근거가 담긴 검진 권고안의 개발이 필수가 됐다"면서 "기존 5대암 검진 권고안에 질병비 부담이 큰 폐암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갑상선암을 포함한 7대암에 대해 검진 권고안을 만들고자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증상 없으면 초음파검사 필요 없다"
검진 시 이득 및 위해에 대한 근거 부족해  

이번 포럼에서 공개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초안)에서는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갑상선암 검진 제정위원회의 실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림의대 김수영 교수(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기존 권고안과 국내외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검진 제정위원회는 1년 전부터 △갑상선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검사가 중증도 및 사망 위험 감소시키는가 △갑상선암 조기검진의 위해는 무엇인가 △고위험군에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혜택이 있는가 △고위험군의 정의와 선별검사의 구체적인 시작연령과 간격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4가지 핵심질문(key question)을 선정하고 기존에 발표됐던 가이드라인과 그 외 추가적인 문헌고찰을 시행했다.  

그 결과 무증상 일반인에게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갑상선 검진의 이득은 근거 수준이 매우 낮아 일상적으로는 권고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갑상선암 검진의 혜택을 증명하려면 검진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없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번 검진 권고안에는 고위험군에 대한 항목도 제외됐다.  

김 교수는 "이번 권고안은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목에 결절이 만져지는 등 임상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 이미 검사를 통해 갑상선 종양이 발견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검자가 원한다면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무작위대조연구(RCT)는 어렵겠지만, 관찰연구 등 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 초음파 검진의 위양성, 위음성에 대한 연구와 shared decision에 대한 연구도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검진 권고안을 두고 반박의 목소리가 거세다. 역형성 갑상선암을 포함한 일부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빠르고 예후가 불량하며, 림프절 등으로 전이될 경우 다른 암종과 사망률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전남의대 강호철 교수(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크기가 작은 갑상선암이라도 진단 당시 전이된 경우가 많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갑상선암이 항상 작거나 초기인 것도 아니다"라며 "촉진만으로 임상적으로 유의한 갑상선암 결절을 발견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고, 고려의대 백승국 교수(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는 "수술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권했다가 국소 침범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반박했다.  

여전히 갑상선암 조기검진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진 권고안 초안은 1∼2주 내로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에게 배포돼 의견을 취합한 후 최종안이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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