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연구팀, 영국 CPRD로 일반인 대비 통풍 환자 심혈관질환 위험 조사
통풍 환자군, 12가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1.58배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통풍 환자는 심혈관질환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영국 임상진료 연구자료 연계체계(CPRD)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통풍 환자군은 통풍이 없는 정상 대조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다.

기존 연구는 통풍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혈전색전증 등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12가지 심혈관질환을 확인, 보다 광범위한 질환 위험을 평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The Lancet Rheumatology 3월호에 실렸다(Lancet Rheumatol 2024;6(3):e156~e167).

 

통풍군, 전도계질환·심부전·판막질환 위험 높아

전통적 위험요인 보정해도 통풍군 심혈관질환 위험 의미 있어

이번 연구는 영국 CPRD의 1차 및 2차 전자건강기록에서 2000~2017년 처음 통풍을 진단받은 환자군 15만 2663명(통풍군)과 통풍이 없는 정상 대조군 70만 9981명(대조군)의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됐다. 

통풍군은 진단 당시 80세 이하였고 통풍 진단 이후 최대 12개월 동안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지 않았다. 대조군은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상태,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별됐다. 통풍군 1명 당 대조군 5명을 비교했다.

통풍군의 평균 나이는 56.2세였고 남성이 78.8%를 차지했으며, 대조군은 각 56.5세와 79%로 조사됐다.

2019년 6월까지 추적관찰이 이뤄졌고, 죽상동맥경화증, 퇴행성 및 혈전색전성 질환, 부정맥 등을 포함해 12가지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조사했다.

추적관찰 6.5년(중앙값) 동안 심혈관질환은 통풍군 3만 1479명(20.6%), 대조군 10만 6520명(15%)에게서 발생했다.

이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은 통풍군이 대조군보다 1.58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58; 95% CI 1.52~1.63). 통풍군의 높은 심혈관질환 위험은 12개 질환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아울러 통풍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여, 남성보다 여성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대조군 대비 여성 통풍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1.88배(HR 1.88; 95% CI 1.75~2.02), 남성은 1.49배(HR 1.49; 95% CI 1.43~1.56) 높았다.

또 56세 미만의 통풍군이 대조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2.22배 의미 있게 높아(HR 2.22; 95% CI 1.92~2.57), 젊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두드러짐을 확인했다. 대조군 대비 45~54세 통풍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1.84배, 55~65세는 1.57배 상승했다. 

통풍군의 질환별 위험을 보면, 전도계질환(Conduction system disease)이 1.88배로 위험이 가장 높았고, 심부전과 판막질환이 모두 1.85배로 뒤를 이었다.

또 통풍군은 대조군보다 체질량지수(BMI)가 2.90kg/㎡ 높았고, 고혈압, 만성 콩팥병, 이상지질혈증, 2형 당뇨병 등 동반 비율이 더 많았다. 

전체적으로 흡연, 혈압, BMI 등 전통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보정하면 통풍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유의미해, 대조군 대비 1.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려진 심혈관질환 위험요인만으로 통풍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를 설명할 수 없고, 염증 및 다른 질병 활성 요인 등이 심혈관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풀이되는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벨기에 루벤가톨릭대학 Nathalie Conrad 교수는 "이번 결과는 통풍 관련 장기손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통풍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통풍 환자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서도 통풍-심혈관질환 연관성 확인한 근거 쌓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도 통풍과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을 확인한 근거들이 쌓이고 있다.

2023년 한림대 성심병원 강호석 교수(소화기내과) 연구팀은 2002~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통풍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했다(Front Endocrinol (Lausanne) 2023:14:1195888). 이 연구는 뇌졸중, 허혈성 심질환, 심부전 등 위험에 중점을 뒀다.

통풍군 2만 2480명과 대조군 2만 2480명을 성별, 나이, 소득 수준, 거주지 등에 따라 1:1 매칭해 비교한 결과, 통풍군의 뇌졸중, 허혈성 심질환, 심부전 등 발생률이 대조군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00인년당 통풍군과 대조군의 발생률은 뇌졸중이 각 9.84명과 8.41명, 허혈성 심질환이 각 9.77명과 7.15명, 심부전이 각 2.47명과 1.46명이었다.

교란요인 보정 후 대조군 대비 통풍군의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은 뇌졸중이 11%, 허혈성 심질환이 28%, 심부전이 64%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에서 이 같은 위험이 두드러졌다. 

이에 앞서 2022년 보라매병원 신기철·김민정 교수(류마티스내과)와 강원대병원 문기원 교수(류마티스내과) 공동 연구팀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를 토대로 통풍 유무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을 분석했다(J Clin Med 2022;11(8):2124).

통풍군 3306명과 나이 및 성별을 매칭한 같은 규모의 정상 대조군을 6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통풍군에서 고혈압 비율이 3배 이상 높았고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 콩팥병 등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통풍군은 대조군 대비 위험이 허혈성 심질환 1.86배, 급성 심근경색 3.24배, 뇌졸중 1.55배 높은 것으로 조사돼, 통풍이 심혈관질환의 독립적 위험인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 결과 발표 당시 신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통풍과 심혈관질환 위험 간 연관성을 입증한 최초 연구"라며 "통풍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본인의 요산 수치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향후 다양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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