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중앙권역심혈관센터 운영 발표 ... 상급종합병원 대상 공모
이해영 심뇌혈관질환관리정책 2.0 사업단장 "중앙센터는 전략 마련 및 전담 지원 역할"
나정호 권역센터협의회장 "중앙센터 설립 예산이 12억원이란 말 듣고 가슴 답답"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하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앙심뇌혈관관리센터(이하 중앙센터)'와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이하 네트워크 사업)'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앙센터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등을 전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곳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기준에 충족하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공모해 선정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사업은 심뇌혈관질환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치료 인력 간 신속한 연계와 협력을 위해 전문의 네트워크팀을 소속에 관계없이 구성해 중증, 응급 심뇌혈관 질환 대응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본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중앙센터와 네트워크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이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1. 중앙심뇌혈관관리센터는 어떤 곳? 
2.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 가능성은? 
3. 이해영 심뇌혈관질환관리 정책 2.0 기획단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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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환자는 권역심뇌혈관센터와 지역심뇌혈관센터에서 치료받는다. 문제는 현재 권역 및 지역센터로는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권역 및 지역심뇌혈관센터를 지원하고, 뇌혈관질환 정책 협력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는 중앙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앙-권역-지역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4분기에 심뇌법 시행규칙에 따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중앙센터를 공모 및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권역 및 지역센터 컨트롤할 수 있는 중앙센터? 

중앙센터 설립을 진행하는 곳은 '심뇌혈관질환관리 정책 2.0 기획단'이다. 기획단의 수장은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순환기내과 교수)가 맡고 있다.

이해영 기획단장은 10월 20일,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국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전국회의에서 통계와 데이터 구축, R&D 투자 등이 선행돼야 심뇌혈관질환센터가 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단장은 "국내에는 심뇌혈관질환 사망률 등 국가 통계가 부족하하다"며 "주기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예방 및 치료에 필요한 R&D 투자도 필요하고, 환자 기반의 레지스트리 자료도 권역센터로 지벙된 병원 중심으로 돼 있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중앙센터 예산 12억원... 너무 적어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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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앙센터의 핵심 역량은 '인력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권역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중앙센터는 인력 수급 관계를 정리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 권역센터장은 "권역센터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권역센터나 지역센터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경과 의사가 50살이 넘으면 당직 안 서도 되고, 낮에는 콜만 받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센터 설립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예산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정부가 책정한 중앙센터 설립 관련 예산은 12억원이다.

나정호 권역센터협의회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12억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 협의회장은 "중앙센터 설립 예산이 12억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 12억원으로 20명의 센터 직원들을 관리하면서 어떻게 운영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전국의 심뇌혈관질환 환자 모두를 아우르는 중앙센터를 12억원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또 "처음부터 적은 금액으로 시작하면, 이후에도 적은 예산으로 가동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 12억원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려면 이 사업에 아무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한 입장을 보였다. 

배 권역센터장도 괜찮은 역할을 하는 중앙센터가 만들어지려면 예산 확보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 사업단장은 예산이 적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진행 안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사업단장은 "항의 표시로 거부하면 좋은데, 더 나쁘게 갈 수 있어 이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지난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규모 예측 조사를 할 때 정부가 무리하게 모든 곳을 방문해 차트를 리뷰하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그때 우리가 거부했고, 결국 그 사업이 유찰 (차트 리뷰 없어짐) 되면서 같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지표 늘어나면 더 힘들지는 권역센터도 있을 수 있어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평가지표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윤경호 원광대병원 권역센터장(순환기내과)은 평가 지표가 늘어나면 의료진의 업무가 증가하고, 인력 확보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 권역센터장은 "우리 권역센터는 심근경색과 허혈성뇌졸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뇌출혈 등의 지표에 포함되면 우리 병원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의사 확보도 어렵고, 업무가 많아지면 의사들이 떠난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업무를 하지만 당직비는 한곳에서만 받는 것도 문제점이다.

윤 권역센터장은 "병원이 여러 사업을 진행해 당직을 서는데, 당직비는 한 개 사업만 받을 수 있다. 이런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병원만 좋을 일을 시키는 꼴"이라고 말했다.  

드러난 문제 외에도 중앙센터 설립까지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심장병이 없다는 것과 내과와 외과의 시각이 다른 것도 어려운 점이다.  또 응급의학과와 소방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어려운 점이다. 

이 사업단장은 "심뇌혈관질환은 응급실을 통해 들어와 119 등과의 연계가 중요한데, 신경과나 순환기내과 의사들만 모여 얘기한다"며 "10년째 답보 상태인 이 문제를 풀려면 응급의학과는 물론 소방 등과도 손발을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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