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구팀, GLP-1 제제 또는 인슐린 투약 당뇨병 환자 장기 데이터 분석
GLP-1 제제, 기저 인슐린 대비 췌장암 위험 유의하게 높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그리고 비만치료제로 처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췌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를 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GLP-1 제제를 투약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7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GLP-1 제제는 기저 인슐린 대비 췌장암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그동안 GLP-1 제제가 췌장염 또는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들이 발표됐으나, 대부분 추적관찰이 짧고 분석한 환자 데이터도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GLP-1 제제를 투약한 당뇨병 환자를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GLP-1 제제가 췌장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점에 힘을 더한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GLP-1 제제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 췌장염·췌장암 우려 제기

GLP-1 제제는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염 또는 췌장암은 GLP-1 제제나 DPP-4 억제제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 꼽힌다.

2013년 발표된 미국 내 당뇨병 환자 대상 환자 대조군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 제제인 엑세나타이드와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군에서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JAMA Intern Med 2013;173(7):534-539).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들 제제의 췌장염 위험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GLP-1 제제와 췌장염 또는 췌장암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이 진행됐고, 대부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추적관찰이 짧고 표본 크기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GLP-1 제제 투약 이후 7년 동안 췌장암 발생률 증가하지 않아

이번 인구 기반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GLP-1 제제 출시 이후 보고된 췌장암 발생률을 장기간 추적관찰해 약제와 췌장암 간 연관성을 평가했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연구는 이스라엘 Clalit Healthcare Services 보험에 가입된 21~89세 당뇨병 환자 54만 359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스라엘에서 GLP-1 제제가 출시돼 사용 가능했던 2009년부터 췌장암을 진단받았거나 사망 또는 90세에 도달 혹은 2017년 12월까지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59.9세였고 여성이 51%를 차지했다. GLP-1 제제 투약군(GLP-1 제제군)은 6.1%, 기저 인슐린 투약군(인슐린군)은 19.7%였다. 

주요 목표점은 GLP-1 제제와 관련된 췌장암 발생률로, 당뇨병 진단 이후 2년을 기준으로 교란요인을 보정해 인슐린 치료 결과와 비교했다. 연구는 진단되지 않은 췌장암으로 인해 당뇨병이 나타났으나 암이 발견되기 전 당뇨병을 진단받는 역인과관계(reverse causation bias) 문제를 막고자 당뇨병 진단 이후 2년부터 추적관찰을 시행했고, 약물 치료 후 5~7년째 결과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전체 9년 추적관찰 동안 1665명이 췌장암을 진단받았다. 이를 토대로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특징, 체질량지수(BMI) 등을 보정해 5~7년째 두 치료군 간 췌장암 위험을 비교한 결과, GLP-1 제제군이 인슐린군보다 50%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HR 0.50; 95% CI 0.15~1.71). 즉, GLP-1 제제와 인슐린의 췌장암 위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GLP-1 제제 또는 인슐린 치료를 새롭게 시작한 신규 환자군만 분석해도 전체 결과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신규 환자군 중 치료 5년 차부터 GLP-1 제제군의 췌장암 위험은 인슐린군과 비교해 48%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HR 0.52; 95% CI 0.19~1.41). 

유사하게 인슐린군과 이전에 인슐린을 사용했던 GLP-1 제제군을 비교해도 두 군 간 의미 있는 췌장암 위험 차이는 없었다(HR 0.75; 95% CI 0.37~1.53).

이번 연구는 GLP-1 제제 치료를 시작한 당뇨병 환자에서 7년 동안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GLP-1 제제와 췌장암 발생 간 연관성이 없다는 뜻으로, 이는 여러 분석법에 따른 결과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다만, GLP-1 제제를 투약한 지 7년이 지난 이후에도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지는 여전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연구를 진행한 이스라엘 셰바메디컬센터 Rachel Dankner 박사는 "이번 연구가 GLP-1 제제에 대한 의료진의 우려를 덜어주길 바란다"며 "의료진은 GLP-1 제제가 췌장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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