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2차 치료 증거 미미했던 삼환계 항우울제, 대규모 연구서 효과 입증
우울증 대신 다른 질환서 효과 확인
신경조절제로 용어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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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삼환계 항우울제인 아미트립틸린이 과민성대장증후군(IBS) 환자의 2차 치료 요법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이미 IBS 2차 치료에 권고됐지만 효과에 대한 증거가 미미해 사용이 적었던 상황으로, 이번 대규모 연구 결과가 처방 증가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6일 The Lancet 온라인판에는 1차 치료 요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상을 보이는 IBS 환자에서 저용량 아미트립틸린과 위약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IBS는 전 세계적으로 5~10%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개인과 사회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병태생리학에 대한 이해는 불완전한 상태다. IBS 환자 대부분은 식이 변화, 섬유질, 완하제, 진경제, 지사제와 같은 1차 치료로 관리된다. 

1차 치료가 증상을 호전시키지 못하는 경우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저용량 삼환계 항우울제를 2차 치료법으로 고려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 처방이 자주 처방되지는 않고 있다. 

여러 메타 분석에서 삼환계 항우울제가 IBS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으나, 분석에 포함된 대부분 연구가 규모가 작거나 기간이 짧아 이점을 확실히 입증하지 못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의 중 10% 미만이 IBS에 삼환계 항우울제를 자주 처방하며, 50%만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트립틸린, 1차 치료 효과 없는 IBS 환자 증상 개선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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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국 세인트제임스 대학병원 Alexander C Ford 박사 연구팀은 2019년 10월 18일부터 2022년 4월 11일까지 영국 55개 기관에 등록된 463명의 IBS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시험(RCT)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18세 이상 모든 하위 유형의 IBS를 가진 환자로, 식이 변화 및 1차 치료에도 IBS 중증도 점수 75점 이상의 지속적인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6개월간 1일 1회 경구용 아미트립틸린 10mg 또는 위약 30mg을 복용하도록 1:1 무작위 배정됐으며 증상과 내약성에 따라 3주에 걸쳐 용량 적정을 시행했다. 1차 목표점은 6개월차 IBS-SSS 점수였다.

연구 결과, 아미트립틸린군과 위약군의 6개월차 IBS-SSS 점수 차는 -27.0점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95% CI -46.9~-7.10, p=0.0079).

주요 2차 목표점인 IBS 증상 완화에 대한 주관적 종합 평가(SGA)에서 증상 완화를 보고할 확률 역시 아미트립틸린군이 70% 높았다(OR 1.78, 95% CI 1.19~ 2.66, p=0.0050)

참가자 중 46명(20%)이 아미트립틸린 치료를 중단했으며 이 중 30명(13%)은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이었다. 위약군 중 치료를 중단한 참가자는 59명(26%)으로 이 중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은 20명(9%)이었다.

6개월의 추적 기간 동안 아미트립틸린은 신체형 증상 보고 점수, 불안 또는 우울증 점수, 업무 및 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Alexander C Ford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시행된 IBS에 대한 삼환계 항우울제 연구 중 최대 규모"라며 "적정 저용량 아미트립틸린은 여러 결과에 걸쳐 IBS에 대한 2차 치료 요법으로 위약보다 우수했으며 안전성과 내약성이 뛰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IBS에 대한 삼환계 항우울제 사용의 이론적 근거가 명확하게 설명되면 많은 IBS 환자가 이를 수용할 수 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의는 우리가 개발한 자가 적정 문서와 같이 환자 주도 용량 적정을 안내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과 함께 1차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IBS 환자에 저용량 아미트립틸린을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도록 관리 지침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전했다. 

"적응증 늘어나는 삼환계 항우울제, 신경조절제로 바꿔 불러야"

한편 과거 우울증 치료에 고용량으로 사용됐던 삼환계 항우울제는 SSRI, SNRI 등 새로운 항우울제 등장에 따라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미트립틸린이 IBS뿐 아니라 기능성소화불량증, 만성통증증후군, 편두통 등 다른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항우울제보다는 신경조절제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들 질환에 대한 항우울제의 치료 메커니즘이 중추 기분 조절에 따른 것인지, 장 말초 작용을 통한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줄리어스 건강과학센터 Niek de Wit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IBS에서 저용량 삼환계 항우울제 효과가 항우울제 또는 항불안제 활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 민감도 및 통증 조절 효과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IBS의 맥락에서 삼환계 항우울제를 항우울제보다는 신경조절제로 언급하기 시작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이는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치료 대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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