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팀, 건보공단 데이터로 심방세동 발생률·위험요인·예후 조사
심장박동 조절기·ICD/CRT 등을 이식받은 환자, 심방세동 발생 시 예후 악화 위험↑
항응고제 처방률 절반에 그쳐…"뇌졸중 예방 위해 적극적으로 권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장삽입 전자기기(CIED)를 이식받은 환자(이하 CIED 이식 환자)라면 심방세동 발생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CIED 이식 환자에서 심방세동 발생 시 예후를 평가한 결과, 허혈성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사망 등 위험이 일관되게 높았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한 CIED 이식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률은 절반에 불과했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기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항응고제를 처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심장학회 공식 학술지 KCJ 1월호에 실렸다(Korean Circ J 2024;54(1):13~27).

 

고령화로 국내 CIED 이식 환자 증가세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내 CIED 이식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CIED 이식 건수는 2009년 대비 2016년에 심장박동 조절기 2배, 삽입형 제세동기(ICD) 3.6배, 심장재동기화치료(CRT) 4.9배 증가했다.

CIED 이식 환자의 평균 나이도 늘고 여러 동반질환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Korean Circ J 2019;49(9):841~852).

CIED 이식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다. 하지만 CIED 이식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률과 위험요인, 예후 등을 평가한 국내 데이터는 없었다.

 

심방세동 공통 위험요인 '고령'·'판막심장질환'
심방세동 발생 시 복합 예후 악화 위험 3.4~5.7배↑

이번 관찰 코호트 연구는 2009~2018년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심방세동이 없었던 CIED 이식 환자 3만 9121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CIED 종류와 적응증에 따라 △심장박동 조절기 이식 환자군(심장박동 조절기군, 2만 1438명) △ICD/CRT를 이식한 심부전 환자군(ICD/CRT군, 3450명) △심부전이 없고 급성 심장사 2차 예방을 위해 ICD를 이식한 환자군(심부전이 없는 ICD군, 2146명) 등으로 분류됐다.

▲대한심장학회 공식 학술지 KCJ 1월호에 실린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 논문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재구성(Korean Circ J 2024;54(1):13~27).
▲대한심장학회 공식 학술지 KCJ 1월호에 실린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 논문 그래픽 메디칼업저버 재구성(Korean Circ J 2024;54(1):13~27).

먼저 100인년당 심방세동 발생률은 심장박동 조절기군 4.3명, ICD/CRT군 7.3명, 심부전이 없는 ICD군 5.1명으로 조사됐다. 

심방세동 위험요인은 CIED 종류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으나, 고령과 판막심장질환은 공통된 위험요인이었다. 

심장박동 조절기군의 심방세동 위험요인은 △고령 △허혈성 뇌졸중/일과성 허혈발작 △심부전 △고혈압 △여성 △동기능부전증후군 △판막심장질환 등이 꼽혔다.

세 군 중 심방세동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ICD/CRT군의 심방세동 위험요인은 △고령 △판막심장질환 △허혈성 뇌졸중/일과성 허혈발작 △비허혈성 심근병증 등으로 조사됐다. 

심부전이 없는 ICD군은 △고령 △당뇨병 △판막심장질환 등이 심방세동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CIED 이식 환자는 심방세동 발생 시 예후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이 없는 CIED 이식 환자군과 비교해 심방세동 발생 시 △허혈성 뇌졸중 3.8~11.4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2.6~10.5배 △모든 원인에 의한 입원 2.4~2.7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4.1~5.0배 △평가요인 복합 결과 3.4~5.7배 등 예후 악화 위험이 높았다.

최의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국내 CIED 이식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률은 낮지 않았다"며 "임상에서는 CIED 이식 환자 진료 시 심방세동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위험요인을 잘 관리해야 한다. CIED 이식 환자에게서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예후가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응고제 처방률 낮아…"뇌졸중 예방 위해 적극 처방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한 CIED 이식 환자의 항응고제 처방률은 낮았다. 

심방세동 진단 이후 1년 이내 와파린 또는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처방률은 심장박동 조절기군 51.3%, ICD/CRT군 51.7%로 절반 수준에 그쳤고, 심부전이 없는 ICD군은 33.8%에 불과했다.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CIED 이식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항응고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방세동이 발생한 CIED 이식 환자의 항응고제 처방률이 낮은 이유는 의료진의 출혈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약제에 대한 환자 거부감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는 "심방세동이 발생한 CIED 환자는 고령이기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항응고제 처방 시 출혈 위험을 걱정한다"며 "또 아스피린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생각해 항응고제가 아닌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아스피린은 뇌졸중 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확인돼 아스피린 처방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도 지금 당장 증상이 없는데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항응고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응고제 처방률과 치료율을 높이려면 의료진뿐만 아니라 심방세동을 진단받고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 대상의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내 CIED 이식 환자가 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심방세동이 발생한 CIED 이식 환자를 항응고제로 치료했을 때 예후가 개선되는지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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