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 Internal Medicine, 국내 인구 대상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게재
SU, TZD, DPP-4i 복용 환자와 비교...SGLT-2i, NAFLD 개선 가능성 더 높아
보라매병원 장희준 교수 "치료제 없는 NAFLD, 가용 약물 연구 활발히 해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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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다양한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OAD) 중 SGLT-2 억제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개선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인구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SGLT-2 억제제는 다른 계열 약물에 비해 NAFLD 개선 가능성이 더 높고, 간 관련 부작용 발생률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국내 연구진은 "아직 NAFLD에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약물인 SGLT-2 억제제가 NAFLD 호전과 합병증 감소에 유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SGLT-2i, SU 대비 NAFLD 개선 가능성 1.99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김원(교신저자)·장희준 교수(제1저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우주 교수(교신저자)·김연진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 등 국내 연구팀의 논문이 지난달 12일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현재 SGLT-2 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TZD), DPP-4 억제제, 설포닐우레아(SU) 등 다양한 계열의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가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중 몇몇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에 잠재적인 NAFLD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히 어떤 계열의 약물이 효과적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어떤 약물이 제2형 당뇨병 및 NAFLD 환자의 긍정적 결과와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고자 했다.

이번 연구는 전국 규모의 코호트 연구로,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 21만 9941인년에 걸쳐 제2형 당뇨병과 NAFLD를 동시 진단 받은 8만 178명의 환자가 연구에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2014년 10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연속 90일 중 최소 80% 이상) 각각 SGLT-2 억제제, TZD, DPP-4 억제제 또는 SU를 메트포르민과 병용했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이후 지방간 지표(Fatty Liver Index score)와 복합 간 관련 결과(간 관련 입원, 간 관련 사망률, 간 이식, 간세포암종)를 통해 NAFLD 개선 정도를 평가했다. NAFLD 개선 기준은 기준선에서 60점 이상이었던 지방간 지표가 30점 이하까지 내려온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총 8만 178명의 환자 중 4102명의 환자에서 NAFLD 개선이 나타났다. 

SU와 비교해 SGLT-2 억제제가 99%(ASHR 1.99, 95% CI 1.75~1.27), TZD이 70%(ASHR 1.70, 95% CI 1.41~2.05), DPP-4 억제제가 45%(ASHR 1.45, 95% CI 1.31~1.59) NAFLD 개선 가능성이 더 높았다. 

SGLT-2 억제제는 TZD에 비해 40%(ASHR 1.40, 95% CI 1.12~1.75), DPP-4 억제제에 비해 45%(ASHR 1.45, 95% CI  1.30~1.62) NAFLD 개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U와 비교해 SGLT-2 억제제만이 간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63% 유의미하게 낮았다(ASHR 0.37, 95% CI 0.17~0.82).

연구팀은 "이번 코호트 연구 결과는 NAFLD 개선에 대한 잠재적 이점과 간 관련 부작용 발생률을 고려해 의사들이 NAFLD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처방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관찰 연구에 이어 처방 관행의 재검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본지는 연구의 제1저자인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장희준 교수(소화기내과)에게 이번 연구의 의미와 향후 추가 연구 필요성 등을 직접 물었다. 

"아직 치료제 없는 NAFLD...가용 혈당강하제 활발한 연구 필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장희준 교수(심장내과)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장희준 교수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비알코올 지방간의 전 세계 유병률은 25% 이상이며 간경변증, 간세포암 등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만 아직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 없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발생과 진행의 위험 인자는 비만 또는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서 2형 당뇨병의 위험 인자와 유사하다. 실제로 2형 당뇨병 환자의 55.5%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이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희는 경구혈당강하제 중 일부가 지방간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산발적인 소규모 연구들이 있던 점에 착안해, 지방간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 경구혈당강하제 전체를 실생활 환경에서 광범위하게 비교 분석하고자 했다. 

-현재 국내 지침과 글로벌 지침에서 NAFLD가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 권고되는 약물과 그 근거는 무엇인가?

대한간학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지침에 따르면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장기 치료 시 안전성 우려가 있어 메트포르민을 일차 치료제로 사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간학회에서는 현재 FDA 승인된 약제는 없으나 세마글루타이드과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 간학회에서는 강한 권고는 아니나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 등 당뇨병을 주로 다루는 학회의 경우 제2형 당뇨병 치료에 관한 진료 지침에서 아직까지 NAFLD 환자에 특정한 약물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비알코올 지방간은 높은 유병률과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지만 아직 승인된 치료 약제가 없어 임상적으로 중요한 미충족 수요 상태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바로 사용 가능한 약물인 SGLT2 억제제가 비알코올 지방간의 호전과 그 합병증 감소에 유익할 수 있음을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데이터에서 확인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현재 메트포르민이 1차 약제이고 심혈관 질환이 있지 않다면 특별히 선호되는 추가 약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비알코올 지방간이 동반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치료제로 SGLT2 억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지방간 및 그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데에 유익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구의 한계점과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했고 다양한 첨단 통계 기법을 활용해 실제 현실을 많이 반영한 연구 결과를 도출했지만, 후향적 데이터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로서 숨겨진 비뚤림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잘 설계된 전향적인 코호트 연구 또는 임상 시험을 통해 본 연구 결과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 연구에서 현재 가용한 경구혈당강하제인 SGLT2 억제제가 비알코올 지방간의 질병 경과에 유익할 수 있음을 밝힌 것처럼, 현재 가용한 다른 약 중에도 비알코올 지방간에 유익한 약물이 있는지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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