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7. 응답하라 의료윤리

내가 생각하는 굿 닥터

문지호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2013년 가을 의료윤리연구회 3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 연구팀’은 이 시대에 필요한 의사상(像)에 대해 연구발표를 했다. 이 연구는 세계의학교육연맹이 진행하는 각 나라 의학교육에 대한 평가인증사업의 일환이다. 국내 연구팀도 대한민국 의사의 고유한 가치와 의무를 6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이것이 '굿 닥터'의 조건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각 항목으로 바라 본 좋은 의사란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진료를 잘하는 의사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과 적절한 임상적 결정으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 이때 충분한 상담과 동의가 따라야 한다. 환자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근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 의료의 한계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좋은 전문가로서의 자세다.

둘째, 소통과 협력을 잘하는 의사다. 원활한 소통은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환자와 소통을 위해서는 경청과 환자의 결정권 존중이 중요하다. 다른 진료팀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진실과 공익에 부합한 정보를 제공할 줄 알아야한다.

셋째,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사다. 개인의 건강증진은 물론 지역 주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의학 정보를 환자와 가족,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는 일을 포함한다. 또한 진료실을 벗어나 재난 구호나 보건관련 국제기구 일에도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전문직업성을 지닌 의사다. 전문직업인으로서 직무 규범과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윤리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이해상충 관리를 잘하는 등의 윤리적인 진료를 하는 것이다. 자율규제 기관(의사협회)의 회원으로서 회비를 잘 내고, 지역 의사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자기의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 역시 전문직업성의 덕목이다.

다섯째, 교육과 연구를 잘하는 의사다. 의사는 평생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해야 하는 교육자이며 연구자다. 최신 의학 지견을 개발, 습득, 보급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임상 의사에게 진료실은 늘 최고의 교육장이고, 연구실이라고 생각한다.

여섯째, 관리와 리더십을 함양한 의사다. 의료는 사회의 자원, 조직,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최선의 진료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의료정책 수립과 합리적 자원배분 과정에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현재 의료상황 문제를 인식하고 미래 의료가 창출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정부보다 먼저, 국민을 위해 제시할 수 있어야 좋은 의사다.  

의대생 시절 자폐적이더라도 놀라운 판단과 슬기를 가진 외과의사와,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인간적인 일반의사 중 어느 편을 택할 것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의사는 애초부터 이 두 가지가 필연적으로 병행되어야 가능한 직업이다. 그런면에서 연구팀이 제시한 여섯 가지 역할과 덕목들도 한두 개씩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좋은 의사'에게는 여섯 가지 품격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살펴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섯 항목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평생 보충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굿 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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