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국 전문가 '만성 콩팥병 최적 관리를 위한 합의문' 발표
RAS 억제제,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 중단해도 혜택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만성 콩팥병 치료에서 RAS 억제제 중요성이 다시금 두드러졌다. 

진행성을 포함해 모든 만성 콩팥병 환자는 RAS 억제제를 중단하지 않고 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신장기능 악화를 막기 위해 RAS 억제제를 중단할지 두고 논란이 있었던 상황. 이런 가운데 RAS 억제제를 중단해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고 조사돼 이 같은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대만 등 11개국의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등 전문가들은 만성 콩팥병 관리 전략을 담은 '만성 콩팥병 최적 관리를 위한 합의문: 선별부터 합병증까지'를 BMJ Open 3월호를 통해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성진 교수(신장내과)가 참여했다. 

STOP-ACEi, 진행성 콩팥병 환자 RASi 중단 이득 없어
임의로 GFR 임곗값 따라 RASi 중단하는 것 최적 아냐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또는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생활습관 개선을 포함해 RAS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투약을 권고한다. 또 당뇨병이면서 잔여 알부민뇨가 있는 환자라면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병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가이드라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는 RAS 억제제 처방률은 낮다. 미국 CURE-CKD 레지스트리를 분석한 결과, 만성 콩팥병 성인 환자 3명 중 2명은 당뇨병, 고혈압 또는 당뇨병 전단계임에도 불구하고 RAS 억제제를 처방받고 있는 환자는 4~5명 중 1명에 그쳤다. 

게다가 잠재적으로 신장독성이 있는 약물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등 약제가 RAS 억제제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됐다(JAMA Netw Open 2019; 2(12):e1918169).

RAS 억제제 처방률이 낮은 이유는 RAS 억제제가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있는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치료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RAS 억제제는 경도~중등도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을 낮추고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악화를 지연시키며 단백뇨를 줄이고 4기 또는 5기 중증 만성 콩팥병으로의 진행을 늦춘다.

그러나 2010년 발표된 관찰연구에 따르면,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는 RAS 억제제 중단 12개월 이후 eGFR이 유의하게 증가했다(Nephrol Dial Transplant 2010;25:3977~3982).

2021년 발표된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RAS 억제제 중단에 따른 효능 및 안전성을 조사한 스웨덴 관찰연구에서는 치료 중단 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및 사망 위험이 증가했지만 신대체요법 시작 위험은 낮다고 조사됐다(J Am Soc Nephrol 2021;32(2):424~435).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RAS 억제제가 치료 혜택이 있는지 근거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 시킨 주인공은 2022년 발표된 STOP-ACEi 연구다.

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지 않았고 eGFR이 30mL/min/1.73㎡ 미만인 중증 및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를 조사한 결과, 3년째 RAS 억제제 지속군과 중단군 간 eGFR 변화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말기 신질환 진행 또는 신대체요법 시작 가능성도 두 군이 비슷했다. 이는 중증 및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가 RAS 억제제를 중단하면 신장기능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이에 합의문에서는 RAS 억제제는 모든 만성 콩팥병 및 심부전 환자에게 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는 RAS 억제제를 중단해도 어떠한 혜택이 나타나지 않으며, 만성 콩팥병 환자는 임의로 GFR 임곗값에 따라 RAS 억제제를 중단하는 것이 최적 치료가 아니라고 정리했다. 특히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당뇨병을 포함해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RAS 억제제 투약 시 심장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며 치료 혜택을 강조했다. 

단, 치료를 진행하면서 eGFR이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고 RAS 억제제 치료를 시작하고 증량하는 동안 4주 이내 신장기능이 최대 30% 감소하는 경우는 허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급격한 치료 반응을 피하면서 질병 조절 치료 중단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므로, 신장 전문의 및 다학제팀과 치료 관련해 상의하도록 권고했다.

고칼륨혈증 발생해도 치료 중단하지 않고 '칼륨흡착제' 사용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칼륨혈증 관리 전략도 제시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청 칼륨 수치가 5.0mmol/L를 초과하면 고칼륨혈증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고칼륨혈증 치료는 혈청 칼륨 수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경계 수준이라면 칼륨 섭취를 줄이는 식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약물로 관리하도록 했다.

단, 진행성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저칼륨 식이를 권고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정리했다. 식이를 통한 칼륨 섭취와 칼륨 농도 간 연관성이 약하며, 오히려 저칼륨 식이가 칼륨이 풍부한 식이와 연관된 심혈관 혜택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경도~중등도 고칼륨혈증이라면 가능한 한 질병 조절 치료를 지속하면서 고칼륨혈증을 관리하기 위해 파티로머 등 칼륨흡착제를 사용하도록 주문했다.

고칼륨혈증이 확인되면 RAS 억제제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전략이지만 이는 심장 및 신장 예후 악화 그리고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 게다가 RAS 억제제 치료를 중단하고 다시 시작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합의문에서는 이같이 권고했다. 

신부전 진행 막기 위해 SGLT-2i·RASi 조기 치료 권고

당뇨병과 심부전을 포함해 전체 심장 및 신장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는 SGLT-2 억제제와 RAS 억제제 치료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RAS 억제제와 SGLT-2 억제제가 보완적으로 심장 및 신장 보호 작용을 하며, 당뇨병 및 심부전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일찍 사용하는 것이 만성 콩팥병 발생 및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또 SGLT-2 억제제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의 만성 콩팥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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