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E 연구, 표준 항혈소판제+항응고제 '아가트로반' 병용 가능성 평가
아가트로반 투약 시 90일 예후 개선…두개내출혈 추가 발생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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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경구용 항응고제가 조기 신경학적 악화(END)를 경험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예후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중국에서 진행된 EASE 무작위 연구 결과,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표준 항혈소판제와 함께 항응고제인 아가트로반을 정맥주사하면 두개내출혈은 더 발생하지 않으면서 기능적 예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이후 장애를 줄이기 위한 항응고제 사용에 힘이 실릴지 관심이 모인다. EASE 연구 결과는 JAMA Neurology 1월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조기 신경학적 악화 경험 환자, 예후 악화 위험 높아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증상 발생 이후 48시간 이내 조기 신경학적 악화가 흔하게 나타난다.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대다수 환자는 항혈소판제를 투약해도 혈전 확장, 혈역학적 손상, 불완전한 항혈소판제 반응 등을 이유로 예후가 악화될 위험이 높다. 

한양대구리병원 고성호 교수(신경과)는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뇌졸중 환자는 입원 이후 일주일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뇌세포가 사멸할 뿐만 아니라 부종과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이에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환자의 기능적 예후 악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론상 뇌졸중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조기 사용하면 뇌내동맥에서 혈전 형성을 막아 뇌경색 부피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장애 및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추정된다. 문제는 항응고제 투약 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발표된 코크란 리뷰에 의하면, 항응고제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었지만 증상성 두개내출혈 위험이 증가했다(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1 Oct 22;10(10):CD000024).

또 일과성 허혈발작 또는 경미한 뇌졸중 환자에게 와파린 등 비타민K 길항제 초기 사용은 두개내출혈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고 조사됐다(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2;2012(9):CD001342).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응급 항응고제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아가트로반은 최초의 합성 직접 트롬빈 억제제로 혈액응고의 핵심 인자인 트롬빈 활성을 차단한다. 빠르게 단기간 작용해 출혈 위험이 낮아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에게 투약 시 혈전 증식을 막고 추가적인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중국에서 진행된 EASE 무작위 오픈라벨 맹검 연구는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발생 48시간 이내 아가트로반 투약 시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mRS 0~3점 가능성, 대조군 대비 아가트로반군 1.1배↑

두개내출혈 발생률, 아가트로반군 0.9% vs 대조군 0.7%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4월 4일~2022년 7월 31일 중국 28곳 의료기관에서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628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조기 신경학적 악화는 증상 발생 이후 48시간 이내 미국 국립보건원 뇌졸중 지수(NIHSS)가 2점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평균 나이는 65세였고 63.7%가 남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표준 항혈소판제를 투약하면서 증상 발생 48시간 이내 아가트로반 정맥주사군(아가트로반군)과 받지 않은 군(대조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아가트로반 치료 기간은 7일로, 첫 2일 동안 매일 60mg을 점적 정맥주사한 이후 남은 기간에 매일 20mg을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90일째 평가한 장애예후 평가지표인 mRS(modified Rankin Scale) 점수 0~3점 비율로 정의했다. mRS 점수는 0~6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기능적 장애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1차 목표점 비율은 아가트로반군 80.5%, 대조군 73.3%로 두 군간 7.2%p의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90일째 평가한 mRS 점수가 개선될 가능성은 아가트로반군이 대조군 대비 1.1배 의미 있게 높았다(RR 1.10; P=0.04).

중요한 결과는 아가트로반군의 혜택이 출혈 위험 증가 없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증상성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아가트로반군 0.9%, 대조군 0.7%로 비슷했다(P=0.78). 

연구를 진행한 중국 저장의대 Min Lou 교수는 "그동안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줄이기 위한 연구는 항혈소판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응고제에 집중돼 왔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혈전용해제인 알테플라제를 정맥주사한 환자에게서도 아가트로반의 위험 신호가 관찰되지 않았다. 항응고제가 안전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혈소판제 표준요법과 함께 아가트로반 투약 시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더 좋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항혈소판제 표준요법을 받아야 하는 뇌졸중 환자군을 대상으로 항응고제 병용 가능성을 확인한 모험적 연구"라고 평가했다.

중국인 외 인종에서도 결과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EASE 연구에서 아가트로반의 추가적인 출혈 위험이 관찰되지 않은 이유는 저용량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지난해 발표된 ARAIS 무작위 연구에서는 알테플라제를 정맥주사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아가트로반 투약 시 3~5분 동안 100㎍/kg을 정맥으로 일시주입 이후 48시간 동안 분당 1.0㎍/kg을 투약했다. 이 연구에서 아가트로반을 투약하더라도 신경학적 기능이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았다(JAMA 2023;329(8):640~650). 

EASE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Brett Cucchiara 교수는 논평을 통해 "EASE 연구는 아가트로반 저용량을 사용해 출혈 발생률이 낮았을 것"이라며 "아가트로반 등 항응고제 사용에 대한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이번 연구는 급성 뇌졸중 환자를 비경구용 항응고제로 치료해야 하는지와 언제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한 이후 이상적인 항응고제 치료 시기를 확인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 이번 결과가 중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에게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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