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고성호 초대 이사장
기존 학회의 '불필요한 규정과 완전히 결별한' 새로운 학회
"행정업무 하지 않고 뇌혈관 대사 관련 질환·장애 관련 학술 논의·연구 수행"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고성호 초대 이사장(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고성호 초대 이사장(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튜브는 사용자가 동영상을 올려 자신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학계에서도 연구자 간 학문적 논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임상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학술단체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020년 창립된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이하 뇌대학)다.

뇌대학은 뇌혈관 대사 관련 질환이나 장애 등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단체다. 기존 학회의 '불필요한 규정과 완전히 결별한' 새로운 학회임을 내세운다. 

본지는 올해 뇌대학 초대 이사장에 취임한 고성호 이사장(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기존 학회와 뇌대학의 차이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 뇌대학의 창립 배경은?

지금까지 학회는 특정 질환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질환들이 서로 위험요인을 공유하지만, 특정 질환만 공부하고 연구해 깊이 있는 학술적 논의를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뇌혈관질환 환자는 뇌혈관에 대사장애를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동반해, 신경과 의료진은 이를 모두 알아야 한다. 특정 질환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뇌대학이 창립됐다.

뇌대학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위험요인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신경과 의료진으로서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연구한다.

학회 창립 과정에서 뇌대학 이승훈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이 많이 고생했다. 창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여하겠다는 의료진이 상당수 있다. 앞으로 학회가 어떤 일을 할지 기대가 된다. 

- 기존 학회의 '불필요한 규정과 완전히 결별한' 새로운 학회임을 내세운다. 어떤 의미인가?

오로지 공부와 연구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학회 내 행정조직이나 부서가 없다. 대국민 홍보나 자금 조달 등 행정업무는 사무처가 도맡아 한다. 뇌대학은 학술적 논의로 모인 아이디어가 의미 있는 연구로 이어지거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즉 연구를 위한 중심 역할을 한다. 기존 학회와 다른 모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뇌혈관 대사 관련 질환이나 장애에 대한 학술적 논의와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고성호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고성호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령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 의료진이 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등에서 신약이 등장했다. 신경과 의료진은 약에 대해 알고 처방해야 하는데, 관련 질환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깊이 공부하기 어려웠다.

약품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간단하게 소개받는 정도로만 약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신경과 의료진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동반한 뇌혈관질환 환자에게 약을 자신 있게 처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뇌대학은 의료진마다 관심 있는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자별 니즈에 따라 소그룹을 구성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소그룹을 만든 이후 그 안에서 학술이사를 선정하고 학술적 논의 및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 뇌대학을 통해 다기관 연구도 진행될 수 있을까?

본 학회가 하려는 것 중 하나가 다기관 연구다. 예로 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은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제약사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함께 전국적으로 환자를 모집한다면,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모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희귀난치성질환 연구 수행이 쉬워지고, 제약사는 연구에 지원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실제 뇌대학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해 정해진 주제로 올해 상반기 임상연구가 시작된다. 

연구 진행을 위해 제약사 지원이 필요하고 가시적 결과물을 얻어야 해 처음에는 약물 관련 임상연구가 주가될 것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생활습관 교정 등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하고자 한다. 약물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더라도 위험요인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학회 차원에서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 뇌대학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뇌대학이 학술적 논의 및 연구를 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만들면 사용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틀을 만드는 것이 뇌대학의 궁극적 목표다. 

신경과 의료진들이 환자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아이디어가 모이면 좋은 연구로 이어져 관리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본 학회가 지원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에 관심 있는 외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뇌혈관질환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이제는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관리하지 않으면 향후 뇌경색, 치매 등 뇌혈관질환이 발생해 사회가 더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가 나타나기 전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 학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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