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암정복포럼서 초안 공개 '55~74세 고위험 흡연자, 1년 주기 저선량 CT검사' 권고

▲ 19일 암정복포럼에서 폐암 검진권고안 초안이 최초 공개됐다.

국가암정복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갑상선암의 7대암에 대한 검진권고안제개정 작업을 야심차게 진행 중이지만 국내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일 제50회 암정복포럼을 통해 폐암 검진권고안 초안이 최초 공개되면서 갑상선암에 이어 이번에는 폐암의 저선량 흉부CT(LDCT)가 도마에 올랐다.

 

"55세 이상 흡연자 연 1회 저선량 흉부 CT 시행"

이날 공개된 초안에서는 흡연력이 30갑년 이상이고 금연기간이 15년 미만인 55~74세 고위험군을 대상자로 선정했고, 이들에 한해 1년 주기로 매년 LDCT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더라도 폐암 등 악성종양의 병력이나 12주 이내 호흡기감염력, 객혈, 원인 미상의 체중감소와 같이 폐암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고, 체력조건이 부실한 이들은 검진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흉부X선검사, 객담세포진검사, 혈청종양표지자검사는 선별검사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검진 목적으로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권고안 제정 작업에는 성숙환 폐암검진권고안 제정위원장(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을 필두로 대한폐암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국립암센터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가 참여했으며, LDCT의 도입 역사가 길지 않아 국내 데이터가 없다는 데 착안해 외국에서 발간된 기존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포럼에서 '폐암검진권고안 개발방법과 근거평가'의 주제 발표를 맡은 아주의대 신승수 교수(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전체 사망률과 폐암사망률을 가장 중요한 아웃컴으로 고려해 미국흉부외과학회(AATS),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미국암학회(ACS), 미국흉부학회(ACCP), 대한흉부영상의학회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지침을 선정했다"며 "잘 디자인된 양질의 연구라고 평가되며 6개 지침에서 공통으로 반영하고 있는 NLST 연구가 이번 권고안의 근간이 됐다"고 밝혔다.

▲ 한림의대 장승훈 교수

실제로 권고안에서 제시한 폐암 선별검사 대상자는 NLST 연구(The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의 선정기준을 그대로 차용했다. NLST 연구는 미국에서 5만명이 넘는 대상자를 CT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폐암사망률과 전체사망률을 평균 6.5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무작위대조연구(RCT)로서, 고위험군에서 1년 간격으로 3번 CT 검사를 시행할 경우 폐암사망률을 약 20%, 전체 사망률은 약 7% 낮춘 것으로 보고했다.

'폐암 검진대상과 검사방법에 따른 권고안'을 발표한 한림의대 장승훈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75세 국민의 기대여명이나 폐암 요약병기별 5년 생존율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 참고하고 있는 NLST 연구를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74세 이후 연령대의 검진 효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 제외했지만, 차후 75세 이상 연령군을 대상으로 검진의 득실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상조, 국내 데이터 마련이 급선무"

이번 폐암 검진권고안 공개에 대해 의료진들의 반응은 환영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폐암의 사회적 질병부담이 높고 조기검진의 혜택이 입증된 만큼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은 맞지만 국내 데이터도 전무하고 아직까지 유럽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권고하지 않고 있는데, 서둘러 권고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지정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진료지침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이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으로의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권고안이 발표되면 큰 혼란을 생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폐암 검진권고안,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첫마디부터 "싱겁다"고 입을 뗀 조홍준 대한금연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은 "한국 상황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결국에는 NLST 연구를 베낀 데 불과하지 않냐"며 "검진권고안 개발 자체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국가 차원에서 권고안을 만들려면 우리나라 고유의 데이터를 만드는 게 먼저여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 회장은 "유럽에서도 NELSON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결과를 반영해 권고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인데, 우리나라는 왜 벌써 나서야 하냐"며 " 1년과 2년 주기를 비교하는 방식이나 시범사업의 형태든 후발주자로서 국내 현실에 맞는 연구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LDCT의 높은 위양성률도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결핵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서구에 비해 위양성 병변이 높고 판독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도 부족한 실정인데, 환자들이나 비의료인 입장에서는 LDCT의 높은 위양성률이 오진이나 의료사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고려의대 강경호 교수(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는 "NLST 연구의 위양성률이 96.4%에 이르는 반면 NELSON 연구는 1.2%로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며 "LDCT 자체의 태생적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NELSON 연구와 같이 대상군을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진대상군 외에도 LDCT 추적 시 NLST와 같이 1년마다 3회까지 하도록 할 것인지, 간격이나 차수를 보다 늘릴 것인지, CT 기법이나 양성 소견의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이며 검진의 상한연령은 몇살로 제한할 것인지 등 논의돼야 할 사항은 수없이 많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담뱃값 인상정책과 더불어 급연법, 금연행동사업과의 통합 등을 통한 연구기금 확보나 금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검진시행기관의 질관리에 대한 측면도 심도있게 다뤄졌다.

성숙환 위원장은 "처음 권고안 개발에 착수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이고,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임상적으로 의사에게 표준화된 지침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뒀다. 오늘 논의된 사항들을 상세하게 포함해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고,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의 도입은 이후에 고려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폐암 검진권고안은 갑상선암 때와 마찬가지로 포럼 이후 수정된 권고안을 국립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내는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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