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평가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①] 전문가 의견은 참조 불과한듯

[전문평가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①] 전문가 의견은 참조 불과한듯
[전문평가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②] 평가 과정도 제멋대로...배정은 랜덤·논문만 집착

전문평가위원회 위원들의 회의 참석은 형식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에 관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급여 가치 등을 평가하는 전문평가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309명이 소속돼 있으며, 대한내과학회를 비롯한 유관 학회, 의협 및 병협 등 보건의료 관련 협회, 가입자포럼, 학계 및 전문기관 종사자,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A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B전문평가위원은 "전문평가위원들이 논의를 위해 심평원 전문평가회의 원탁에 앉았을 땐, 이미 정부와 심평원, 그리고 심평원에 소속된 상근자문위원들이 해당 약제나 치료행위 등에 대한 조율을 이미 마친 후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전문평가위원들에게는 요식행위처럼 의견을 묻는 것일 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없다고 털어놨다.

B위원은 "심평원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지시를 받고 전문평가위원회의 전까지 모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한다. 여기서 자료는 정부의 뜻에 맞는 자료"라며 "위원들은 이에 휘말리거나, 반박을 하더라도 묻히고 만다"고 지적했다. 

▲ 심평원 직원들이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또 전문평가위원회라는 명칭을 봤을 때 위원들이 적극적인 위치에서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전문성을 홍보하는 용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C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D위원 역시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D위원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만의 기준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가 심평원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간담회나 평가위 회의에서 만나본 실무자들에 대해 D위원은 "이들도 의료계 문제를 잘 알고 있고 해결해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복지부 산하에 있고, 복지부는 기재부, 청와대에 좌지우지된다. 즉 수많은 회의를 하더라도 의사와 정책간에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고, 결국 정부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E병원 F교수 역시 "회의에 들어오는 급평위 구성을 보면 의사는 4명뿐이다. 시민단체가 2명이나 배석됐고, 공단 관계자 1명, 약사는 대다수"라며 "약을 쓰는 사람은 의사인데 구성 자체가 완전히 엉망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급평위 역시 전문평가위처럼 전문가인 의사들이 찬밥신세라고 성토했다.  F교수는 "아무리 의사가 약에 대해 떠들어봐야 경제성 평가로 이미 결론은 다 정해놨다"며 "급평위는 심의과정을 거쳤다는 면피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경제성평가를 받으려면 서류를 묶어내는 작업에만 2~3억원이 투여되고, 서류제출 없이는 아예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경제성 평가를 하는 전문위원도 많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할 거라면 급평위는 왜 만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전문평가위원들의 토로에 심평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러한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평가위원의 의견에 무조건 따를 순 없다"며 "정부에서 원하는 방향, 시민사회단체의 의견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 평가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모두 거쳐 이를 정부에 건의하더라도, 심평원에서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면서 "심평원에서는 전문가 의견과 비슷하게 정책 건의를 해도, 정부에서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완전히 다른 정책을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심평원 최근호 정책동향에서도 자체 연구를 통해 심사기준 및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폐쇄적인 위원회 운영방식이나 학회 자문단 의견 무시 등도 개선할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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