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약제인 일라이 릴리의 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혈압 강하 효과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이 없는 비만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SURMOUNT-1 임상3상 하위분석 결과, 젭바운드 모든 용량에서 36주째 24시간 활동혈압(ABPM)이 조절됐고 특히 수축기혈압이 크게 줄었다.

이는 젭바운드의 체중 감소 효과와 관계없이 약제가 혈압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SURMOUNT-1 하위분석 결과는 Hypertension 2월 5일자 온라인판에 레터 형식으로 실렸다.

젭바운드는 주 1회 피하주사하는 약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고, 같은 성분 약제인 마운자로 역시 항당뇨병제로 승인받았다. 

SURMOUNT-1은 젭바운드의 체중 조절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한 첫 임상3상이다. 당뇨병이 없고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으로 비만하거나 동반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27kg/㎡ 이상의 과체중 성인이 연구에 모집했다.

SURMOUNT-1 결과에 따르면, 젭바운드 최대 용량인 15mg 투약 시 위약 대비 체중이 20% 이상 감소했다. 평균 체중 20% 감량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는 젭바운드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학계 주목을 받았다. 

이번 SURMOUNT-1 하위분석은 항고혈압제를 안정적으로 복용 중이고 혈압이 140/90mmHg 미만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 이와 함께 최소 70%의 유효한 ABPM 데이터가 있고, 최소 20회 주간(7~22시) 판독(30분 간격) 및 7회 야간(22~7시) 판독(60분 간격) 데이터가 있는 환자군이 분석 대상이었다. 

등록 당시 및 36주째 24시간 ABPM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 600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치료에 따라 젭바운드 5mg군(145명), 10mg군(152명), 15mg군(148명) 그리고 위약군(155명) 등 4개 군이 확인됐다.

평균 나이는 45.5세였고 여성이 68.7%를 차지했으며 평균 BMI는 37.4kg/㎡였다. 등록 당시 30%가 고혈압 환자였고 29%가 1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이었다. 

최종 분석은 등록 당시 및 36주째 ABPM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494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등록 당시 24시간 ABPM은 124.6/72.1mmHg였다. 

조사 결과, 36주째 혈압은 위약군과 비교해 젭바운드 5mg군 7.4/2.0mmHg, 10mg군 10.6/2.9mmHg, 15mg군 8.0/0.5mmHg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주간 및 야간혈압 모두 일관되게 나타났다. 젭바운드 치료에 따른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 변화는 등록 당시 나이, 성별, BMI, 수축기혈압, 고혈압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여부, 혈당 상태 등과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었다.

평균 24시간 심박수는 등록 당시 1분당 77.4회로 치료군 간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으나 36주째에는 젭바운드군이 위약군보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분당 심박수는 위약군 대비 젭바운드 5mg군 2.1회, 10mg군 2.3회 늘어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고, 젭바운드 15mg군은 5.4회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젭바운드가 비만 관련 고혈압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에서 진료실 혈압보다 심혈관질환 위험 예측에 우수한 24시간 ABPM을 분석해 의미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James A. de Lemos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젭바운드의 체중 감소 효과는 혈압 강하와 연관됐지만, GLP-1/GIP 이중 작용제로서 젭바운드는 체중 조절과 관계없이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결과는 젭바운드가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24시간 ABPM을 활용해 진료실 혈압보다 더 포괄적으로 환자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젭바운드는 심혈관 예후도 잠재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