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해가 바뀌어도 의료계와 보험자 양 기관간의 극단적인 평행선 달리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의료계를 옥죄는 각종 정책에 경영난이 더해지면서 비판의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계, 병원계, 개원의사 입장에서 느끼는 이들 보험자 기관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왜 고쳐지지 않는지를 분석해보고, 보건의료학자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신년기획으로 살펴봤다.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①]"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②]"의료전달체계 확립에 힘써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③]"저수가에서는 심사완화해야"
[평행선 달리는 의료계·보험자④]"문제 해결하려면 의료계가 바뀌어야"


■의료계 -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잘못을 고치지 않아도 또 수익이 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구조 탓에 심평원과 공단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수백명이 할 일을 늘려 수천명이 일하게 하는 구조도, 또 할 일을 만들기 위해 의료계의 꼬투리를 잡는 것도, '견제받지 않는 기관'이기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공단과 심평원의 행태가 고쳐지려면 의료계보다는 정부, 또 보이지 않는 큰 손의 힘이 개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병원장이기도 한 서 이사는 의사 일도, 병원 경영도 모두 어렵기만 하지만, 보험이사로서 의사들을 대신해 정부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지적해봐야 그들은 시정하지 않아도 특별한 패널티가 없어 고치지 않는다"며 "견제받지 않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사를 인원수에 맞지 않게 크게 짓고, 임원들이 관용자동차를 개인용도로 이용하는 등 방만하게 관리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수년째 국감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전혀 시정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의료기관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노조 통합되면 직원 이기주의 '극심'

덧붙여 그는 더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고 예측했다. 바로 오는 10월 공단 양대 노조를 통합하는 것.

서 이사는 "공단직원 1만2000여명 중 건보료 징수 인력이 9000명인데, 국세청이 이 업무를 맡게 되면 1000명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앞으로 5년에 걸쳐 이 업무가 옮겨갈 전망인데, 9000여명의 인력은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심평원 심사 권한을 지속적으로 가져오려고 할 것이며, 또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세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은 심사에서 지급, 판정, 사후관리, 실사 등 모든 업무가 공단 독점이므로 부패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견제받지 않는 기관의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없애도 되는 잉여인력들...일부러 '일' 만든다?

직원들의 일자리(?) 찾기는 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심평원은 전산심사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 질 평가로 얻는 이득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시행,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관리 인센티브 역시 심평원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굳이 지나친 심사와 삭감을 통해 얻어낸 수익, 즉 원래 의료기관이 받아야 했던 수익을 마치 14억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처럼 홍보하는 꼴"이라고 했다.

또 만성질환을 비롯해 외래에서는 환자 개개인마다 적합한 처방이 다른데 단순 심사기준만 거쳐 그런 처방들이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즉 심평원의 전문화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적 심사기준으로 의료계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심사기준도 인원 감축 방지용이라고 덧붙였다. '사례별' 심사는 지사마다 기준이 모두 달라 병의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소위 찍힌(?)기관들은 심평원에서 집중적으로 심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만약 심평원에서 심사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서버를 들여와 합리적인 전산심사가 가능하게 되면 많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를 막기 위해 비효율적인 심사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생존을 위해 의사들을 옥죄고 있으며, 선처방후심사, 개별적 사안에 대한 삭감 등으로 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메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단과 마찬가지로 심평원도 국가, 정부에서 자신들의 복리후생과 노후대비를 위해 이러한 공공기관을 내버려두고, 오히려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곧 퇴직 후 일자리 창출용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양심을 버린채 이들 기관의 존재의 이유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어용교수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에게 연구용역 등을 따내 정부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가져와 돈을 받는 것은,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받아 제약사 입맛에 맞게 처방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이들은 학자로서의 양심을 져버린 채 연구비에 연연하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크게 성토했다.

그럼에도 두 기관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병의원들 역시 견제를 받지 않으면 무조건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

또 국민 알권리를 높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기관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목적으로 이들 기관을 만든 것인데 문제는 사익추구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원래의 목적을 되새기고,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견수렴의 장은 반드시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이중적으로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 절약을 위해 통합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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