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별 승인율 차이로 인해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발목 지적
솔리리스 aHUS 적응증 최초 사전승인율 20%…환자 악화되도록 둬야 승인되나 불만 증폭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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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12년부터 도입된 희귀질환 고가 치료제에 대한 사전심의(심사)제도를 응급 상황에 맞는 유연한 심의와 유지 치료를 위한 일반 심의 이원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심의제도는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애 대한 요양급여 적용 여부를 사전에 심의하는 제도로,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보호를 함께 고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치료제 투약 전 적격 환자를 판단하는 사전 심사와 사전 심사를 통한 승인 이후 치료제 투약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동시 심사 기능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사전심의제도는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필요성과 적절성 충족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부적절한 재정 지출을 방지하면서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를 위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가 처음 적용받은 후 2018년 솔리리스의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질환도 사전심의를 받고 있다.

2019년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를 위한 바이오젠 코리아의 스핀라자(누시네라센),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의 울토미리스(라불리주맙,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2020년 저인산효소증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의 스트렌식(아스포타제알파)이 적용받고 있다.

또 2022년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2023년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한국로슈의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 및 구루병 치료제 쿄와기린의 크리스비타(부로수맙) 등 8개 치료제가 사전심의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의료현장과 희귀질환 불만의 목소리 커져 

고가인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사전심의제도 적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현장과 희귀질환 환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낮은 최초 승인율 및 긴 심의 기간, 엄격한 급여기준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특히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사전심의제도 적용을 받은 치료제의 최초 승인율을 분석한 결과, 치료제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치료제인 솔리리스는 최초 승인율이 21.6%에 불과한 반면, 저인산 효소증 (HPP) 치료제인 스트렌식은 100%의 승인율을 보였다.

또, 불승인에 대한 이의신청 인용도 적었다. 2022년 17건의 이의신청 중 1건만 인용돼 사실상 불승인 이후 이의신청을 통한 승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관련 학회에서 제시하는 승인율 산출 기준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사평가원 2022년 사전심의 승인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솔리리스의 PNH는 90.7%, aHUS 43.5%였으며, 스핀라자는 94.2%, 스트렌식 100%, 울토미리스 95.9%, 졸겐스마 81.8%였다. 크리스비타와 에브리스디는 2023년부터 사전심의 대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의 사전심의 승인율 계산은 사전심의를 신청한 희귀질환 환자 1명당 승인, 불승인 여부만 확인한 결과"라며 "최초 승인 신청 및 이의신청 결과 모두를 포함한 수치"라고 전했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 몇 번을 사전심의를 신청하던 결과는 승인 및 불승인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며 "최초 심사 승인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치료제별 승인율이 차이가 날 경우 환자들이 치료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치료제인 솔리리스는 승인율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솔리리스는 2018년 aHUS 치료 목적으로 2016년 적응증 승인 이후 2018년 사전심의를 조건으로 요양급여가 승인됐다.

현재 aHUS로 솔리리스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9가지 제외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4가지 대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솔리리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투여대상 4가지 조건은 △혈소판수, 분열적혈구, 헤모글로빈 10g/dL 이하, LDH 정상 상한치의 1.5배 이상 등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TMA)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 △기존의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eGFR 20% 이상 감소 및 기존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거 혈청 크레아티닌이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정상 상한치 이상되는 신장손상 △혈장교환 또는 혈장주입을 하기 이전 혈액 샘플에서 ADAMTS-13 활성이 10% 이상 △대변 STEC 결과 음성 등이다.

그리고, 제외 기준은 △Shiga toxin으로 인한 용혈성 요독증후군 △활동성 악성종양 △활동성 HIV 감염 △이식 △약물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혈관염 또는 감염 △섬유소 혈전증 △패혈증 △기타 이차성 용혈성 요독증후군 등이다.

이 같은 급여 기준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는 혈액학적 지표 일부만 충족되면 급여가 인정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치까지 설정된 혈액학적 지표까지 모두 충족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aHUS 치료 목적의 솔리리스 사전심의 승인은 총 47건 최초 심의 신청 중 단 3건만 승인돼 승인율이 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政, 질환별 승인율 차이 발생 이유 검토

불승인 이유 분석 통해 승인율 제고 방침

신장학회 측은 현재의 급여 조건이 낮은 승인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급여기준 개선을 통한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여러 차례 의견서를 심사평가원에 제출했지만, 심사평가원은 새로운 임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현재 급여기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솔리리스의 낮은 사전심의 승인율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솔리리스의 사전심의 승인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심사평가원에 질의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질의에 대해 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 및 의료인들의 솔리리스 급여기준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답변했으며, 급여 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사전심의 재신청 승인율은 나쁘지 않지만, 질환별 승인율에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오 과장은 "비교적 안정화된 약제는 사전심의를 사후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심의 신청하는 기관에 불승인 이유를 분석해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승인율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상의사들, 사전심의 승인 위해 환자 악화 유지 딜레마 토로

대전을지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
대전을지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

aHUS 환자를 진료하는 대전을지대병원 이수아 교수(신장내과)는 사전심의제도의 이원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수아 교수는 "aHUS 질환에 대한 급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배제해야 하는 질환이 매우 많다"며 "타 질환 배재를 위한 검사 항목도 많고 검사 항목들에 대한 결과 확인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aHUS의 임상 경과는 급속하게 악화돼 몇 시간 만에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전심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검사와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인해 승인이 날 때까지 빠르게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사전심의제도가 aHUS 환자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약물 처방을 돕는 것이 아니라 급여 기준을 위한 검사 항목 진행 및 기준 충족 여부 등 외부적인 문제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아 교수는 "승인까지 무조건 기달릴 수 없어 질환 악화를 막기 위해 2차 치료를 하게 되면 일부 검사 결과에서 조금 호전되는 것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그럼 사전심의에서 불승인된다. 임상 의사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전심의 후 승인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최소 2주 정도 걸린다.

결국 임상 의사들은 사전심의 승인을 받기 위해 2주 동안 환자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주 동안 환자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보전적 치료를 진행하면 당연히 환자의 검사 결과는 조금 호전된 것으로 나오지만 결코 호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수아 교수는 "사전심의제도와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 괴리가 있다"며 "aHUS를 진료하는 교수님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급여기준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심사평가원에서 너무 엄격하게 심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심의 기간 단축과 aHUS 급여기준 완화 필요

이 교수는 현재의 사전심의제도의 급여기준 완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영국 및 호주 등 사전심의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급성기·응급 상황과 질환 유지를 위한 사전심의를 이원화하고 있다.

그는 "다른 선진국과 같이 급성기 및 응급상황에 대해서는 유연한 심의를 도입했으면 한다"며 "응급 상황이 호전된 이후 환자가 안정된 이후에는 유지요법을 위해서는 관련 치료제가 어느 기간까지 사용하는 것이 적정한지 추후 심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위급한 상황에 놓인 환자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유연한 제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사전심의를 위한 2주의 시간은 aHUS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기 어려울 수 있어 심의기간 단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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