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부재한 심사로 진료행위 위축...심평원 인터뷰연구 분석 발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에 대해 "현장감이 부재하다" "의사도 간호사도 모르는 용어와 기준을 사용한다" "심평원 내 부서마다 일관되지 않은 언어를 구사한다" "내부만 아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심평원 심사연구팀 노연숙 부연구위원은 최근 HIRA 정책동향을 통해 '심사기준 결정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포커스 그룹 인터뷰 분석'을 발표했다.
 

 

노 부연구위원은 "심평원은 내부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사기준 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는 기전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참여 확대와 기준 결정에서의 투명성 확대를 위해 이번 연구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방법은 포커스그룹의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의료제공자단체(6), 학회(3), 보험심사간호사(3), 소비자시민단체(6), 심평원 심사직원(4) 등 5개 그룹의 총 22명이 참가했다.

이같은 연구방법을 채택한 것과 관련 "심사기준 설정은 매우 전문적이고, 정보제공 대상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연구 결과, 이들 대다수는 현재의 심사기준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심사기준에 있어 명확성이나 가독성, 배경이해와 소통 등이 부재해 "알아듣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기준 중에 '적절히 치료되지 않았을 경우'와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이 있다"며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또 A병원 보험심사간호사도 "지금의 심사기준은 병원 뿐 아니라 심평원에게도 힘든 거 같다"며 "의사든 환자든 누구나 봐도 명쾌한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심사직 직원 역시 이에 공감하면서 "문구를 넣다보면 '예외입니다'라고 못박기 어려워 '등'이라는 표현을 넣을 때가 있다"면서 "고시에 있는 문구만 보고 심평원 직원이 이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노롯"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인터뷰 연구 결과, 심사기준에 대한 부서간 일관성도 부족하며 동시에 심평원만의 '심사사례 정리 노트(?)'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비판의 봇물이 터져나왔다.

B병원 보험심사간호사는 "원칙 없이 부서마다 다른 심사유형의 잣대를 제시한 적이 있다"며 객관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사례도 아닌데 마치 심평원의 지침서처럼 내부에서 운용되는 별도의 심사기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대 교수도 "사례노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너무 답답해 이거라도 뺏어오고 싶은 생각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심사기준과 의료현장의 괴리가 큰 문제점도 도출됐다. 대다수 의사들은 지나치게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에 대한 문구에 집착하다보면 진료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임상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심사기준의 결정과정에 있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위원회 운영방식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학회와의 의견 충돌시 결국 심평원이나 정부의 입장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고 노 부연구위원은 "향후 심사기준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이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심사지침이나 내부적인 사례정리노트가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이 심평원의 심사기준이 '임상적 근거'보다 '정책'과 '재정'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바라봤다"며 "이 역시 심사기준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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