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후 허혈성 뇌손상·급성 폐손상·파킨슨병에서 가능성 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에서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은 10%에 달한다.

이 같은 유병률은 오는 2050년15%까지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지기능 저하 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정신증상을 동반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목표는 약물요법, 행동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해 전형적인 질병 진행 추이를 늦추는 것이다.

아직까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생존 연장이나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중증 치매 유병 기간을 1년 이내로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NMDA 길항제 메만틴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표적 제품은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된 메만틴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진행되면 신경세포에서 글루타메이트를 과다 분비해 시냅스 후 부위를 과활성화시켜 기억장애를 유발한다.

메만틴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감소시키고 신경세포가 정상화되면 NMDA 수용체에서 가역적으로 분리돼 글루타메이트가 정상적으로 시냅스 장기강화에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가운데 메만틴이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이외의 다른 질환에서 추가적인 이점을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 서남의과대학 Bin Can Tang 박사 연구팀은 지난 9월 메만틴의 여러 질환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본 비임상 연구 결과에 대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Ibrain. 2023 Jun 6;9(3):340-348).

 

심정지 후 허혈성 뇌손상

심정지 후 허혈-재관류 손상으로 인한 신경세포 사멸은 흥분독성,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산화 스트레스, 세포 내 칼슘 과부하, 염증 반응 과활성화 등 여러 단계가 포함된 복잡한 과정이다.

특히 흥분독성은 글루탐산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아미노산에 중추신경 세포가 과다하게 노출됐을 때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심정지로 인한 허혈 초기에 발생한다. 흥분독성은 신경세포 손상이 심해 뇌 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메만틴은 NMDA 수용체에 결합해 NMDA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글루타민 매개 흥분독성의 영향으로 인한 뉴런의 손상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메만틴의 메커니즘은 심정지 후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신경보호 연구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급성 폐손상

급성 폐손상(Acute lung injury, ALI)은 △직접적 폐 손상 △패혈증, 감염, 외상, 쇼크 등으로 인한 전신 염증반응 등 두 가지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ALI는 폐포 대식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사멸과 폐에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ALI는 약물을 통해 폐포 대식세포의 사멸 신호를 제어해 세포 사멸을 억제함으로써 치료 가능하다.

메만틴은 Ca2+의 내부 유입 억제와 그에 따른 세포사멸 관련 유사 단백질인 CARD(ASC) 올리고머화를 통해 폐포 대식세포 사멸 신호의 활성화를 억제, 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메만틴의 대식세포 사멸 억제 기전은 ALI로 인한 폐 손상 완화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혈관성 치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5~20%를 차지하며,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치매의 유형이다. 혈관 손상으로 인해 뇌에 혈액 공급이 감소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여러 대뇌피질 기능을 손상시켜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때문에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정상인보다 혈관성 치매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현재 혈관성 치매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없으며, 승인된 치료 약물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메만틴을 비롯해 기존 FDA로부터 허가된 알츠하이머병 약물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은 모두 혈관성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중국의과대학 Bo-Ru Jin 박사 연구팀은 혈관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메만틴,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의 임상적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평가한메타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는 12개의 RCT 연구를 포함해 총 1717개의 문헌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메만틴은 위약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MD -2.27; 95% CI-3.91~-0.53).

아울러 임상의의 면담을 기반으로 한 평가척도에 간병인의 의견을 더한 전반적인 상태 평가에서도위약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MD 2.71; 95% CI 1.05~7.29).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의 가장 심각한 증상 중 하나다. 파킨슨병 환자는 진단 후 10년 이내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75%, 20년 이내에는 83%로 높다. 조기 발견과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파킨슨병 환자는 손상된 뉴런이 글루타메이트 흥분독성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글루타메이트의 과발현은 관찰되지 않는 게 질병의 특성이다.

메만틴은 NMDA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글루타민 매개 흥분독성의 영향으로 인한 뉴런의 손상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메만틴의 흥분독성 억제 기전의 효과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아직 임상적으로 확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러한 메만틴의 메커니즘을 이용해관련 약물 연구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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