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비오, 연 2회 주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2021년 FDA 허가
ORION-18 임상3상, 한국인 포함 아시아인 대상 렉비오 효능·안전성 평가
렉비오군 330일째 LDL-C 57.2%↓…위약군과 이상반응 발생률 비슷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한국인 등 아시아인도 연 2회 주사해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 2회 피하주사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노바티스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 효과적이면서 안전하다는 ORION-18 임상3상 결과가 공개됐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렉비오의 국내 허가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결과에 따라 허가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인다. 

연구 결과는 JACC Asia 2월호에 실렸다(JACC Asia 2024;4(2):123~134).

렉비오, FDA가 승인한 첫 siRNA 치료제

렉비오는 PCSK9 합성에 관여하는 RNA를 억제해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다. 작용 시간이 길어 첫 투여 후 3개월 뒤 투약한 다음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주사한다.

이 같은 특징에 따라 렉비오는 최대내약용량 스타틴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면서 순응도를 높이는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렉비오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임상연구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 대상 ORION-9,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 대상 ORION-10, ASCVD 환자와 위험인자 동반 환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ORION-11 등이 대표적이다.

세 가지 연구를 통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10일째 LDL-콜레스테롤은 렉비오 투여 시 등록 당시 대비 약 50% 감소했다. 수치상 LDL-콜레스테롤은 약 50mg/dL까지 조절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와 함께 임상2상인 ORION-1을 토대로 진행한 ORION-3 오픈라벨 연장연구에서 렉비오는 최대 4년 동안 내약성이 좋고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이 같은 근거에 따라 렉비오는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추가적인 LDL-콜레스테롤 강하가 필요한 ASCVD 또는 HeFH 성인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첫 siRNA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어 2023년 심혈관질환 1차예방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또 2021년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및 비가족형) 또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렉비오를 권고하는 치료지침을 발표했다.

한국인 24.1% 참여한 아시아인 대상 첫 렉비오 임상3상

▲노바티스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
▲노바티스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

렉비오는 임상3상에서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아시아인만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는 없었다.

무작위 이중맹검으로 진행된 ORION-18은 렉비오의 첫 아시아인 대상 대규모 임상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아시아인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기존 지질저하치료 외 새로운 치료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아시아인에게 렉비오를 사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ORION-18 임상3상이 이뤄졌다. 

연구는 ASCVD 또는 ASCVD 고위험이며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추가 지질저하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식이요법과 최대내약용량 스타틴 보조요법으로서 렉비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중국,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45곳 의료기관에서 18세 이상으로 ASCVD 환자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이상 또는 ASCVD 고위험군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이상인 환자 총 345명이 모집됐다.

무작위 배정 전 3개월 이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이 발생했거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중증 비심혈관질환 동반, 급성 간질환 등에 해당하는 환자군은 제외했다. 

연구에는 ASCVD 환자가 94.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평균 나이는 59.5세였고 등록 당시 LDL-콜레스테롤은 109mg/dL였으며 한국인은 24.1%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렉비오 300mg군(렉비오군, 171명)과 위약군(174명)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렉비오군은 첫 치료 후 90일, 270일째에 약물을 피하주사했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330일째 LDL-콜레스테롤 변화율로 설정했다. 

LDL-C 70mg/dL 미만 도달률, 렉비오군 80.7% vs 위약군 15.7%

분석 결과, 등록 당시 대비 330일째 LDL-콜레스테롤은 렉비오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60.5mg/dL 줄었고, 감소율은 57.2%로 유의미했다(P<0.001). 이 같은 결과는 모든 하위군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등록 당시부터 90일 이후 그리고 최대 360일까지 시간 조정된 LDL-콜레스테롤 감소율은 56.3%로 조사됐다.

렉비오군의 PCSK9 농도 역시 연구 기간에 지속적으로 줄어, 등록 당시 대비 330일째 78.3% 감소했다(P<0.001). 이와 함께 위약군 대비 렉비오군의 총콜레스테롤은 33.0%, 아포지단백B는 42.3%, 비HDL-콜레스테롤은 47.4% 감소했고 HDL-콜레스테롤은 9.1% 증가했다. 중성지방 수치는 렉비오군과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330일째 렉비오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률은 100mg/dL 미만이 91.7%, 70mg/dL 미만이 80.7%였다. 위약군은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도달률이 15.7%에 그쳤다.

아울러 등록 당시 대비 330일째 LDL-콜레스테롤 50% 이상 감소 도달률은 렉비오군은 71.7%였고, 위약군은 1.5%에 불과했다.

렉비오군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군과 비슷했다. 약물 투여 이후 발생한 이상반응(TEAE) 발생률은 인클리시란군 73.5%, 위약군 66.7%였고 대부분 경도~중등도 수준이었다. 연구자가 파악한 약물 관련 TEAE 발생률은 렉비오군 11.8%, 위약군 10.3%로 차이가 없었다. 심각한 TEAE 발생률은 렉비오군 16.5%, 위약군 9.8%였으나 약물과 연관된 심각한 TEAE는 보고되지 않았다. 

"엄격해지는 LDL-C 목표치,  렉비오로 확실한 조절 효과 기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발표된 렉비오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인에게서도 렉비오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을 유용한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렉비오가 ASCVD 환자이거나 고위험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아시아인에게 내약성이 좋고 12개월 동안 일관되게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렉비오의 글로벌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이철환 교수(심장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질 목표치가 점점 엄격해지는 가운데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 또는 50% 이상 감소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렉비오를 투약하면 LDL-콜레스테롤이 50~60% 감소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지질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렉비오는 6개월에 1회 주사하기에 2주 간격으로 투약하는 약제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렉비오의 안전성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6개월 간격으로 투약하고 12개월 추적관찰이 이뤄졌기에 장기간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렉비오를 평생 투약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간 안전성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렉비오는 임상연구에게 효과적이었고 문제가 되는 심각한 이상반응도 없었으며 순응도 역시 좋았다.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스타틴을 투약할 수 없는데, 렉비오는 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간질환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면서 "단, 허가받은 siRNA 치료제는 렉비오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장기간 안전성을 확인하는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ORION-18 오픈라벨 연장연구로 국내 환자 렉비오 치료 지속
심혈관 예후 검증하는 ORION-4·VICTORION-2P 연구 진행 중

이와 함께 ORION-18의 오픈라벨 연장연구도 진행 중이다. ORION-18 연구 국내 참가자에게는 회사 지원에 따라 렉비오를 계속 투약하고 있다.

이 교수는 "ORION-18의 오픈라벨 연장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구에서 위약군에 배정됐던 환자에게도 렉비오를 투약해 참가자들을 추적관찰을 하고 있다"며 "렉비오가 국내 보험 급여 등재될 때까지 회사에서 치료제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다만 보험 급여가 늦어져 환자에게 치료제 지원이 중단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렉비오는 국내 허가를 위해 식약처 검토를 받고 있다. 근거는 ORION-9, 10, 11 등 세 가지다. 허가는 빠르면 연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허가 이후 급여 등재 전까지 ORION-18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렉비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ORION-18에 등록된 환자에게는 국내에서 급여가 될 때까지 렉비오 치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국내 ASCVD 환자에게 하루빨리 렉비오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국내 허가 및 급여 등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렉비오의 심혈관계 예후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ORION-4는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을 경험한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렉비오가 MACE 위험을 낮추는지 평가한다.

이와 함께 VICTORION-2P는 심혈관질환 환자를 모집해 렉비오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허혈성 뇌졸중 등 3P-MACE 위험을 낮추는지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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