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 자진철회 결정
자이델릭·유코닉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PI3K 억제제 적응증 철회 러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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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혈액암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평가받던 포스포이노시티드3(PI3K) 억제제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길리어드 자이델릭(성분명 아델라리십), TG테라퓨틱스 유코닉이 스스로 적응증을 철회하거나 시장 철수를 선언한 데 이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바이엘 알리코파(코판리십)도 미국 시장서 철수를 결정했다.

이유는 안전성 문제였는데, 결국 PI3K 억제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엘, 알리코파 미국 적응증 '자진 철회'

최근 바이엘은 알리코파의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을 자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 적응증은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전에 2회 이상 전신 치료 경험이 있는 성인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 대상이다.

당시 FDA는 임상2상 CHRONOS-1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알리코파를 신속 승인했다.

연구에서 알리코파는 이전에 2회 이상 전신 치료 경험이 있는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에서 58.7%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보인 바 있다. 완전반응(CR)을 보인 환자는 14.4%, 부분반응(PR) 환자는 44.2%였다. 반응기간(DOR) 중앙값은 12.2개월이었다.

이를 두고 FDA는 임상3상을 통해 임상적 유의성을 입증할 것을 요구했고, 바잉엘은 확증 임상3상인 CHRONOS-4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알리코파는 화학면역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도 표준치료인 화학면역 단독요법에 비해 PFS를 유의미하게 개선시키지 못하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하지 못했다.

연구에는 조직학적으로 확인된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 520명이 포함됐다. 다만, 1, 2, 3A 환자는 제외됐다. 이들은 이전에 리툭시맙을 토대로 한 화학면역요법과 알킬화제를 포함해 최소 1~3회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1차 목표점인 PFS로, 주요 2차 목표점은 ORR을 비롯해 CR 비율, DOR,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 다음 치료까지의 시간, 전체생존(OS) 등이었다.

 

PI3K 억제제 모두 적응증 철회...시장서 사장되나
국내 유통 피크레이에 '시선 집중'

PI3K 억제제의 적응증 철회 러시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PI3K 억제제 시장은 2014년 길리어드 자이델릭이 허가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자이델릭은 확증 임상3상을 조건으로 재발성 여포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재발성 소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러나 자이델릭 투여군이 대조군보다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2016년 연구는 보류됐다. 이에 길리어드는 FDA 허가 7년 만인 2022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후발주자였던 유코닉도 마찬가지다. 

유코닉은 유블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3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병용요법군에서 더 높은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하면서 혈액암 치료 사업부를 철수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코픽트라(두벨리십)도 FDA로부터 최소 2회 이상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소림프구성 림프종, 재발성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 철회 권고를 받았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5년 추적관찰한 결과, 코픽트라의 평균 OS는 43.9개월로, 대조군 46.8개월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코파도 적응증을 자진 철회키로 한 것이다.

앞서 알리코파는 적응증 확대를 위해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한 결과, 알리코파는 리툭산(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이 알리코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병용요법의 생존기간이 약 2년 후 단독요법과 역전되는 게 발견됐고, 바이엘은 적응증 확대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까지 철회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유통 중인 PI3K 억제제 노바티스 피크레이(알펠리십)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피크레이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호르몬 양성 유방암 적응증으로 허가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크레이는 FDA ODAC 논의 당시에도 거론되지 않았다"며 "혈액암을 타깃하는 다른 PI3K 억제제와 달리 유방암에 적응증이 국한돼 있어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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