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일 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지역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 다뤄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단기적 땜질 도움 안 돼, 소방서처럼 필수의료 준공영제 도입 필요"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심장내과 의사 근무시간 줄이고, 인력 배분 필요"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역 심장내과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는 무엇일까?

13~15일 서울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가 개최됐다.

13일 열린 헬스케어 정책 세션에서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예방의학과)는 의사에게 비용을 더 주는 땜질 방식의 단기 대책은 계속 실패했다며, 지금이라도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말하는 장기 계획이란 필수의료 재정의와 비필수의료 영역의 본인부담 증가, 공공의료 국가 책임제, 지불제도 개편 등이었다. 

흉부외과 의사 부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가를 높이고, 의사에게 비용을 조금 더 지불했지만 지금도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정부가 문제가 발생한 진료과 단위로 움직이지 말고 그 진료과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심장내과에게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권역심혈관센터나 지역심혈관센터 등 필수의료가 이뤄지는 곳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권역심혈관센터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곳을 준공영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눈에 띈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 진료 영역은 단일 수가제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따라서 민간의료와 비필수의료 영역과의 직접적 경쟁이 아닌 대안적 지불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역거점 의료기관인 지역심혈관센터 등을 소방서나 경찰서처럼 준공영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준공영제를 실시했을 때 필수의료 종사자의 경제적 처우와 삶의 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진료 시 발생하는 법적인 무넺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직서고, 응급수술하고, 다음날 외래 진료... 

13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지역 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를 다루는 정책 세션이 열렸다.
13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지역 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를 다루는 정책 세션이 열렸다.

패널 토론에서 준공영제 주장에 대해 찬성하지만 당장 현실의 문제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남대병원 김주한 교수는 "지역에서 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게다가 앞으로 심장내과 의사가 얼마나 양성될지 알 수 없다"며 "준공영제가 운영된다고 해도 적어도 5~10년 안에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는 중증질환 및 필수의료의 국가 책임제가 필요하지만, 먼저 우리나라 심장내과 의사들이 갖고 있는 '슈퍼맨 신드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심장내과 의사들이 당직서고, 응급수술하고, 다음날 외래보는 등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며 "미국 심장내과 의사는 약 44시간 진료하는데, 우리나라는 90~100시간 일하는 듯하다. 제발 일 좀 그만하고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는 의료진의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인력 배분을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가 심장내과 의사 부족 심화

부천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심장학회가 정책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이사장은 "심장내과 의사는 대부분 병원에서 진료에 매달리다 보니 정부의 정책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그렇다 보니 심장진료 시 대학병원이 의원보다 더 적게 받는 일이 발생했다. 업무 강도는 세고, 보상은 적으니 당연히 의사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TF 등을 만들어 정책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모든 병원에 심장내과 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이로 인한 시장의 무한경쟁으로 거의 모든 중소병원에서 심장내과 의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심장내과 의사들이 대부분 대학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무너져 인력 수요 인플레를 만들었고, 심장내과 뿐 아니라 모든 진료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것도 심장내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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